남경우의 세상이야기

[이코노뉴스=남경우 대기자]

▲ 남경우 대기자
 

동아시아의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 사회는 거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20대 총선을 기점으로 새로운 정치생태계가 태동하고 있으며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모색이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 혹은 전환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이 시점에서 ‘변화의 패턴’에 대해 수없이 많은 모형을 제공하고 있는 전통고전 주역(周易)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기획이라고 판단했다.

이 코너를 통해 수 회에 걸쳐 주역 읽기에 필요한 몇 가지 배경지식을 소개할 예정이다./편집자 주

 

주역세계의 유명인사들

유럽 축구를 알고 즐기려면 우선 유럽 리그의 유명인사들을 알아야 한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와 레알 마드리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잉글랜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웨인 루니로 시작해 점차 유명 인사와 유명팀으로 관심범위를 넓히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마찬가지로 주역의 세계에 익숙해 지려면 역사적으로 유명한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으로 시작해도 좋다. 이들은 주역 해석서에 단골로 등장한다. 이들이 처했던 역사적 환경을 이해하고 이들의 글을 읽기 시작한다면 주역읽기가 수월해지리라.

조선과 일본을 제외하고 중국 역사 속의 유명인사들을 거론해 보자.

우선 괘를 그렸던 복희를 시작으로 괘사와 효사를 썼던 주나라 창업자 문왕과 주공, 그리고 주역에 의리적 해석을 가함으로써 주역을 경전의 반열에 올려놓은 공자가 있다.

그 후 수많은 거장들이 등장하지만 주로 거론되는 인물은 위백양(魏伯陽·후한), 왕필(王弼·226~249), 소강절(邵康節·송나라 1011~1077), 정이(程頤·북송 1033~1107), 주희(朱熹·송나라 1130~1200) 등이다.

성균관대 동양학부 오석원 명예교수에 따르면 위에 거론한 인물들의 저서를 훑어보는 것으로 주역의 거의 중요한 문헌에 접할 수 있다고 한다.

전통적 견해를 따라가 보자.

복희는 전설 속의 인물이다. 팔괘를 기초로 64괘를 그린 인물로 알려져 있다. 당시에는 괘의 모양만 있었을 뿐이다. 주 문왕과 주공이 괘사와 효사를 붙임으로써 글로 설명되기 시작했다.

문왕이 상나라 마지막 임금이자 폭군인 주왕에 의해 7년 동안 감금당한 상황에서 지었다고 하는 64괘사의 성립설화는 주역의 원텍스트의 무게감을 극도로까지 높여준다.

문왕은 상나라 주왕의 의심으로 유리성에 갇히게 된다. 그 사이 큰아들이 가마솥에 삶아 죽이는 팽형을 당하고, 문왕은 아들을 끓인 인육탕을 먹게 된다.

문왕의 삶은 끝없는 자기수련, 혹독한 시련과 슬픔, 긴 세월 상나라를 멸망시키고 주나라를 세웠던 영광이 교차한다. 즉 주역에는 이러한 흥망과 영욕, 길흉과 회한 등 인간사에 드리워져 있는 빛과 그림자가 교차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문왕과 무왕을 아버지와 형으로 둔 주공도 주나라의 창업공신이다. 아버지, 형과 더불어 시련과 영광을 함께 겪은 것이다. 주공이 효사를 지었다는 것도 변화무쌍한 인간세의 행·불행이 주역 속에 담겨져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 공자 초상화/네이버 이미지 캡처

다음으로 공자(춘추시대 B.C.551~B.C.479)다.

공자는 10익 즉 열편의 논문을 통해 주역을 경전의 반열로 높인다. 10익은 계사전상하, 단전상하 상전상하 문언전 설괘전 서괘전 잡괘전이 있다.

주역을 공부하려는 사람이라면 공자의 10편의 논문을 읽지 않을 수 없다.

가령 서괘전은 건 곤 둔 몽 수 송 사 비 소축 이 태 비 ~~~ 소과 기제 미제로 이어지는 64괘의 순서를 논한 글이다. 사물과 인간사가 변해가는 이치를 논했다. 심오한 통찰을 제공한다. 주역을 읽기 시작한 사람이라면 늘 끼고 읽어보는 것도 좋다.

그 후 수많은 천재들이 다양한 해석을 가함으로써 주역은 동아시아의 온갖 사유와 논리의 토대가 된다. 주역은 보통 유가의 경전으로 알려져 있지만 유불선 모든 사상과 연계되어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주역에는 수많은 주석가가 있지만 대표적인 인물만 거론해 보자.

위백양이다. 위백양은 <주역참동계>를 지으면서 음양논리를 응용해 연단신선(煉丹神仙)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음양이론으로 약을 만들어 치료에 응용하고 기공수련법으로 발전시키는 등 초기 도가적 내용의 역서를 발전시켰다. 위백양의 이론은 당나라 시기에 유행한다.

왕필은 17세 되던 해 <노자주>를 지었고 23세에 <주역주>를 지음으로써 문명을 날리게 되는데 왕필만 하더라도 도가와 유가를 종합 지양한 학자로 알려져 있다.

그 후 소강절 정이 주희 등이 등장하고 그들이 지은 정이의 <역전>과 주자의 <역본의>는 동아시아 주역 주석의 대표적인 전범이 된다. 특히 주자의 해석서는 조선에서 한글자도 달리 해석할 수 없는 도그마로까지 부각된다.

이들은 주역계의 유명인사들이다. 이런 인물들에 대한 사전지식만으로도 주역은 신비의 서(書)로부터 세상사와 인간 삶을 밝혀보는 창(窓)이 되리라.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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