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의 정치시평

[이코노뉴스=김홍국 교수] 미국 대통령선거가 민주당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과 공화당의 부동산 재벌 도널드 트럼프의 맞대결로 치러지게 됐다.

트럼프는 3일(현지시간) 중동부 인디애나 주 경선에서 압승, 일주일 전 5개 주 경선의 대승으로 민주당 대선후보로 자리매김한 클린턴 전 장관과 함께 사실상 당 대선 후보의 지위에 올랐다.

▲ 김홍국 편집위원

이에 따라 미국 대선은 사상 처음으로 '여성과 남성 대결', '워싱턴 주류와 아웃사이더 대결', '첫 부부 대통령 도전과 부동산 재벌 출신 첫 대통령 도전', '대권 재수 후보 간 대결'이라는 진기록과 함께 오는 11월 8일까지 치열한 경합전이 펼쳐지게 됐다.

이들은 각각 7월에 열리는 양당 전당대회를 통해 후보로 공식 지명된 후 본선 선거운동을 거쳐 11월 차기 대통령을 결정하게 된다.

그동안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이 앞서는 추세였으나, 최근 트럼프도 무서운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라스무센이 2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41%의 지지율을 기록, 39%에 그친 클린턴을 오차범위 내인 2%포인트 앞섰다. 첫 역전이다.

반면 미국 CNN 방송이 4일 공개한 유무선 설문조사 결과 클린턴이 54%의 지지율을 기록해 41%를 얻은 트럼프를 13%포인트 앞섰다.

전반적인 조사에서는 여전히 클린턴이 우세를 보이고 있으나, 트럼프의 추격 기세가 워낙 거세 향후 추이를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그동안 대선에서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들은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펼쳤기에 이번 대선 역시 선거일까지 불꽃 같은 경합을 펼칠 전망이다.

막말 트럼프 공세, 사상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전 예상

이번 미국 대선은 사상 최악의 지저분한 네거티브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막말과 거친 행동,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극단적인 공세를 보여온 선동가 트럼프의 네거티브와 이에 맞서 반격에 나설 클린턴의 기세싸움이 선거판을 이전투구의 전쟁터로 만들 전망이다.

국가비전과 정책, 국정운영 능력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사생활과 개인적 약점을 물고 늘어지는 네거티브 캠페인이 극성을 부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 미국 공화당 대선 주자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지지자들의 환호에 답하고 있다./래드포드=AP/뉴시스

트럼프는 클린턴의 '여성성', 남편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과거 성추문, '국무장관 시절 이메일 스캔들' 등 현안마다 비방 공세를 펴고, 클린턴은 이를 방어하면서 트럼프의 막말과 빈약한 정책을 공격하는 양상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실제 트럼프는 후보 확정 후 가진 MSNBC 방송 인터뷰에서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스캔들’을 공격했다.

그는 클린턴이 국무장관 시절 개인 이메일로 공무를 본 사건을 거론하면서 “판단력에 문제가 있다. 그녀가 대선에 출마하도록 허용돼서는 안 된다. 자신보다 훨씬 작은 일로도 고통받는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클린턴도 고통받아야 한다”며 후보 자격이 없다고 사퇴를 촉구했다.

경선전 초반부터 폭스뉴스의 여성 진행자 메긴 켈리에 대한 비하 발언과 낙태여성 처벌 등 거친 성차별 발언을 해온 트럼프는 과거 모니카 르윈스키, 폴라 존스 등 클린턴 전 대통령이 남긴 각종 성추문과 미 연방수사국(FBI)의 수사가 진행 중인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 스캔들'에 대한 각종 비방과 폭로에 나설 전망이다.

클린턴도 노골적인 비판으로 맞서고 있다. 클린턴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안전장치가 풀린 대포다. 안전장치가 풀린 대포는 오발되곤 한다”고 트럼프의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지도자로서의 역량을 거세게 공격했다.

클린턴은 트럼프가 쏟아낸 각종 선동적 발언을 공격하고 있으며, 무슬림 입국금지나 불법이민자 1천100만명 추방, 멕시코와의 접경에 거대 장벽 설치 등 실천 불가능한 공약, 각종 여성, 인종차별적 발언들에 대해 공세를 퍼부을 예정이다.

한국, 누가 되든 어려운 외교적 파고…철저하게 준비해야

이같은 대선 경쟁 와중에 누가 당선되더라도, 한국의 입장에서는 힘겨운 외교적 파고를 넘어야 한다.

▲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히스패닉계 유권자들과 함께 활짝 웃고 있다./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클린턴의 경우 전통적인 외교정책을 펼치겠지만 한반도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취약하고, 트럼프의 경우 노골적인 반한 감정마저 드러내고 있어 최악의 외교적 갈등이 일어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역정책의 경우 클린턴과 트럼프 두 주자 모두 지금의 버락 오바마 정부에 비해 보호무역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을 제시하고 있어 우려된다.

미국 내 양극화와 경제적 불평등이 심화하면서 자유무역에 대한 지지가 약화하고, 반대 여론이 늘어났다는 점에서 미국의 보호무역 경향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현 오바마 정부의 무역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인 클린턴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TPP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미국인의 일자리를 보존하고, 임금 인상의 효과를 낼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다는 클린턴의 입장에 따라 보호무역 경향은 더욱 강화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트럼프 당선 때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중국산 제품에 45%의 관세를 매기는 등 극단적 보호주의 정책을 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무역 분야에서 대미와 대중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놓일 수 있다.

만일 그가 당선되고 실제 극단적인 보호무역 정책이 펼쳐진다면 전 세계에 무역전쟁이 일어나고, 한국은 그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트럼프가 당선될 경우 안보 분야는 심각한 갈등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는 한국과 일본 등 소위 전통적인 우방 국가들이 미국의 안보우산에 무임승차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반드시 바꾸겠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실제 트럼프는 후보 확정 후 가진 CNN방송 인터뷰에서 “한국을 포함한 동맹들은 미군 주둔비용의 100%를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당선 시 최악의 경우 주한미군은 철수하고 한·미 동맹과 미국의 핵우산 등을 근간으로 한 안보전략은 완전히 붕괴되고 새로운 판을 짜야할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기업 및 시민사회 등과 협력해 냉철하게 상황을 판단하고 준비해야 한다. 클린턴과 트럼프의 외교 참모 및 전략을 철저하게 분석하고, 이들과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과시성 정상외교에 안주하는 빈약한 외교력으로는 21세기의 급변하는 외교적 상황에서 국익을 지키고, 국민들의 안전과 행복을 도모할 수 없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꼼꼼한 정보 수집과 철저한 분석, 대내외 네트워크의 형성과 차기 미국 대통령 확정 이후 어떤 로드맵과 외교정책으로 대한민국의 국익을 지킬지 준비해야 한다.

11월 8일 선거인단 선출 이후 대통령 당선인이 확정되면 12월에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선출하는 절차를 한 차례 걸치게 되고, 여기서 선출된 이가 내년 1월 20일 미국 대통령으로 정식 취임하는 절차에 맞춰 대한민국의 국익과 안전을 지킬 외교력을 구축해나가야 할 것이다. 대한민국의 명운과 미래를 위해 세심하고 전략적인 준비를 다시 한번 주문한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사회부·경제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정치학)로 YTN 등 보도 및 종편 TV에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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