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7일 "불확실한 대외 여건에 대비해 재정 및 금리 여력을 아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4월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이틀 앞둔 이날 이 총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열린 미국 워싱턴 D.C.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같이 밝혔다.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뉴시스 자료사진

이 총재는 "개방 경제 체제인 한국에서는 재정·통화 정책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며 "진짜 어려움이 왔을 때 여력이 없으면 곤란하기 때문에 불확실할 때는 정책 여력을 아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대외여건의 흐름이 안정적일 때 정책의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현재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당장 금리를 인하하기는 힘들다는 의미로 읽힌다.

다만 우리 정부가 상당히 양호한 재정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재정정책에 대해서는 다소 여지를 남겼다.

이 총재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도 우리나라를 독일, 네덜란드와 더불어 재정건전성이 우수한 나라로 꼽고 있다"며 "정부는 재정건전성을 유지하려는 기조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재정 정책을) 더 해야 할지에 대한 판단은 정부 당국이 심사숙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금리를 5%에서 3%로 낮추는 것과 -3%에서 -5%로 낮추는 것은 똑같이 2%포인트를 낮추는 것이지만 효과는 전혀 다르다고 본다"며 "이미 경제 주체들의 심리가 바뀌어 행동이 그 전과 전혀 다르게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서는 내년 물가안정목표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올해부터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개월 연속 0.5%포인트 이상 이탈할 경우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탈 원인과 정책 방향 등을 설명하기로 했다.

이 총재는 "내년이 되면 저유가 기저효과가 소멸돼 지금 예상대로라면 물가가 많이 높아질 것"이라며 "IMF가 최근 내놓은 전망에서도 내년도 한국소비자물가를 2% 수준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부담 경감과 기업구조조정 등을 골자로 하는 한국판 양적완화에 대해선 나서야 할 상황일 땐 한은도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 총재는 "산업금융채권 인수 등은 한은법 개정이 필요한 영역이긴 하지만 '한국판 양적완화'의 기본 골자는 한은이 나서서 가계부채와 기업구조조정 문제를 해결하라는 의미로 해석했다"며 "한은의 기본 원칙, 관련 법규 내에서 할 수 있는 것은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는 한은이 직접 나서야 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나서야 되는 상황이 오는 게 좋은 것이 아니고 중앙은행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낮출 것임을 시사했다. 한은은 19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수정경제전망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 총재는 "1, 2월 수출이 특히 안좋았던 만큼 성장률을 낮출 요인이 생겼다"며 "중요한 것은 2분기 이후의 흐름"이라고 말했다.

최근 새로 지명된 금통위원들의 영향으로 한은의 정책 기조가 변할 가능성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추천기관 여부에 따라 정책성향을 예단하긴 이르다고 답했다.

조동철(기획재정부 추천), 고승범(금융위원회), 신인석(대한상공회의소) 위원 등이 비둘기파로 분류된다.

이 총재는 "기본적인 시각은 있을 수 있으나 금통위원 직분에 충실하려고 노력하실 것"이라며 "과거 발언과 추천기관만 보고 정책 성향을 미리 판단할 순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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