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우의 세상이야기

[이코노뉴스=남경우 대기자]

▲ 남경우 대기자

동아시아의 국제질서가 요동치는 가운데 한국 사회는 거대한 변화에 직면해 있다. 20대 총선을 기점으로 새로운 정치생태계가 태동하고 있으며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에 대한 모색이 활발해지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 혹은 전환을 이해하고 해석하는데 익숙해져야 한다. 이 시점에서 ‘변화의 패턴’에 대해 수없이 많은 모형을 제공하고 있는 전통고전 주역(周易)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 있는 기획이라고 판단했다.

이 코너를 통해 수 회에 걸쳐 주역 읽기에 반드시 필요한 몇 가지 배경지식을 소개할 예정이다./편집자 주

 

주역 사유의 시원

주역! 우리는 동아시아의 한 사람이며 조선반도의 한 사람이다.

우리는 언제인가 긴 세월 선조들이 밤낮으로 씨름했던 주역을 들여다보고 싶어한다. 주역은 가장 오래된 부호와 글이다. 또 가장 높은 경지의 글이다.

주역은 지금으로부터 3000년 전 이전, 대체로 BC(기원전) 1000년 이전에 쓰여졌다. 성경과 불경 플라톤의 '국가'보다 앞선다.

주역을 읽는다는 것은 사유의 시원(始原)으로 들어가 보는 것이다.

또 수많은 사람들의 주석서를 읽음으로써 문자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던 시기의 인류의 생각으로부터 공자 왕필 소강절 정이 주희 정약용 등 동양사상의 거봉들이 걸었던 사유의 발자취를 더듬는 것이다.

▲ 주역강의 등 주역에 관한 책/사진 출처=네이버 이미지

하지만 주역에 다가가 익숙해지기란 그리 쉽지 않다. 주역읽기를 시작하려면 우선 주역의 구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주역은 복희 문왕 주공이 썼다는 괘명 괘상 괘사 효사에 공자가 썼다는 10편의 논문인 10익(十翼)으로 이루어져 있다.

한글로 해설한 책이라면 그 속에는 3000년 전에 쓰여진 본문과 2500년 전 공자가 해설한 해설문 그리고 한글로 해석한 한글해설문 이렇게 3000년 사이의 다양한 시차가 있는 생각이 글로 표현되어 있는 셈이다. 즉 한 책에 들어 있는 여러 글을 어떤 시기에 쓰였는지를 감안하면서 읽어야 한다.

만일 성백효가 번역한 전통문화연구회 간 주역전의를 읽는다면, 3000년 전의 원문과 2500년전의 공자의 주석과 1000년 전의 정이(저서 역전, 호 이천 1033~1107, 중국 송나라)와 주희(저서 주역본의, 중국 송나라 1130~1200)를 동시에 이해하며 현대의 한글 번역가 성백효의 역주를 읽는 것이다.

대부분의 번역본이 이런 구성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가령 서대원이 집필한 주역강의(을유문화사)를 보면 정이의 역전이나 주희의 주역본의는 물론 공자가 썼다고 하는 단전 상전까지 모두 빼 버렸다. 3000년 전에 그려지고 쓰여진 원문만을 수록하고 번역을 했고 자신의 생각을 덧붙였다.

처음 주역을 접하는 사람은 주역이 어떻게 생겨먹었는지를 아는 것 자체가 고역이다. 주역의 구성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이란 뜻이다. 주역은 오래 전에 쓰여진 글이며 한문이다. 게다가 괘상(卦象)과 괘사(卦辭)를 동시에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책에 따라 3000년 전 2500년 전 혹은 1000년 전 그리고 현대의 생각이 동시에 설명되어 있거나 3000년 전의 원문만 달랑 설명하고 있다.

현재까지 동서양 모두 해설서가 약 3000권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출판되었지만 확인되지 않은 것, 유실된 것, 필사본까지 모두 고려한다면 주역에 대한 해설서는 이루 헤아릴 수 없다.

저자 모두가 당대의 일류 지식인이며 세상과 인간과 변화에 골몰한 사상가들이다. 이들이 쓴 해설서는 같은 텍스트이면서 전혀 다른 해석을 가하기도 한다.

그러기에 서점에서 주역 해설서를 하나 골라 읽으면 쉽게 이해되는 것이 아니다. 주역 해설서는 각종 계파의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르다. 초보자인 경우 어떤 유파의 책인지 분별하기가 쉽지 않다.

※ 남경우 대기자는 내일신문 경제팀장과 상무, 뉴스1 전무를 지냈으며 고전을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연구 모임인 북촌학당에 참여, 우리 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문제의 해법을 찾는데 주력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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