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범의 경제 산책

[이코노뉴스=최성범 주필 겸 대기자] 도심 곳곳에 대형 빌딩과 상가 그리고 아파트 건설현장. 거리는 젊은이들로 가득차고 활력이 넘친다.

2016년 개발 열기로 가득 찬 베트남은 지난해 통일 50주년을 맞이해 웅비를 하기 위해 꿈틀거리고 있다. 넥스트 차이나가 될 것이란 섣부른 기대감마저 갖게 한다.

▲ 최성범 주필

베트남의 거시경제 지표는 눈여겨 볼만하다. 2006~2010년 평균은 6,3%이었고, 2011년 이후 5~6% 수준의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면서 그 성장세가 빨라질 조짐마저 보인다.

2015년 경제성장률은 6.7%에 달했다. 경제 중심지 호치민시의 경제성장률은 10%에 달한 것으로 추산된다. 2016년에도 6.7% 성장이 무난할 것으로 전망된다. 동남아 지역 전체가 성장 둔화 현상을 겪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물가가 안정돼 있다는 점이다.

두 자리 수 고도성장은 아니지만 소비자 물가가 갈수록 안정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게 인상적이다.

개방 초기 외국인 투자가 몰려들면서 물가 앙등으로 심한 몸살을 앓았던 적도 있었으나 곧 바로 안정시책을 취함으로써 중심을 잡았다.

2006~2010년 기간 중 11%에 달했던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12년 9%, 2013년 6.6%, 2014년 4.3%, 2015년에도 5% 내외의 상승에 그쳤다.

2016년도에도 3% 내외로 안정될 전망이다. 당연히 환율도 안정돼 있다. 수출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평가절하 추세이긴 해도 그 추세가 워낙 완만하다.

베트남 동화는 한국의 원화보다도 오히려 안정돼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다. 이러한 안정적 모습은 한국이 고도성장기였던 1970년대에 물가상승률이 거의 20%에 육박했던 점을 감안하면 부럽기까지 할 정도다.

▲ 삼성전자의 베트남 박닌성 옌퐁공단 내 제1공장 전경/삼성전자 제공

베트남 특유의 인내심을 발휘해 성장과 안정을 조화시켰다는 평가를 해도 무방할 듯하다. 이른바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국가관리가 있는 시장 경제라는 자부심도 엿보인다.

베트남 경제 성장의 원동력은 외국인 투자 확대와 제조업 호황이다. 월평균 임금이 197달러로 중국(613달러)의 3분의 1에 못 미치는 아직 저렴한 임금이 장점이다.

중국에 진출했던 기업들이 대거 베트남으로 향하는 이유다. 그러나 베트남의 장점은 단순한 저임금에 머무르지 않는다.

인구 8천만 명의 거대시장에다 동남아 지역의 맹주이기도 하다. 한마디로 20여 년 전 중국의 모습이 연상되기도 한다. 베트남 정부는 2020년에 1인당 국민소득 3,000달러에 도달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한국으로선 전략적 제휴 관계가 차원이 다르다는 게 주목할 만한 점이다. 삼성전자가 하노이에 휴대전화 해외기지를 구축해 휴대전화의 40%를 생산하면서 베트남 수출의 18%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최근 호치민 시 외곽의 첨단산업 단지에 거대한 가전 공장이 완공 직전이라서 베트남 성장의 원동력이 되고 있다.

과거엔 중국의 인건비가 급상승하자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는 기업들이 주류였던 것과는 달리 이제 베트남 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보고 시장 확보 측면에서 베트남에 진출하려는 한국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미 지난해 베트남은 일본을 누르고 중국과 미국에 이어 한국의 3대 수출 및 투자대상국으로 부상한 바 있다.

게다가 올해는 작년 12월 20일 발효된 한-베트남 자유무역협정(FTA)이 본격화될 경우 양국 간의 교류가 더욱 활발해 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으로선 베트남은 단순한 생산기지를 넘어서 전략적 동반자의 관계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물론 베트남 경제가 가야 할 길은 아직도 멀다. 외국인투자와 값싼 인건비에 힘입어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장 규모가 작은 상황에서 인건비가 오를 경우 외국인투자 열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도 관심거리다.

베트남 자체의 자본력이 취약한 상황에서 외국인투자 열기가 식을 경우 베트남의 성장세도 꺾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사회주의 체제와 개혁 개방 사이의 절묘한 균형을 취하고는 있지만 앞으로도 이러한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아직 국내적으로 개혁 개방에 대한 저항감이 만만치 않다는 요인도 존재한다. 또한 산업구조도 직물, 신발, 봉제 등 이른바 경공업 위주에 머물러 있어 갈길이 멀다.

최근 삼성전자의 하노이 공장에서 볼 수 있듯이 기술력을 갖춘 외국인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베트남 정부가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시작단계다.

그러나 풍부한 노동력과 시장을 갖춘 베트남은 20년 전 중국이 그랬듯이 국가 차원의 노력이 이어진다면 20여 년 뒤 그 모습이 상전벽해가 되어 있을 게 확실하다.

급하게 성장만을 좇지 않고 물가와 환율의 안정 속에 자신만의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 가능성은 높다.

중국의 부상으로 제조업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으로선 단순한 생산기지 차원을 넘어서 베트남과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모색할 필요가 절실하다.

베트남 전문가들은 값싼 인건비만을 좇는 것보다는 베트남 시장의 잠재력을 내다보고 진출해야 만 중국 투자에서 크게 건지지 못한 전례를 답습하지 않을 것이라고 충고한다.

※ 최성범 주필은 서울경제 금융부장과 법률방송 부사장, 신한금융지주 홍보팀장, 우석대 신문방송학과 조교수를 지내는 등 언론계 및 학계, 산업 현장에서 실무와 이론을 쌓은 경제전문가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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