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영혼의 몸짓 무녀의 사진집을 보며-어느 기자의 변신

남영진의 청호칼럼 남영진 논설고문/행정학 박사l승인2018.11.26l수정2018.12.0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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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괄목상대(刮目相對)란 이런 것인가. 이렇게 거창하게 시작하는 이유는 ‘상남자’ 후배의 변신과 노력을 보고나서다.

▲ 남영진 논설고문

종합일간지 출신 이길우 대기자 이야기다. 지난 11월20일 낙원동 이비스 호텔에서 가진 ‘무녀(巫女) 서유정의 ’아첼레란도‘(Accelerando: 점점 빠르고 세게) 사진집 발간 기념회를 보고서다. 카톡으로 초청장을 받고 “이 친구 또 무슨 바람?”이라는 의아함과 ‘무당(巫堂)과 기자’의 조합, 그리고 볼펜기자(글 쓰는 기자)부터 카메라기자(사진기자)로의 변신이 흥미로웠다.

호텔 로비에 들어서자 한복을 차려입은 여성분과 남자들이 왔다 갔다 하는 게 잔치 전 술렁임 분위기였다. 부부가 함께 입구에서 사진집에 저자 사인을 해준다. 사진집을 받아들고 좌석을 찾아가니 신문사와 혈기도(穴氣道)선배인 홍선희 선배가 먼저 와있었다. 학교후배이지만 혈기도의 선배인 차수호 도반과 함께. 맞은편에 앉아 호화 장정의 ‘신과 영혼의 몸짓 무녀 서유정의 에첼레란도’사진집을 펼쳤다.

이기자가 함경도 사령굿(망자에 대한 천도굿)인 망묵굿의 전수자인 서유정 무녀의 굿판을 1년 넘게 따라다니며 찍은 사진들을 160페이지로 묶은 사진집이다. 서 무녀는 내림굿을 받은 지 20년이 됐다. 어릴 때부터 경상도 일월산에서 공부해 신침(神針)이셨던 외할아버지가 그녀를 특별히 여겼고 그 영향으로 어머니는 마을굿의 대잡이가 되곤 했단다. 외할아버지 사후 고교 2년 때부터 신기가 나타나 대학졸업 후 직장을 잡고 결혼까지 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한국전쟁 때 월남해 문산에서 살던 함경도 박수무당인 신 할아버지로부터 ‘망묵굿’을 전수받았다. 그래서 고향인 대구와 속초의 함경도 아바이들을 위해 강릉, 두 곳에 신당을 두고 있다. 이 날도 무천연구소장을 비롯해 무술인, 조명진 진도명창, 장고 북의 조성호명인과 소리꾼, 치우천왕보존회 회원, 동방문화대학원대학 교수, 천도교 관계자, 풍류도회장, 방송작가 등 무속에 관심 있는 분들이 앞쪽 절반 좌석을 메꾸었다.

▲ 지난 11월20일 낙원동 이비스 호텔에서 가진 ‘무녀(巫女) 서유정의 ’아첼레란도‘(Accelerando: 점점 빠르고 세게) 사진집 발간 기념회 모습.

출판을 기획한 무천문화연구소 조성제 소장은 “굿은 화해동참, 해원상생을 원하는 우리 고유의 신앙”이라며 “무당은 유학 본위의 조선시대 8대 천민의 하나로 천대받았지만 이제는 힐링의 굿”이라고 말했다. 강재훈 (한겨레 사진 선임기자)은 “이 기자가 이미 무당들처럼 공수를 받은 것 같다”고 은유적으로 쓰고 있다. 강 기자는 다큐멘터리 굿사진의 대가로 ‘굿, 영혼을 부르는 소리’등 10여권의 사진집을 펴낸 김수남 작가(1949년-2006년)를 들었다. 이번에 이 기자가 자신만의 시각으로 무녀의 삶과 애환을 그려내려 노력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작가 본인도 웃으며 ‘선무당’이라 시인한다. 그는 “종교인 무교는 궁극에 대한 믿음”이라며 하늘과 땅과 신이 하나가 되는 순간을 잡고 싶었단다. 그래서 서 무녀와 함께 몽골의 성지 비얀오도르에 가서 고려때 몽골군에게 끌려간 여인들의 해원굿도 봤고 우리 샤머니즘의 시원이라는 러시아 바이칼 호수내 알흔섬의 무당바위에서의 굿판도 찍었다. 그러나 신은 보이지도 잡히지도 않았다. 만신의 간절한 함성과 몸짓만 담았단다.

이길우 기자와 특파원생활을 같이 했던 송대수씨와 박승준 인천대 중문과교수, 북경과 동경 특파원을 2번씩이나 한 이석우기자도 합류했다. 언론사 중국통 들이다. 지난봄엔 1주일간 중국을 돌며 당시의 추억도 되새기며 우의를 다진 사이다.

이 기자는 필자의 고교 3년 후배다. 그러나 우리나라 고유 행공인 혈기도의 선배로 도장에서 자주 본다. 연세대 신문방송학과를 나와 스포츠서울기자를 거쳐 89년 한겨레신문 창간 때 합류했다. 이날 성한용 기자, 유상규 코스콤감사 등 동료는 물론, 서울신문 옛 동료 등 언론계 출신들이 많았다. 혈기도의 정호성사범과 이상찬 홍윤표 신순애 피정희 이기룡 함재현 김정수 화백 등 많은 도반들도 함께 했다. 그들은 태껸시범, 이 기자가 가르치고 있는 중국 무술인 ‘팔단금’시범에도 관심이 있었다.

이 기자는 체육부기자, 95년 첫 베이징 특파원, 사업국장을 거쳐 지금은 전국을 돌아다니며 도인과 의미 있는 인물들을 찾아 사진을 찍고 인터뷰를 연재하고 있다. 대기업 홍보실장이었던 김성남친구가 이 기자랑 친해 가끔 소식을 듣고 있었는데 고교출신 언론계모임에서 만났다.

‘우월한 유전자’에 인정많고 부드럽기까지 한 그가 사진작가로, 혈기도와 팔단금의 고수로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장에서 처음 보자 “주태백 남선배가 어떻게 여길...”이라며 놀렸는데 어찌하다 벌써 2년이 지났다. 매일 새로워지는 그의 정진에 응원을 보낸다.

 

※ 남영진 논설고문은 한국일보 기자와 한국기자협회 회장, 미디어오늘 사장, 방송광고공사 감사를 지내는 등 30년 넘게 신문·방송계에 종사한 중견 언론인입니다. [이코노뉴스]
남영진 논설고문/행정학 박사  kumbokju032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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