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레드삭스 월드시리즈 우승…알렉스 코라 감독이 선사한 감동

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l승인2018.11.08l수정2018.11.0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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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뉴스=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지난달 31일 미국 보스턴 시가에서는 수만명의 시민이 운집한 가운데 보스턴 레드삭스의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 우승을 자축하는 카퍼레이드가 열렸다.

▲ 이현우 교수

알렉스 코라 감독이 이끄는 보스턴 레드삭스는 86년 만에 우승을 되찾은 2004년 이래로 4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미국 프로야구의 명문구단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당연한 성과라고 이야기 하고 있다.

MLB에서는 주로 큰 시장에 위치한 팀들이 고액의 팀 연봉 총액(payroll)을 기록하고 있는데, 다름 아닌 레드삭스가 올해 최고 연봉 구단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뉴욕 양키스와 LA 다저스도 대표적인 고액 연봉 팀으로 타 팀 팬들에게 미움을 사고 있다. 이번 플레이오프 4강에 진출한 팀들만 보더라도 전체 30개팀 중에 26위(9270만 달러)를 기록한 밀워키 브루어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고액 연봉팀들이다.

심지어 브루어스와 레드삭스의 연봉 총액은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번 플레이오프에서도 자금력을 투자한 만큼의 결과가 나온다는 정설이 들어맞았다.

이쯤 되면 경쟁적 균형(competitive balance)을 추구하는 메이저리그의 경영적 측면에서 보면 부유세(luxury [payroll] tax)의 도입이 유명무실하다고 느껴진다.

레드삭스는 약 940만 달러의 부유세를 지출하게 되었지만, 세계적으로 두꺼운 팬층을 가지고 있는 구단이기에 그 정도의 지출은 오히려 합리적인 것으로 보인다.

보스턴 레드삭스의 팬이라면 투자를 해서라도 우승을 바랄 것이기 때문이다. 나아가, 우승의 경제적 가치를 생각하면 부유세가 너무 적은 것이 아니냐는 반론이 제기되는 이유다.

스포츠에도 돈의 논리가 적용되는 것이 씁쓸하기도 하지만 모든 스포츠에서 그렇듯이 가을 야구에도 감동은 존재한다.

필자가 이번 월드시리즈에서 주목한 흥미로운 관점은 바로 레드삭스의 감독인 알렉스 코라의 행보다. 우선 LA 다저스의 박찬호 시대를 공유한 세대라면 알렉스 코라가 익숙한 인물일 수 있다. 선수로서 큰 두각을 나타내지는 못했지만 LA 다저스에서 내야수로 데뷔를 해 박찬호와 함께 활약을 했기 때문이다.

▲ 지난달 31일 미국 보스턴 시가에서 벌어진 보스턴 레드삭스의 월드시리즈 우승 자축 카퍼레이드에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페이스북 동영상 캡처

그는 보스턴 레드삭스라는 구단의 명성에 걸맞지 않은 초보감독이라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부임 첫해에 정규시즌 108승, 포스트시즌 포함 119승(역대 최대승 3위)과 월드시리즈 우승이라는 엄청난 결과를 이끌어냈다.

화려한 선수진에 비해 성적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빈번했던 레드삭스를 본인만의 리더십으로 효율적으로 운영함으로써 조직력을 완성시키고 안정적으로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이루었다.

그는 젊다는 이점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젊은 선수와 베터랑 선수 모두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소통했다. 또한, 분석과 통계를 기초로 각 선수들의 컨디션을 파악하고 팀 사기를 살피며 적절히 선수를 기용함으로써 효과적인 선수관리를 이뤄냈다.

이러한 소통과 선수들에게 판을 깔아주는 리더십은 과거 야구계의 일방적이고 카리스마적인 리더십과는 상반되는 모습이다. 코라의 우승 사례는 선수들의 문화가 바뀌면서 감독들에게 요구되는 리더십도 바뀌고 있는 추세를 반영하고 있다.

코라의 가장 흥미로운 행보는 그의 계약조건에서 엿볼 수 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벤치 코치였던 코라는 2017년 월드시리즈가 끝난 이후 레드삭스의 감독으로 부임하게 되었다.

▲ 보스턴 레드삭스의 스티브 피어스가 지난달 29일(한국시간) 월드시리즈 MVP에 등극했다.【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보스턴과 3+1년 계약에 사인한 그는 신인 감독으로서 메이저리그에서 임시감독을 제외하고는 최하의 연봉(80만 달러)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비록 다른 초임감독들의 연봉과 큰 차이가 없는 금액이지만, 보스턴 레드삭스라는 브랜드의 네임벨류에 비하면 초라한 금액이 아닐 수 없다.

더욱 놀라운 것은 알렉스 코라가 협상과정에서 돈, 인센티브, 집, 자동차 등과 관련된 문제를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오직 한가지 옵션을 관철시켰는데, 구호물품이 가득 실린 비행기를 자국인 푸에르토리코에 보내 달라는 것이었다.

당시는 푸에르토리코가 허리케인 어마(Irma)와 마리아(Maria)의 연이은 상륙으로 인해 엄청난 피해를 입고 복구에 난항을 겪고 있을 때였다. 구단 측도 이에 즉각 응답하여 구단 사장, 보스턴 시장, 선수들 그리고 코라와 함께 푸에르토리코를 방문해서 구호활동을 펼쳤다.

첫 감독으로서의 계약조건을 따질 때 자신의 이득보다는 고국을 먼저 염두에 둔 것이다. 프로의 세계에서 이것만이 옳다는 것은 아니지만 특별한 행보임에는 틀림이 없다.

이러한 행보는 경기와 관련되지 않은 부분에서 선수들의 존경을 얻게 하고, 그의 리더십의 진위(authenticity)에 분명히 힘을 싣는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그가 지도자로서, 리더로서, 어떠한 방법으로 팀을 이끌어 왔는지 추측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선수와 팬들 모두에게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다.

물론 구단의 입장에서 이를 홍보하지 않을 이유도 없다.

구단의 입장에서는 이러한 계약을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에 입각한 하나의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연결시킬 수 있었다.

전세계적으로 많은 프로 스포츠 구단들이 다양한 공헌활동을 펼치고는 있으나, 그 행동의 진실성을 소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 보스턴 레드삭스 선수들이 지난달 2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메이저리그(MLB) 월드시리즈(7전 4선승제) 4차전 LA 다저스와의 경기에서 9-6으로 역전승을 거둔 뒤 기뻐하고 있다.【로스앤젤레스=AP/뉴시스】

지속적인 헌신과 투자로 장기적인 관계적 신뢰를 이끌어야 한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남에게 인정을 받기 위해서만 하는 행동이 되어서는 안 되지만, 효과적인 노출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으로 인식이 되면 팀 정체성과 충성도를 높이는 효과가 있고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스포츠 시장의 형성과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

코라 감독의 개인적인 계약상의 손해는 보스턴 레드삭스가 우승을 이룸에 대한 부가적인 스토리텔링의 갈래를 제공했고, 스포츠를 통한 감동에 따뜻함을 입혔다.

감독 부임 첫 해에 우승과 더불어 수많은 성과를 이루어낸 그가 보스턴 레드삭스와 함께 어떤 미래를 만들어 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hwlee@tam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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