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국회가 5일 정부가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간다.

▲ 김홍국 편집위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문재인 정부의 2019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첫 전체회의를 열고, 구체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회의에는 이낙연 국무총리와 각 부처 장관들이 나와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고 국회의 원만한 심사를 당부했다. 기획재정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각 상임위 역시 전체회의를 열고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심사를 벌이게 된다.

◇ 국회, 예산안의 중요성 인식하고 구태 벗어나야

예산안은 한 해 동안의 국가의 수입과 지출을 미리 셈하여 정한 계획안을 말한다. 국가 예산안 확정은 행정부의 예산안 편성 및 국회제출, 국회의 심의·의결 과정을 거쳐 정부에 넘기는 절차로 진행된다.

국가의 예산은 한 해 동안 국가의 수입인 세입, 지출인 세출을 미리 정해놓은 것으로, 예산총칙·세입세출예산·계속비·명시이월비와 국고채무부담행위를 총칭한다.

예산은 국민의 부담인 조세를 전제로 하고 있고, 규모가 방대하며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에 국회에서 예산안을 심의, 확정한다.

예산안 확정은 행정부의 예산안 편성 및 국회제출, 국회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심의·의결, 본회의 심의·의결 과정을 거쳐 정부에 넘기는 절차로 진행된다.

정부는 예산안을 회계연도(1월1일~12월 31일) 개시 90일 전까지 국회에 제출하고 국회는 30일 전까지 의결해야 한다. 예산이 성립되면 각 중앙관서의 장은 예산배정요구서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제출하여 분기별로 예산액을 배정받아 집행한다.

예산안을 편성하는 권한은 정부에 속하며(헌법 제54조 2항, 56조, 89조 4호), 정부 내에서는 기획재정부 장관의 권한에 속한다(국가재정법 제32조). 기획재정부 장관은 매년 전년도 3월 31일까지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얻은 예산안편성지침을 각 중앙관서의 장에게 통보하고, 각 중앙관서의 장은 이에 따라 그 부담행위 요구서를 작성하여 5월 31일까지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제출하며,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에 의하여 예산을 편성하여 국무회의의 심의를 거쳐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국가재정법 제32조).

▲ 문재인 대통령이 1일 오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뉴시스

대법원·헌법재판소·감사원·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세출예산 요구액을 감액할 때에는, 국무회의에서 국회의장·대법원장 기타 당해기관의 장의 의견을 구해야 한다(국가재정법 제40조). 국무회의의 심의와 대통령의 승인을 얻은 예산안은 회계연도개시 120일전까지 국회에 제출하여 그 의결을 받아야 한다(헌법 제54조 2항, 국가재정법 제33조).

이처럼 헌법과 법률이 예산안의 처리 과정을 구체적으로 정한 것은 예산안이 미치는 국가적 영향이 심대하기 때문이다. 관료주의가 만연할 경우 정부 예산이 방만하게 쓰이거나 혈세 낭비가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국회의 예산안 심사 기능이 헌법에 규정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 적극적 재정운용으로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 만들어야

민주주의 삼권분립의 한 축인 입법부로서 국회의 예산안 심사 기능은 매우 중요하다. 국민의 혈세가 제대로 쓰이는지 꼼꼼하게 따지는 예산 심의는 국회 본연의 중요한 책무이자 의무이기 때문이다.

이번 '예산 국회'는 다른 해에 비해 더 각별하다. 올해보다 9.7% 늘어난 470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슈퍼예산'인 데다 어려운 경제 상황과 양극화를 타개할 마중물의 역할을 다해야 하기 때문이다. 민간의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기업활동이 침체됐다는 점에서 예산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해졌다.

본격적인 예산안 심사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정부의 예산안을 소상히 설명하고,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력을 요청했다.

▲ 김성태(오른쪽)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5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열린 제1차 여야정 국정상설협의체 회의에 참석하여 홍영표(왼쪽)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부터 발언하라고 손짓하고 하고 있다. 이날 회의에는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에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등이 참석했다./뉴시스

문 대통령은 시정연설에서 '함께 잘사는 포용국가'를 대한민국이 나가야 할 미래비전으로 제시하면서 “국민 단 한 명도 차별받지 않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재정 여력이 있다면 적극적인 재정 운용을 통해 경기 둔화의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양극화를 비롯한 구조적 문제에 본격적으로 대응하겠다고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예산으로, 포용국가를 향한, 중요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재정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때다. 내년 예산안은 세수를 안정적이면서 현실적으로 예측하고, 늘어나는 세수에 맞춰 지출규모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또 “포용국가와 더불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이끄는 또 하나의 축은 평화의 한반도”라며 “남북 간 철도와 도로 연결, 산림협력, 이산가족상봉 등 남북 간에 합의한 협력 사업들도 여건이 되는대로 남북협력기금을 통해 차질 없이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 정략적 여야 대결 벗어나 감시-지원 책무 다해야

문제는 정략적인 여야 대결이 펼쳐지는 국회 운영과 기득권 국회의원들의 불건전한 행태다. 일단 여야 대결은 불가피해 보인다. 민생·개혁 과제 추진을 위해 원안 통과를 주장하는 여당과 퍼주기 및 선심성 예산이라며 ‘현미경 심사’를 예고한 야당의 치열한 힘겨루기도 시작됐다. 각 상임위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 예산안의 ‘원안 사수’ 입장을, 야당은 ‘대폭 삭감’ 주장을 앞세우며 곳곳에서 대치전선을 형성할 전망이다.

▲ 5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9년 예산안에 대해서 설명한 후 자리로 돌아가고 있다./뉴시스

히히 정부의 남북협력사업 및 공공일자리사업 예산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이가 워낙 커 강 대 강 대치가 정치권 갈등을 심화시킬 전망이다.

문 대통령의 포용국가론을 뒷받침하고, 적극적인 재정 운용을 통해 정부가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향은 당연히 옳은 입장이다. 2년 연속 초과 세수가 20조 원이 넘는 상황이 계속되는 와중에 늘어난 국세 수입을 경기회복을 위해 충분히 활용하지 못했다는 문 대통령의 아쉬움 역시 적절한 지적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부정부패, 기업에 대한 감시와 압박 때문에 싹조차 잘린 시장과 기업의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건전하고 투명한 기업문화를 꽃피우도록 해야할 것이다. 시장과 기업의 참여 동기를 이끌어 내야하고, 하위 정책수단과의 불일치를 최대한 줄이는 과제 역시 더욱 중요해졌다. 이 과정에서 국민의 피땀이 베인 예산이 단 한푼이라도 헛되이 쓰이지 않도록 꼼꼼하게 세부 항목을 따지고 감시하는 것은 국회의 당연한 책무이다.

올해 예산안 정국에서 구체적으로는 일자리 예산과 남북협력 예산이 예산 심의의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먼저 정부가 고용절벽을 해소하겠다며 올해보다 22.0% 많은 23조5000억원으로 편성한 일자리예산을 꼼꼼하게 살피고, 부족하다면 더 지원을 해서라도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공공 일자리 확대가 유례없는 고용위기를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하는 데 반해 한국당은 ‘단기 아르바이트용’이라고 자체 분류한 8조원을 잘라내겠다고 비판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 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6월 12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북미정상회담을 한 모습을 이튿날인 13일 보도했다.[출처=노동신문/뉴시스]

경영학자 톰 피터스가 “경기가 좋을 때 교육예산을 2배로 늘리고, 나쁠 때는 4배로 늘려라”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사회 혁신과 민생 경제의 활력을 위한 다양한 투자와 미래에 대한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여야간 깊이 있는 토론과 세부 내역 확인을 통해 일자리 만들기를 성공시켜야 할 것이다.

◇ 일자리-남북협력 예산, 위기 타개 위한 협치 만들어야

민생경제가 최악의 침체 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이기에 정부 주장대로 경기 활성화 마중물로서 예산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졌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2년간 54조원을 쏟아부었음에도 최악의 고용참사가 진행되고 있는 현실 역시 꼼꼼하게 짚어야 할 것이다.

청년들이 일하기 원하는 진짜 일자리를 만들고 있는지, 아니면 땜질처방에 낭비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세하게 살펴봐야 한다.

특히 보수야당은 발목잡기나 무조건 반대로 일관해왔던 비생산적인 정당 활동에서 벗어나, 예산이 현재의 위기 국면을 극복하는데 제 역할을 할 수 있다면 재정이 더욱 적극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총력 지원해야 할 것이다.

남북협력기금 역시 뜨거운 감자다. 남북경협을 통해 신북방정책을 펼침으로써 우리 경제의 활력을 찾겠다는 더불어민주당은 “한 푼도 삭감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반면 남북관계의 개선 움직임에 위기의식을 느끼고 제동을 걸려는 자유한국당은 “6492억원을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20일 오전 백두산 장군봉에서 밝은 표정으로 손을 잡고 있다./평양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남북협력기금은 북한의 비핵화 및 한반도 평화와 발전을 위한 남북관계의 변화에 따라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한다. 새로운 평화와 협력의 시대를 외면한 채 북한을 비난하며 남북협력의 길을 막아서고 있는 보수층과 보수언론의 주장 역시 시대착오적인 과거형 정치에 머물러서는 안될 것이다.

북한을 변화시키고 개혁개방의 길로 나오도록 하기 위해 과거의 냉전형 사고를 벗어나, 판문점선언과 평양공동선언 및 제1차 북미정상회담이 보여주고 있는 새로운 남북관계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한 전 국민적 노력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조속히 판문점선언을 비준하고, 적대적 대북관과 냉전적 수구안보관을 버리는 한편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남북관계를 만드는 길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 “발목잡기, 묻지마반대 벗어나야” 합리적 견제감시 지켜볼 것

여야는 모두 한 목소리로 한국 경제가 엄중한 상황이라는 우려의 인식을 제시해왔다. 정략적인 예산안 정국을 탈피해 상생과 협치의 정치를 복원하는 한편 의원들의 기득권 예산이나 고질적인 쪽지 예산, 선심성 예산을 철저하게 걸러내야 할 것이다.

여당은 야당의 입장을 존중하는 협치를 펼쳐야 하고, 야당 역시 서민의 어려움을 덜어줄 민생 예산이나 새로운 한반도 지형을 만들어낼 남북협력 예산에 대해 전향적 사고와 함께 견제와 협력의 선을 잘 지켜야 할 것이다.

그동안 보여준 무조건 딴지, 묻지마 반대, 발목잡기, 막말 행태를 과감하게 포기하고, 품격과 실력을 갖춘 야당으로 재탄생해야 할 것이다.

여야 모두 불필요한 정쟁과 발목잡기, 대치전선 형성으로 시간만 보내다 막판에 부실 심의를 하는 구태를 반복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의원들이 막판에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끼워 넣는 ‘쪽지예산’은 사라져야할 정치 구태라는 점에서 재발을 막고, 혹시라도 쪽지예산을 시도하는 의원들은 다음 총선에서 유권자와 함께 엄중하게 심판해야 할 것이다.

우리 경제는 내년에 올해보다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계속 나오고 한다. 위기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예산안에 숨어있는 선심성 거품을 걷어내고 경제 체질을 강화하는 한편 불요불급한 곳을 배제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데 효율적으로 쓰이도록 해야 할 것이다.

심의과정에서 불필요한 예산이 없는지, 재정 건전성을 훼손하는 포퓰리즘 예산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고, 경제회복 및 민생회복을 위해 재정의 역할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 책임감과 역할이 더욱 막중해진 국회를 유권자인 국민은 지켜볼 것이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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