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대한민국이 참담하다.

법원이 5일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 유죄를 선고함으로써 대한민국은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이 감옥에서 자신들이 저지른 범법과 거짓말에 대해 참회를 해야하는 상황을 맞게 됐다.

▲ 김홍국 편집위원

이 전 대통령은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유죄 선고를 받은 4번째 전직 대통령이 됐다. 우리 역사를 쿠데타와 국정농단 등 범법으로 얼룩지게 한 이들에 대한 사법적 단죄를 통해 민주주의와 정의에 기초한 헌법과 대한민국을 바르게 지켜나가야 한다는 각오를 다지게 하는 역사적 재판이다.

법원은 그동안 열린 재판을 통해 각각 수형번호 503번과 716번 죄수로 불리며 25년형과 15년형을 선고받은 그들에게 그동안 저지른 각종 죄업에 대한 반성을 요구했다.

사법 절차에 불복하고 재판을 사실상 거부하며 국민적 공분을 사온 이들의 죄과에 비해 형량이 너무 적지만, 사법부가 정한 기간 동안에 절절한 참회를 통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도덕성과 법의식을 회복하길 바란다.

두 사람 모두 대통령으로 선출해주며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와 정의, 도덕성과 발전을 염원한 국민들을 배신한 죄값을 기꺼이 치르며, 참회와 반성의 나날을 겸허하게 보내야 할 것이다.

지도자의 신뢰, 도덕성, 정직성에 대한 각성 계기 돼야

공자는 위정자가 나라를 다스리는 데 있어서 꼭 필요한 것 세 가지가 무엇이냐고 묻는 질문에 식량과 군대, 국민의 신뢰를 꼽았다.

그러면서 그 중에 둘을 버려야 한다면 식량과 군대를 버리라고 답변했다. 신뢰가 없다면 국정도, 나라도, 국민도 무망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었다.

맹자는 진심편에서 “사람들에게는 모두 차마 하지 못하는 일이 있는데, 그것을 거리낌 없이 하는 일에까지 확충해서 적용하는 것이 인(仁)이다. 사람들에게는 모두 하지 못하는 일이 있는데 그것을 거리낌 없이 하는 일에까지 확충해서 적용하는 것이 의(義)이다. 사람이 남을 해치고 싶어 하지 않은 마음을 확충한다면 인은 다 실행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게 되고, 사람이 벽에 구멍을 뚫고 담장을 넘어 남의 물건을 훔치는 짓을 하지 않으려는 마음을 확충한다면 의는 다 실행할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하게 된다. 남들이 ‘네깐 것, 네 깐 것’하며 멸시하는 것을 당하고 싶어 하지 않는 마음을 확충하면 어떤 경우에도 의롭지 않음이 없게 된다”며 지도자의 도덕성을 설파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달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맹자는 양혜왕과의 문답에서도 “개와 돼지가 사람이 먹을 것을 먹는데 국가가 단속하지 않고, 길에 아사자가 있는데도 지도자가 베풀 줄을 모르며, 결국 사람이 죽고 나니 말하기를 ‘내가 한 게 아니다. 시대 탓이다’라고 한다면, 사람을 찔러 죽이고서 ‘내가 한 게 아니다. 무기가 죽였다’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다르겠는가? 왕께서 시대를 탓하는 것을 멈추시면, 천하의 백성들이 찾아올 것이다”라며, 지도자의 도덕성과 신뢰, 반성과 겸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재판은 오늘의 지도자들에게 던지는 동양 성현들의 메시지를 돌아봐야 할 중대한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다.

징역 15년, 사익 추구와 거짓말 일관한 전직 대통령의 추락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재판장 정계선)는 5일 횡령·뇌물 등 16가지 혐의로 구속기소된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다스의 실소유주임이 인정된다”며 징역 15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82억원을 선고했다.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 등 핵심적인 공소사실들이 유죄로 인정된 것은 환영하지만, 일반인들에게 엄격하게 적용되어온 다수의 혐의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린 것은 아쉬운 일이다.

현직 대통령 재직중 차명회사 관련 소송비를 대기업에 대납시키고, 국회의원 등 공직을 미끼로 뇌물을 받아챙긴 행위는 인면수심의 범죄 그 자체다.

다스 소송비용 중 61억원을 삼성에 떠넘겼을 뿐 아니라 16억원과 4억원을 받고 우리금융 회장과 비례대표 국회의원 자리를 매관매직한 것, 국정원장 자리 유지 대가로 10만 달러를 챙긴 행위 등이 모두 유죄로 인정됐다.

청와대 비서관·행정관들에게 다스 소송비용이나 차명재산의 상속세 등에 대해서까지 검토를 시킨 행위는 무죄를 받았으나, 지시한 행위 자체는 인정됐다는 점에서 참담할 수밖에 없다.

역시 핵심은 ‘다스’였다. 재판부는 이날 선고 공판에서 “2007년 대통령선거 기간 내내 다스 및 BBK 관련 의혹이 제기되고 특검까지 꾸려졌음에도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은 결백을 주장한 피고인을 믿고 기대한 다수 국민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국민을 속이고 거짓말을 했던 그의 행태를 비판했다.

▲ 이명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 공판이 5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리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출석 했다. 재판장인 정계선 부장판사(가운데)와 재판부가 입장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뉴시스

법원은 이 전 대통령이 다스 설립 때부터 자금을 모두 대고, 핵심 간부들을 자기 사람으로 임명한 뒤 회사 운영상황도 정기적으로 보고받으며 20년 가까이 비자금을 빼내 썼다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했다.

법원은 처남이 재산관리인이었고 문제의 서울 도곡동 땅 매각대금 역시 그의 소유라는 사실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스를 실소유하며 장기간 횡령하고 범행 당시 국회의원, 서울시장으로 활동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그의 반성을 촉구했다.

특히 이번 재판에 대한 국민적 관심의 핵심 쟁점은 ‘다스 소유주가 누구냐’였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7부는 이에 대해 ‘다스는 이 전 대통령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스 설립 자금을 대는 등 모든 과정에 이 전 대통령이 적극 관여하고, 유상증자 자금원인 도곡동 땅 매각대금이 이 전 대통령 소유이며, 이 전 대통령과 아들 시형씨가 주요 경영권을 행사하고, 장기간 상당액의 다스 자금이 이 전 대통령을 위해 사용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2007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 때부터 11년 동안 법과 정치적 논란이 돼온 다스 실소유자 문제에 대한 최초의 사법적 판단이 내려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판결이다.

파렴치한 거짓된 삶, 중대한 범법행위 철저 단죄해야

재판부는 뇌물 수수 등 이 전 대통령의 혐의와 관련해 “대통령 직무의 공정성과 청렴성을 훼손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공직사회 전체의 인사와 직무집행에 대한 신뢰를 뿌리째 뽑는 행위로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책임을 주변에 전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어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질타했다.

▲ 박근혜 전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13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80차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재판부가 밝힌 대로 이 전 대통령은 검찰 수사가 시작된 이후 재판 과정에 이르기까지 반성 대신 부인과 변명으로 일관했으며, 진술과 출석을 거부하며 사법절차를 모두 부정해왔다.

‘정치 보복’이라는 비난과 함께 선고공판에 대해 “전직 대통령의 입·퇴정 모습을 국민이나 해외에 보여주는 것은 국격 유지나 국민 단합을 해치는 일”이라는 황당하고 뻔뻔한 변명으로 일관한 그의 모습은 파렴치범 그 자체다.

이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재판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1심에서 징역 24년과 벌금 180억원을 선고받았고, 지난 8월 24일 열린 항소심에서는 징역 25년과 벌금 200억원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국정원 특수활동비 유용 등으로 선고된 8년형을 더하면 하급심에서 선고된 형량만 33년에 이르는 중대한 범법행위에 대한 단죄를 받고 있다.

2심 재판부가 밝혔듯이 ‘정치권력과 경제권력의 부도덕한 거래로 민주주의 본질을 훼손’하고 ‘표현·예술의 자유 등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등 헌법질서를 철저히 파괴한 중죄에 대한 당연한 법적 단죄임에도 불구하고, 건강상 이유로 출석이 어렵다는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채 사실상 재판을 거부하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 진정한 참회와 대국민사과 해야

대법원의 확정판결까지 재판의 진행 절차는 남아있으나, 국정농단과 국기문란 행위를 통해 대한민국의 국기를 흔들었던 이들의 범법에 대한 단죄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특히 재임 중 국정원과 군·경찰 등의 인터넷 댓글 공작과 관련해 직접 지시한 혐의, 쌍용자동차 노조 파업에 대한 강경 진압 등 국가폭력 사건의 책임, 4대강 사업과 해외자원 개발 게이트 등 사자방 의혹에 대해서도 철저한 수사를 통해 엄정한 단죄가 이뤄져야 한다. 후속 수사도 성역 없이 더욱 엄정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4월 6일 전국 유권자 500명을 전화 설문 조사한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1심 재판 형량이 '부족하다'는 여론은 47.8%, '과하다'는 28.9%였다./뉴시스 그래픽

더불어 두 전직 대통령의 진정한 참회와 대국민 사과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모든 혐의에 대해 측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국민들에게 사과하지 않았던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사법절차에 따라 재판에 충실하게 출석해 재판절차에 적극적으로 협조를 하는 한편 대통령을 지낸 사람으로서 대국민사과와 함께 참회하는 모습으로 반성의 시간을 보내야 할 것이다.

사법부는 두 전직 대통령 관련 사건에 대해 철저한 진상 조사와 처벌을 통해 다시는 국정농단과 국기문란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한민국의 헌법과 법률을 수호하고, 국기를 엄정하게 세워야 할 것이다. 이것이 참담한 국민들을 위로하고, 민주주의와 정의에 가득한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는 길일 것이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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