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불안에 원·달러 환율이 상승세지만 1,130원선은 넘지 않고 있다.

1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대비 1.1원 오른 1,129.5원에 거래를 시작해 1,130원을 넘지 않은 채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 서울 중구 KEB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정리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미중 무역전쟁의 여파로 신흥시장 통화가 17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통신은 10일(현지시간) 브라질의 헤알과 아르헨티나 페소, 터키 리라, 인도 루피 등이 신흥시장 통화의 하락세를 주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브라질의 헤알은 다음 달 치러지는 선거를 둘러싼 정정 불안이 심화되면서 가장 큰 낙폭을 보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 결정으로 한때 회복세를 보이던 아르헨티나 페소는 마우리시오 마크리 대통령이 IMF 구제금융을 조기 집행해달라는 요청을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폭락세로 돌아섰다. 마크리 대통령의 이런 요청은 아르헨티나의 금융 상황이 매우 어렵기 때문인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터키 리라화는 터키 정부가 쿠르드 테러 조직 지원 및 간첩죄 혐의로 체포된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석방을 거부하면서 미국과의 갈등이 불거지기 시작한데다가 경제성장률마저 시장 전망치보다 낮게 나오면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인도 경상수지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루피화 가치도 연일 최저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뉴시스에 따르면 문제는 신흥국 통화가치의 폭락세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골드먼삭스는 신흥국 통화들이 지난 2017년 4월 이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자신들의 모델을 통해 분석한 결과 앞으로도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투자자들이 최근 4조 5000억 달러 규모의 신흥국 통화를 팔아치우면서 MSCI 신흥시장 지수는 20년 평균치 밑으로 떨어졌다. 블룸버그통신은 MSCI 신흥시장 지수가 20년 평균치 아래로 떨어지는 시점에서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는 게 통상적인 경우였지만 지금은 그런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폭락세로 인해 신흥국 통화들은 저평가된 영역으로 들어섰지만 지난 2016년 초에 비해서는 그리 낮게 평가된 수준은 아니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신흥국 통화가치가 이처럼 줄줄이 급락세를 보이는 배경으로 미중무역전쟁을 꼽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예고한대로 2000억 달러(약225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추가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물론 거기에 더해 2670억 달러(300조원) 규모의 제품에도 관세를 물릴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자신의 전용기에서 기자들을 만나 “우리가 이야기하고 있는 2000억 달러의 관세부과는 중국과의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나느냐에 따라 매우 빨리 이뤄질 수 있다. 어느 정도는 중국에 달려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런 말을 하기는 싫지만, 내가 원하면 짧은 공지 후 준비할 수 있는 또 다른 2670억 달러 규모의 추가관세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런 발언은 중국의 대미수출액 전체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위협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중국의 대미수출액은 5056억 달러(약 568조원)이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미 산업기계나 반도체 등 500억 달러(56조4000억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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