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와 아르헨티나의 통화 급락 사태에 따른 경제 위기가 각국으로 번져나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신흥국 증시가 동반 하락했다.

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날 신흥시장 800개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FTSE 신흥국지수는 1.7% 하락하며 3주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했다. FTSE 신흥국지수는 6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2017년 7월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다.

신흥국 증시는 1월 고점을 찍은 뒤 20% 이상 하락하며 '베어마켓(약세장)' 진입했다.

신흥국 외환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아르헨티나 페소화는 달러당 38 페소, 터키 리라화는 달러당 6.8 리라 수준의 약세를 이어가고 있다. 또 인도네시아 루피아화는 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이후 최저치로 떨어졌고, 남아프리카 랜드화는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왔다.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이 전반적인 신흥국 주식, 채권, 통화 비중을 줄이려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터키와 아르헨티나의 주식·통화의 하락세는 다소 진정됐지만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나이지리아, 홍콩 등에서는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뉴시스에 따르면 핌코의 신흥시장전략가 진 프리다는 "우리는 지금까지 특이한 충격을 받아 왔지만 지금은 일반적인 매도세의 느낌"이라며 "일부 투자자들은 지금 (신흥시장에서) 나가길 원한다"고 말했다.

미국 수탁은행 스테이트스트리트의 드와이퍼 에번스는 "사람들은 이제 특정한 이슈를 넘어 위기 전염을 더 많이 고려하고 있으며, 어떤 경제가 더 취약한지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9월25~2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도 신흥 시장에서 자금 유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지난 10여년 동안 신흥국들의 달러 표시 부채는 두배 이상 늘어 3조7000억 달러 규모까지 확대됐다. 달러 강세, 신흥국 통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외화부채 비율이 높은 일부 신흥국들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이 2000억 달러 규모의 대중 관세 부과를 앞두고 있는 점도 신흥국 경기 위축에 대한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또 미국의 이란 제재로 국제유가가 상승할 경우 석유 수입량이 많은 신흥국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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