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구조개혁은 뒷전이고 단기부양책만 쓴 부총리'라는 평가가 가장 아쉽다고 꼽았다.

세월호 사고 직후 경제가 자신감을 잃은 상황에서 구조개혁에 돌입하려면 체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부양책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 최경환 부총리/뉴시스 자료사진

최 부총리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재부 출입기자단과 가진 송년다과회에서 "취임 첫 일성이 '구조개혁'이었다"며 "구조개혁의 필요성을 어느 정부, 어느 부총리가 몰랐겠느냐만 욕 먹기 싫어 수십 년간 미뤘던 것인데 첫 발을 뗐다는 데 의의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세월호 국면에서 분위기를 반전시켜 다시 시동을 걸어야겠다는 절박한 심정에서 '지도에 없는 길을 가겠다', '구조개혁 안 하면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따라간다' 등의 발언을 해 왔다"며 "일부에서 구조개혁은 하나도 안 하고 돈만 풀었다는 평가를 내리는 것은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조개혁이 어느 한 순간 한다고 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공감대가 형성됐고 공무원연금개혁 등 기본적인 성과도 냈다"며 "앞으로 노동개혁 등이 뒷받침되면 차차 많은 성과가 시간을 두고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정부양책, 저금리 정책 등은 구조개혁 시작 전에 경제의 체력을 회복시키기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였다는 게 최 부총리의 시각이다.

그는 "환자를 수술할 때도 체력을 유지하면서 수술을 해야지 체력도 유지 안되는 상황에서 구조개혁을 한다면 누가 동의해 주겠느냐"며 "객관적 평가야 국민들이 해 주는 것이지만 (단기부양책과 구조개혁) 그런 부분을 조화시켜 나가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밝혔다.

또 "취임한 2014년 3분기 이후를 보면 성장기여도 대부분이 정부 재정 덕분"이라며 "마중물이 없었으면 우리 경제성장률은 1%대에서 왔다 갔다 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저금리가 이어져 가계부채가 늘어났다는 지적에도 '저금리 때문에 빚이 늘어 나라가 망했다'는 식의 표현은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돈을 푼다는 것은 경제 각 분야의 활동성을 증가시켜 경제를 살리고자 하는 것인데 저금리의 효과가 난다는 것은 곧 가계와 기업에 화폐수요가 있다는 뜻"이라며 "저금리로 돈을 빌려 돈을 펑펑 써버렸다면 상환능력이 문제가 되겠지만 대출을 받아서 투자를 하고 자산을 늘렸다면 동전의 양면이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보수 정권의 경제부총리로서 가계소득증대패키지를 도입하고 최저임금을 2년 연속 큰 폭으로 올린 것은 굉장히 어려운 결단이었다고 토로했다.

최 부총리는 "취임할 때 보니 가계소득 증가속도가 정체 상태에 있었다"며 "경제의 가장 기본 유닛인 가계가 멈춰서는 경제가 돌아갈 수 없다는 판단에 가계소득증대패키지를 썼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 정권의 경제부총리가 그런 정책을 쓴다는 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최저임금을 2년간 7%대로 인상한 것도 어려운 결단이었다"라며 "이 부분들이 내수 위주 회복에 큰 밑거름이 되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가장 아쉬운 점으로 청년실업을 시원하게 해소하지 못한 것을 짚었다. 취업을 위해 많은 공부와 준비를 하는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측면에서 미안하다고도 했다.

최 부총리는 "경기, 구조적 문제 때문에 청년실업이 해소되지 못한 점은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숙제로 남겨두고 간다는 게 아쉽지만 후임이 오셔서 잘 이끌어 주실 것"이라고 기대했다.

곧 '평의원' 신분으로 국회로 돌아가는 최 부총리는 "일단 쉬고 싶다"고 털어놨다. 1년 반 정도 부총리를 하면서 얻은 가장 큰 소득은 '금연'이라고 답했다.

그는 "우선 당면한 제 선거를 잘 치러야 하고 소속한 당에서도 나름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도 "부총리를 그만두면 아무리 바빠도 건강검진도 받고 얼마간 쉬고 싶다"고 밝혔다.

최 부총리는 "항간에 '요즘 최경환 담배 다시 핀다더라' 하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사실이 아니다"라며 "올해 1월1일 0시부터 단 한 모금도 안 피웠고 담배를 손에 꼽아보지도 않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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