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폭락 사태가 다소 진정되는 모습이다. 터키 금융당국의 시장 안정화 조치와 카타르의 대규모 투자 약속으로 시장 심리가 호전되면서 달러 대비 리라화 가치가 반등했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이날 오후 리라화 가치는 전일 대비 약 5% 상승한 달러당 6.04 리라를 기록 중이다. 리라화는 10일과 13일 이틀 동안 약 20% 폭락했지만 14일부터 14% 가량 상승하며 진정 국면을 맞고 있다.

터키 은행규제감독기구(BDDK)는 지난 13일 은행들의 통화 스와프, 외국환 선물거래 등의 거래를 자기자본의 50%로 제한하는 시장 안정화 조치를 내놨다. 하지만 이후에도 리라화 하락세가 진정되지 않자 BDDK는 이틀 만에 이 비율을 25%까지 추가로 낮췄다. 이에 따라 은행들이 시장에 리라를 공급할 수 있는 능력이 크게 위축됐다.

뉴시스에 따르면 터키의 강력한 동맹국인 카타르가 대규모 투자 약속을 한 것도 시장 심리를 안정시켰다.

터키 대통령궁은 15일 카타르 정부가 터키에 150억달러(약 16조9425억원) 규모의 직접 투자를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터키에 대한 외국인 직접투자 108억 달러보다도 더 큰 규모다. 한 터키 관리는 FT에 "금융 시장에 빠르게 자금이 공급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표시했다.

리라화가 적정 가치에 비해 너무 크게 하락했기 때문에 매도세가 진정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제금융협회(IIF)는 리라화의 적정 가치를 달러당 5.50 리라로 추정했다.

그러나 이번 리라화 폭락 사태를 촉발한 미국과의 갈등이 계속 고조되고 있어 사태가 악화될 위험은 여전히 남아 있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15일 양국간 분쟁의 단초를 제공한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석방 문제와 관련해 "범죄를 저지른 사람은 모두 사법 처리 대상"이라며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어떻게 대우했는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브런슨 목사가 석방돼도 터키산 제품에 대한 관세부과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일 브런슨 목사의 석방 협상이 진전되지 않자 터키에 대한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2배 올리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터키는 15일 미국산 자동차(120%), 주류(140%), 잎담배(60%) 등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며 미국에 정면으로 대응했다.

터키 경제가 여전히 신흥국 중 가장 취약한 상황이라는 점도 불안 요인이다. 터키의 인플레이션은 16%에 달하고, 쌍둥이(경상수지·재정수지) 적자가 심각한 상황이다. 여전히 리라화 가치는 연초 대비 37%나 낮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기준 금리 인상과 재정 긴축 등 근본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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