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최아람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열린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2016년 국정농단 사태부터 햇수로 9년째 이어진 사법 리스크가 다소 해소됐다.
2심과 대법원 상고심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만 이 회장이 경영 활동에 보다 매진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다.
이에 본격적인 '이재용식 뉴삼성' 구축이 어떤 식으로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의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이 어떻게 이뤄질지도 관심사다.
재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행위·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 회장에게 "이 사건 공소사실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시절 이 회장에 대한 수사와 기소를 이끌었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재판에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국제경제에서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삼성그룹의 위상에 비춰서 이번 절차가 소위 사법 리스크를 일단락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며 “금융업무를 담당하는 공직자 중 한 사람으로서 말씀드리자면 삼성그룹과 이재용 회장이 이번 재판을 계기로, 경영혁신이나 국민경제에 대한 기여에 족쇄가 있었다면 심기일전할 기회가 되면 좋지 않겠나 싶다"고 말했다.
이번 무죄 선고로 향후 이 회장의 '뉴삼성' 구축을 위한 경영 행보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안팎에서는 대규모 투자 결정이나 M&A 추진 등에 대한 기대감도 큰 상황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11월 결심 공판 최후 진술에서 "저에게는 기업가로서 지속적으로 회사의 이익을 창출하고, 미래를 책임질 젊은 인재들에게 많은 일자리를 제공해야 할 기본적 책무가 있다"며 "이런 책무를 다하기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겠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미국 애플에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 1위 자리를 13년 만에 내준 데 이어, 반도체 매출도 미국의 인텔에 1위 자리를 뺏겼다.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 업황이 반등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 초격차를 되찾고 주도권을 잡는 데 사활을 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7년 전장·오디오 기업 하만을 국내 기업의 해외 기업 M&A 사상 최대 규모인 80억 달러에 인수했다.
하만은 2017년 이재용 삼성전자 당시 부회장이 직접 지휘한 빅딜이다. 하만 인수 이후 6년 이상 삼성전자는 의미있는 M&A가 이뤄지지 못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삼성의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대형 M&A를 착실히 하고 있다"며 M&A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리기도 했다.
이에 굵직한 M&A 등을 주도 면밀하게 진행할 수 있는 강력한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삼성준법감시위원회 3기 위원장을 연임하게 된 이찬희 위원장 역시 "작은 돛단배에도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지만 삼성은 어마어마하게 큰 항공모함"이라며 "개인적 신념으로는 그룹 컨트롤 타워 복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무죄 판결로 인해 미래 먹거리 확보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장기 해외 출장도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글로벌 빅테크 최고경영자(CEO)들이 전 세계를 누비며 네트워크를 쌓고 신사업 발굴에 나섰지만 이 회장은 일주일에 1∼2번씩 재판에 출석하느라 상대적으로 해외 출장에 많은 제약을 받아왔다.
만약 검찰이 항소를 안 하고 이대로 사법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이 회장의 등기임원 복귀도 한층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4대 그룹 총수 중 미등기 임원은 이 회장이 유일하다.
삼성전자 이사회는 지난 2022년 10월 27일 이 회장의 승진 안건을 의결하며 책임 경영 강화와 경영 안정성 제고,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을 제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