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박병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겸임교수] 패럴런트(Parallent)를 위해 비영리 사단법인 설립을 준비하고 있는 필자가 중견 이상의 미술작가들을 만나서 뭘 도와주면 될는지 물어보면 대다수는 해외로 진출하길 희망한다고 한다.

박병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겸임교수
박병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겸임교수

패럴런트는 장애가 있는 개인 중에서 뛰어난 재능이나 능력을 지닌 사람들을 의미한다.

자기들의 작품을 해외에 소개하고 해외에서 본인의 역량을 펼치고 인정받길 간절히 원하는데 왜 그럴까?

국내에서도 예술작품들이 수집가나 애호가에게 거래가 되긴 하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에 비해 시장의 크기도 작고 소수의 작가와 평론가들에 의해 큰 영향을 받고 있으며 그래서 작가들은 자기 작품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거래되기에 해외로 진출하고싶어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K아트에서의 코리아 디스카운트

필자가 오래 몸담은 한국의 주식시장에서는 국내기업이 비슷한 사업을 통해 같은 수준의 어닝(earning)이나 실적을 올려도 미국이나 다른 선진시장에 있는 기업들에 비해 시장에서 낮게 주식가격이 형성되어 거래되고 있다. 이를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부른다.

어닝은 사전적 의미로서 소득, 이익, 수입 등을 말하는데 주식시장에서는 기업의 실적을 의미한다. 기업의 영엽이익, 순이익 등을 어닝이라고 표현한다.

주식시장에서의 디스카운트는 우리가 분단국가에서 살고 있고 정치나 경제 등의 측면에서 다른 선진시장보다 환경변화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으며 기업들의 낮은 주주환원율 등의 이유로 인해 형성되었기 때문에 어떤 면에서는 불가피하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지만, 예술 시장에서 국내 작가의 작품에 대한 디스카운트는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

주식에 대한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해외투자가들이 유사한 사업을 영위하는 해외기업보다 나은 실적을 거두어도 국내주식의 시장가치를 낮게 보고 투자하는 것이 주된 이유이다.

하지만 국내 작가들의 작품은 해외에서는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받아도 국내에서는 낮게 평가받는 국내시장의 자발적인(셀프) 디스카운트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고(故) 이원형 작가와 고 알베르토 자코메티

이러한 필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조각가인 한국 태생의 이원형 작가와 스위스 출생의 알베르토 자코메티 두 분을 소개하려고 한다.

1946년생인 이원형 작가는 3세 때 소아마비로 장애인이 되었고 장애인을 돕는 의사가 되겠다며 의대에 합격했지만 장애인이란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했다. 미국으로 넘어가 페퍼다인 대학을 수석 졸업하고 LA시립 중앙미술관에서 초대전을 치르며 작가의 길을 시작하여 캐나다에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하였다.

그의 작품은 콩고의 대통령궁, 영국의 프라이드 오브 더 밸리(Pride of the valley) 공원, 캐나다 윈저공원, 멕시코 마카이(Macay) 박물관, 피터 그레이 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으며 국내에서도 모산미술관, 분당 메모리얼파크, 남서울 컨트리클럽, 휘문고등학교(작가의 출신고교) 등의 조각공원에서 감상할 수 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이탈리아 혈통으로 1901년 스위스에서 출생하여 주네브(제네바) 미술학교에서 공부한 후 프랑스 파리의 조각가 앙투안 부르델(로댕의 조수)의 아틀리에에서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하여 20세기를 상징하는 조각가로서 모더니즘의 정수를 대표하는 많은 작품을 남겼다.

◇ 공통점이 많았던 두 위대한 작가

앞에 언급한 두 명의 세계적인 조각가는 인물 형상에 초점을 둔 작품들을 많이 제작하였다. 비전문가인 필자의 시각으론 제작 기법과 예술관이 비슷하게 보인다. 또 태어난 나라보단 해외에서 활동을 많이 했으며 명성과 평판이 출생 국가를 벗어나 세계적이라는 점, 집안이 훌륭하고 신체에 장애가 있었고 지금은 세상을 떠났다는 점과 같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 한국에서 열린 알베르토 자코메티 특별전에서

알베르토 자코메티는 2018년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가 코바나컨텐츠 회사의 대표 시기에 자코메티 재단과 협업하여 예술의 전당에서 국내 최초로 연 특별전을 통해 국내에 소개되었다. 20세기를 상징하는 예술가이자 조각가의 작품을 국내에서 감상할 수 있었으니 분명 큰 성과임에는 분명하다.

언론에서는 찬사와 함께 동 작가의 작품 중 “걸어가는 사람(walking man)”의 가치가 3,800억 원에 달한다는 주최 측의 주장을 거르지도 않고 그대로 홍보하면서 사람들의 호기심과 관심을 끌어 전시회는 크게 성공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작품 가치를 그렇게 높게 평가한 것에 대해 필자는 불만이 없다. 다만 국내의 현행 관습이 한국 예술인들의 작품과 가치에 대해서는 냉정하고 너무나 객관적이라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경매에서 가격이 입증되지 않으면 그 가치를 해외 예술가만큼 높게 봐주지 않는다. 앞에서 말한 셀프 디스카운트이다.

◇ 부산 최고층 빌딩인 엘시티에 설치된 예술작품의 예

또 다른 예를 들 수 있다. 부산 최고층 건축물이며 해운대의 명물로 100층이 넘는 엘시티(아래 사진 중 상)에 2019년 후반에 국내에선 보기 드문 큰 금액의 예술작품이 매입되어 설치되었다.

 

시행사업자의 자발적인 결정이라기보다 문화예술진흥법상 연면적 1만m2(약 3,030평) 이상 건축물에는 건축비용의 일정 비율에 해당하는 금액을 미술품에 설치해야 하는 규정 때문일 것으로 이해된다.

약 28억 원의 미술품 투입비용 중 최고가의 작품은 아르헨티나 출신의 파블로 레이노소(Pablo Reinoso) 작가의 “부산의 무한한 선(Busan Infinity Lines)”이라는 작품(아래 사진 중 하)으로 매입금액이 10억 원을 넘었다고 한다.

그런 고가의 작품이지만 부산 해운대 엘시티에는 십여 차례 이상 가 보았어도 작품 감상에 빠진 시민들의 모습은 본 적이 없다.

◇ 우리 작가의 작품부터 소중하고 귀하게 여겨야 K아트의 꽃이 필 것

시대를 다르게 활동하기는 했으나 세계적으로 활약한 두 명의 조각가의 작품에 대한 가치평가나 태도를 보면 너무나 큰 차이가 나고 부산 엘시티에서는 국내 작가보다는 해외 작가의 작품이 비싼 가격으로 선정되어 설치되어 있다.

비록 작품의 가격 결정은 수집가와 전문가의 영역이어서 비전문가들이 간여할 여지가 많지 않지만 이제 명실상부한 K컬처의 시대, 우리의 문화를 세계화하려면 우리의 것을 우리가 먼저 소중히 여기고 귀하게 생각해야 한다.

아트(Art)도 문화의 한 축이니 우리 작가들의 작품부터 제대로 된 가치를 알아주면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예술작품을 사랑하는 애호가들도 국내 작가들을 더 많이 사랑하고 제대로 된 가치로 평가해주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다. 그래서 우리의 중견 작가들이 비용이 많이 드는 해외로 굳이 나가지 않아도 되도록 갑진년 새해의 바람을 가져본다.

※ 박병호 한국패럴런트후원협회(가칭) 대표 겸 숭실대 벤처중소기업학과 겸임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IB사업본부장, 리서치본부장, 우리금융지주 IR담당임원, 중견제조업체의 대표를 지내는 등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최근에는 비영리 사단법인 한국패럴런트후원협회(가칭)를 만들어 패럴런트의 취업과 후원/지원을 위해 헌신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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