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 이사회가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즉시연금 미지급금 일괄지급 권고를 부결하고 법원판단을 따르기로 했다.

삼성생명은 26일 오후 이사회를 열고 상속만기형 즉시연금 상품의 처리 안건을 논의한 결과 "법적 쟁점이 크고 지급할 근거가 명확치 않아 이사회가 결정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났다"며 "법원 판단에 따라 지급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수정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에서는 금감원이 요구한 즉시연금 상속만기형 가입자에게 미지급금을 일괄지급하는 안건에 대해 논의했다. 미지급금 4300억원(5만5000건)을 지급할 것인지를 놓고 2시간여 회의가 진행됐지만 이사회의 반대로 결국 부결됐다.

앞서 윤석헌 금감원장은 25일 국회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즉시연금 소비자 피해의 1차 책임은 보험사"라거나 "직권남용 우려에도 소비자 보호를 위해 필요하다"며 초강수를 뒀다.

삼성생명은 법원 판단과는 별개로 소비자 보호를 위해 즉시연금 일부는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가입설계서 상의 최저보증이율시 예시 금액'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사회는 "고객보호 차원에서 이를 검토해 집행할 것을 경영진에게 권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유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재점검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약관의 작성과 개정, 보험금 지급, VOC 및 민원처리 프로세스를 재점검해 획기적으로 개선할 것"이라며 "그 결과를 이사회에 보고하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즉시연금이란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료 전액을 일시에 납입하면 그 다음달부터 매달 연금이 지급되는 보험상품이다. 보험이 만기됐을 때 만기보험금을 지급하는 '만기환급형 즉시연금'과 그렇지 않은 상품으로 구분된다.

일괄지급 논란은 지난해 삼성생명 즉시연금 가입자가 계약보다 적은 연금이 들어왔다고 민원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민원인은 연금을 사업비 등 명목으로 공제한 뒤 지급한다는 점이 약관에 명확하게 담겨있지 않았는데 공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는 연금을 과소지급한 부분을 추가 지급하도록 결정했다. 금감원은 지난 3월 모든 생보사에 관련 민원제기시 분조위 결정을 참고할 것을 통보했다.

대상 미지급금은 삼성생명이 약 4300억원, 업계에서는 최대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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