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은 23일 김영삼 정부의 IMF(국제통화기금) 환란위기와 관련, "사실은 그 직전까지도 김 대통령께서는 한국경제가 순탄하게 가고 있다는 (참모들의) 보고를 받으셨다"고 밝혔다.

윤 전 장관은 이날 C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제가 청와대 근무를 하다가 이제 내각으로 나간 게 8월 초였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이 22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김영삼 전 대통령 빈소로 들어서고 있다./뉴시스

YS 정권 당시 청와대 대변인 겸 공보수석을 지낸 윤 전 장관이 환경부 장관에 임명된 건 1997년 8월로, YS가 IMF 구제금융 신청(1997년 11월) 3개월 전까지 경제낙관론을 보고받았음을 강조한 것이다.

이와 관련 윤 전 장관은 "이분은 경제정책에 대해서 조예가 다른 분야에 비해서는 좀 떨어지는 분이기 때문에 자연히 맡겨놓고 계시다시피 했다"면서 "경제 관료라든지 많은 분야의 고위 공직자들이 있으니까. 그 사람들에게 맡기셨다"고 밝혔다.

그는 "사실은 여러 사람이 한국 경제가 점점 어려워진다는 얘기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떤 영문인지 대통령께서는 늘 한국경제가 연착륙을 했다는 식의 보고를 받으셨다"며 "그러니 IMF가 터지고 얼마나 크게 낙담하셨겠나"라고 반문했다.

그는 "자존심도 강한 분이고, 나름대로 어떤 긍지를 가지고 계셨던 분인데, 아드님 사건으로 상처를 많이 받은 상태로. 다시 이제 공적으로 정책의 실패잖아요, 말하자면. 그 책임은 대통령이 궁극적인 책임을 지게 마련인 거죠"라며 "그러니까 거기에서 얼마나 많은 상처를 받으시고 했을지 짐작이 가요"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 22일은 18년 전 김 전 대통령이 IMF 구제금융 신청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날과 겹친다는 사실에 대해 "11월 22일이 김 대통령께 안 좋은 날인가 보다. 공교롭게 그렇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윤 전 장관은 김 전 대통령의 또다른 실책으로 노동법 날치기 처리 사건을 들었다.

그는 "저는 임기 말에 노동법을 날치기 통과시킨 게 있어요. 그게 굉장히. 그것 때문만은 아니지만 문민정부가 법안을 날치기 통과했다는 것은 그 자체가 하나의 오점이기도 하고. 그게 큰 후유증을 가져왔다"며 "야당과 노동계가 극렬하게 반발해서 안 그래도 임기 말에 점점점 여러 가지 사건이 있어서 국정 수행의 동력을 많이 잃은 상태에서 그런 일이 벌어지니까 국정쇄신이 결정적으로 어렵게 됐다"고 자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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