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추덕 배재원] 물의 추억 

어릴 적에는 ‘물에 물탄 듯, 물 같은 사람’이라는 얘기는 꾸지람이었다.비가 내리고 도랑에서 미꾸라지 잡던 것은 즐거운 추억이고
터벅터벅 노란 장화는 빛물 튀기는 놀이였다. 온 동네 어른들이 등교 길 업어서 건네주던 냇물은 사랑이었고 
장마비가 내린 후 마을 앞 냇가에 황토물이 다리를 집어삼키고
커다란 나무둥치와 호박이, 어미돼지까지 두둥실 떠내려가던 모습은 무서움이었다.
예천 명봉사 계곡에서 가재 잡던 소소한 즐거움은 갑작스런 소나기와 우당탕 계곡물에 혼비백산했었다.

추덕 배재원
추덕 배재원

가파른 오르막 등산길에서 한 모금 귀한 물은 생명수였고 오순도순 도란도란 약수터의 풍경은 정다움이고 창을 타고내리는 빗물은 첫사랑 그리는 눈물이다. 
주사바늘 속으로 들어가는 링거액은 생명유지의 필수영양이고 내리꽂는 소변줄기는 시원한 배설이다. 
물을 담는 그릇은 간장종지부터 국그릇, 큰 다라이, 욕조, 풀, 수영장을 지나 연못, 댐, 호수가 되고 개울, 실개천, 내, 강, 바다에 이르듯 사람의 크기를 담아낸다.    
   

물은 기체, 액체, 고체의 세 모습으로 있으니 
물은 세상 모든 곳에 존재하는 것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다.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고 
물은 있는 곳에서 없는 곳으로 이동한다.
물은 세상 꼭데기 에서부터 가장 무심한 아래쪽까지 닿는다. 
물은 뭉친 것을 풀어 헤치기도 하고, 엉겨 굳히기도 한다.
물은 가다가 막히면 돌아갈 줄 알고
물은 멈춰서 힘을 비축했다가 한 번에 터트릴 줄도 안다.   

물이 4대(四大) 지수화풍(地水火風)을 만나면 세상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고
물이 건곤감리(乾坤坎離) 괘(卦를) 만나면 우주가 된다. 
물이 수승화강(水昇火降)을 만나면 생명이 되고  
물이 ‘상선약수(上善若水)’를 만나면 철학이 되고, 사상이 된다.비로소 똥물도 약이 되고, 큰 바다 대양(大洋)을 품게 된다. 
물에 물탄 듯, 물 같은 사람이 되는 소박한 꿈을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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