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추덕 배재원] 東夷의 꿈은 紅山에 피고
三元의 조화는 赤峰에 걸려있네
칠천년 뿌리내려 이제사 하루낮밤 지났으니 
弘益, 시위없는 大弓에 살을 실어 보내다.“

弘益人間은 우리민족의 건국이념이다. ‘이상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생각이나 견해’를 理念이라 하는데, 우리민족을 하나 되게 엮어주는 최고의 가치를 ‘홍익인간’으로 삼았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하고 놀라운 사실이다. 한 시대를 이끌어가는 어젠다(얘기거리, 주제)를 넘어 세대와 세대를 너머 유구한 역사와 뭇 생명들을 통째로 하나의 그물에 쓸어 담았으니 대륙과 바다를 다 담아내는 큰 그물이다. 지금 우주시대 지구별 어디에 내어 놓아도 여전히 크고, 빛나면서도, 우리 삶에 직접적이기까지 한 자랑스러운 大乘의 善이다.  

弘은 ‘넓고 크다’는 뜻으로 ‘활시위를 당기는 모습’이고, 益은 ‘더하다’ ‘넘치다’라는 뜻으로 ‘그릇에 물이 넘쳐흐르는 모습’이라고 한다. 비교해보면 利는 ‘이롭다’ ‘유익하다’ ‘날카롭다’라는 뜻으로 ‘칼로 벼를 베는 모습’ 이니, 利는 자기쪽으로 끌어당겨 챙기는 것이고 益은 상대에게 베풀고 나눠주어 풍성하게 넘치도록 하는 의미로 서로 비교가 된다.

추덕 배재원.
추덕 배재원.

 

마치 염주를 돌릴 때 엄지를 당기면서 내게로 당기는 방법이 있고, 엄지를 밀면서 밖으로 상대를 향하게 하는 방향이 있는데, 비유하자면 나에게로 당기는 利와 상대에게 밀어주는 益의 차이와 같다.  弘益은 자연스럽게 ‘널리 베풀어 이로움이 넘쳐흐르게 한다.’는 뜻이 된다. 

사람이 자기주머니 먼저 챙기고, 자기 주린 배 먼저 해결 하려는 것이 마땅한 생존 본능이다. 그런데 ‘弘益’은 남을 먼저 배려하는 공동체의식이 바탕되지 않으면 절대로 이룰 수 없는 이상세계의 꿈 일진대,  우리민족은 이 고급스런 이념을 어젠다로 삼아서  지금까지 역사를 이어왔다는 사실이 위대한 것이다.      

이 빛글作에서 클 弘은 획이 아주 굵고 강한 활인데 시위가 없다. 없는 시위를 있는 것처럼 선을 연결하고 보면 더없는 强弓으로 보이고, 살의 방향은 左上에서 右下로 향하고 있다. 

작품이야 감상자가 봐주면 그만이겠지만 작품을 통해서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시위가 없다는 것은 無爲를 뜻한다. 數로 보면 O의 의미인데  O이 모든 펼쳐진 數를 다 수용하는 것처럼, 弘益의 활시위는 O이고 無爲라야만 전체를 다 포용하고 담을 수 있다. 

그 힘의 방향성이 左上에서 右下로 가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로 無形에서 출발해서 有形으로 작용력을 펼쳐가는 것이니, 이미 8000년 전부터 小我적으로 내 편 네 편 갈라서 쌈질하는 차원이 아닌 것이다. 無爲를 바탕으로 하는 이 힘작용을 인간세상에 펼쳐내니 홍익의 근본뜻 이념이 뿌리가 되어 한민족을 버텨내게 하고 긴 역사를 이어온 것이다. 

 

나는 弘益의 의미를 지금 현재에 되살려 구현하려면 동서남북 생각의 중심에 분열되는 ‘2’가 아니라, 화합 공존의 ‘3’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數2는 스스로 제어하기가 힘들어서 분열과 경쟁, 견제와 다툼, 폭압과 굴종으로 치닫기 쉽지만, 數3은 안정적으로 화합하고 상생과 조화를 우선하게 한다. 三元태극처럼 조화를 중요시하는 어젠다가 마음의 중심에 자리잡으면, 지금 기지개를 켜고 있는 우리의 ‘K-Culture’가 더욱 뿌리를 내려갈 수 있는 중심이념理念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추덕(追德) 배재원

- 1963년생, 경북 상주

- 대구 능인고등학교

- 대전 대전대학교 한의학과 2회 졸업

- 한의사/우리한의원 원장 (경북, 상주)

나는 ‘우주는 휘고, 꼬이고, 비틀리면서, 가고 있는’것이라고 배웠다. 우주뿐만 아니라 인간 삶이 그러한 것 같다.

철들면서 바로 접하는 ‘깨달음’이라는 신세계는 내 삶이 눈앞의 利를 쫓지도 못하게 했고 명예를 추구하지도 못하게 했으며,

그저 평범하고 소박한 시골한의사로 여기까지 이끌어왔다.

대체로 동양학의 줄기는 ‘良心’을 得하면 儒家, ‘無爲’를 得하면 道家, ‘空과色’을 得하면 佛家, ‘陰陽’을 得하면 한의학이 저절로 一通해져야 하는데, 한울정신문화원의 ‘禪筆’을 공부하면서 그 깊고 오묘한 방법을 알게 되었다.

붓에 氣Energy가 집중되면 한 겹 한 겹 허물이 벗겨져 나가고, 맑은 거울을 앞에 두고 춤추듯 저절로 움직여지는 붓흐름 따라 기존의 書法에 없는 無爲붓글을 써왔다.

지금은 천부경의 ‘本心本太陽昻明’에서 모티브를 얻어 ‘本心이라는 거울에 비춰보는 빛글’이라는 타이틀로, 동양사상을 관통하고 있는 의미 있는 한자와 우리 한글을 중심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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