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추덕 배재원] ‘씨알’이라는 주제에 제일먼저 떠오르는 것은 함석헌 선생의 ‘씨알사상’이다.

씨알사상은 도산 안창호, 다석 유영모, 함석헌을 이어오며 정립된 개개인이 ‘깨달은 나’로 거듭나서, 나와 주변이웃과 세계가 하나라는 것을 깨닫고, 그 깨달은 씨알들이 손잡아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사상이다.

‘백성(百姓)’ ‘민초(民草)’ 등의 한자어를 대체하는 우리말 ‘씨알’은 근대의 독립운동과 독재에 대한 저항운동의 동력이 되기도 했는데, 씨알 하나하나가 깨어나 자기 삶의 주체성을 가져야 하는 존재이며, 동시에 자기의 근본성, 순수성, 생동성, 관계성을 설(設)한 것은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로 연결되어 서로 통할 수 있는가?’ ‘어떻게 존재하는가?’등의 자기 정체성,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깨달음의 결과로 보여진다.

씨알들이 ‘나’를 아끼듯 서로 ‘너’를 아끼며, 함께 연대해서 평화를 이뤄가자는 것이니, ‘얼이 깨어있는 참나’로서 내가 나의 삶의 주인임은 물론이고, 내가 속해있는 공동체의 당당한 주인이라는 사상이다.

可히 동양의 유교, 불교, 도교와 서양의 기독교 사상까지 두루 조화를 꾀했다는 말 그대로 씨알은 극기(克己)와 수기(修己)로 나를 누르고 닦으려 했던 유교, 무위자연을 내세우며 나를 자연의 법도와 질서에 순응하게 했던 도교, 무아(無我)로 나를 초월하라 했던 불교와는 차이가 있는, 우리 한국인의 자산이다.

추덕 배재원
추덕 배재원

이 빛글作은 왼쪽위의 동그라미 ◯에서 시작한다. 자궁에서 수정란이 착상을 하듯 무게중심이 쏠리며 변화가 시작된다.

위 오른쪽으로 진행하다가 아래로 ‘ㄱ’자 모양으로 힘있는 양성(陽性)의 ‘씨’가 되고, 아래 오른쪽으로는 ‘ㄴ’자 모양으로 꿀렁꿀렁 부드러운 음성(陰性)의 ’알’이 써졌다.

재미있는 것은 ‘씨’의 마지막 획과 ‘알’의 마지막 획이 극적으로 만나면서 마무리가 된다는 것이다. 사람에게서 생물학적인 ‘씨알’이라면 정자와 난자인데 각각 남과 여, 陰陽의 DNA정보를 가지고 있다.

수정을 통해 정보가 만날 때면 뿌려진 정자 3억 개 중 하나를 난자가 받아들이듯, 이 作에서는 陰陽이 분화되었다가 다시 합쳐지는 모양으로 ‘알’이 ‘씨’를 휘어잡아 끌어안고 있다. 비로소 새로운 생명이 시작된다.

씨알사상은 씨알 하나하나가 삶의 주체가 되어 ‘살아야겠다’는 깨달음이자 몸부림이기에, 공정하지 않은 부당에 맞서 당당하려 하였고, 외세와 독재의 불합리한 억눌림으로부터 저항해 오면서 지금 우리나라가 자유 시민사회로 발전하는 원동력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씨알들이 참되게 살아가는 세상, 참여시민이 주체가 되는 세상은 지금이 찬바람 겨울이라도 씨알들 움트는 봄꽃세상을 포기하지 않는다. 아니 열린 세상은 포기될 수가 없는 것이다.

불의와 불공정, 아집과 독선, 공공재인 권력의 사유화는 깨어있는 씨알들의 열린 눈에는 다 들어온다. 지금은 찬바람에 웅크려지는 겨울, 억지로 둘로 편 갈라서 서로를 쳐내야만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어울려 셋으로 공존하는 ‘봄의 지혜’가 필요한 때이다.

코로나 3년은 사람들의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고 사회변화를 촉진시킬 만큼의 큰 충격이 되었다. 유난히 추운겨울이라 혼란하고 어수선한 때지만 씨알들은 또 어떻게라도 살아남을 것이고, ‘씨알’이 싹트면 ‘씨앗’이 되고 다시 ‘생명’의 순환과정을 밟아나가듯 씨알사상도 시대의 흐름에 맞춰 ‘씨알’에서 더 진화된 ‘생명사상’으로 거듭나리라 기대해본다.

추덕(追德) 배재원

- 1963년생, 경북 상주

- 대구 능인고등학교

- 대전 대전대학교 한의학과 2회 졸업

- 한의사/우리한의원 원장 (경북, 상주)

나는 ‘우주는 휘고, 꼬이고, 비틀리면서, 가고 있는’것이라고 배웠다. 우주뿐만 아니라 인간 삶이 그러한 것 같다.

철들면서 바로 접하는 ‘깨달음’이라는 신세계는 내 삶이 눈앞의 利를 쫓지도 못하게 했고 명예를 추구하지도 못하게 했으며,

그저 평범하고 소박한 시골한의사로 여기까지 이끌어왔다.

대체로 동양학의 줄기는 ‘良心’을 得하면 儒家, ‘無爲’를 得하면 道家, ‘空과色’을 得하면 佛家, ‘陰陽’을 得하면 한의학이 저절로 一通해져야 하는데, 한울정신문화원의 ‘禪筆’을 공부하면서 그 깊고 오묘한 방법을 알게 되었다.

붓에 氣Energy가 집중되면 한 겹 한 겹 허물이 벗겨져 나가고, 맑은 거울을 앞에 두고 춤추듯 저절로 움직여지는 붓흐름 따라 기존의 書法에 없는 無爲붓글을 써왔다.

지금은 천부경의 ‘本心本太陽昻明’에서 모티브를 얻어 ‘本心이라는 거울에 비춰보는 빛글’이라는 타이틀로, 동양사상을 관통하고 있는 의미 있는 한자와 우리 한글을 중심소재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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