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으로 읽는 오늘의 일본

선거에서 더 많은 표를 얻어 일단 집권을 하면 무엇이든 해도 되는 것일까. 최근 일본에서는 어느 때보다도 다수결에 입각한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회의론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그 타깃은 물론 민주주의라는 이름으로 오히려 민주주의와 헌법을 왜곡해온 것으로 비난받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다.

▲ 이동준 교수

아베 정권은 일본 국민 상당수가 반대하고 대다수 헌법 학자들이 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하는 안보 관련 법안을 지난달 강행 처리했다. 일본 국민의 상당수는 이를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자 평화주의에 대한 심각한 도전으로 이해한다.

힘으로 밀어붙여 이제 충분히 챙겼다고 판단한 것일까. 아베 정권은 늘 해왔던 임시국회를 이번에는 소집하지 않겠다고 나섰다.

야당을 비롯해 아베 정권을 비판하는 세력 사이에서는 소집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이 실제로는 최근 불거진 각료들의 정치자금 문제, 안보 관련 법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실질 합의 등에 관한 추궁을 피하려는 것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논의해야 할 많은 과제가 많은데도 국회의 입을 봉쇄해 시간을 벌겠다는 심사인 것으로 보인다. 다수당의 폭거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무엇이 문제인지 나카키다 고지(中北浩爾) 히토쓰바시대 교수의 <아사히신문> 10월 29일자 칼럼과 <마이니치신문>의 10월27일자 관련 기사를 소개한다.

민주주의, 다음의 비전으로

나카키다 고지(中北浩爾) 히토쓰바시대학(一橋大学) 교수

일본 헌법 9조의 해석을 각의 결정으로 변경하고 안전보장 관련 법안의 국회 심의를 힘으로 몰아붙인 아베 정권은 민주주의 파괴자라고 비난하는 소리가 들린다.

일부는 아베를 마치 ‘파시스트’로 규정이라도 하는 듯하다. 이런 기분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그런데 이런 판단은 정말로 옳은 것인가. 자민당을 정권에서 쫓아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일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민주당 정권의 정치 수법도 정도의 차이가 있었지만 매우 난폭했기 때문이다. 가령 하토야마(鳩山) 내각의 마에하라 세이지(前原誠司) 국토교통상은 군마현의 얀바(八ッ場) 댐 건설과 관련, “매니페스토(공약집)에 이렇게 적혀 있으므로 중단하겠다”고 말해 주변 주민 등으로부터 맹렬한 반발을 샀다.

간 나오토(菅直人) 당시 부총리는 “의회민주주의라는 것은 기한을 정한 가운데 일정 수준의 독재를 인정하는 것”이라고 국회에서 말했다.

이것만이 아니다. 정치 주도를 표방한 민주당은 하토야마 내각 때 독립성이 강한 기관의 장으로서 국회 답변이 인정되는 ‘정부 특별보좌진’에서 내각법제국 장관을 제외하는 국회개혁법안의 성립을 도모했다.

거기에는 관료에 해당하는 내각법제국 장관이 아니라 정치가가 헌법의 해석을 담당한다는, 지금 생각하면 매우 위험한 속셈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는 민주당으로선 지우고 싶은 과거이겠지만, 당시 야당이던 자민당은 다음과 같은 올바른 비판을 가했다. “헌법이라는 것은 주권자인 국민이 정부, 국회의 권한을 제한하기 위한 법이라는 성격을 갖고 있다. 따라서 그 해석이 정치적 자의(恣意)에 의해 쉽사리 변경되는 것은 국민주권이라는 기본 원칙의 관점에서 허용할 수 없다.”

▲ 지난 9월 17일 안보법안의 참의원 특별위원회 통과를 저지시키기 위해 야당이 고노이케 요시타다(鴻池祥肇) 참의원 특위 위원장석을 둘러싸고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순간 아베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오른쪽 위)는 아수라장이 된 몸싸움 현장을 쳐다보지도 않고 반대편을 바라보고 있다./AP=뉴시스

자민당과 민주당은 야당이 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돌변해서 비판하기에만 집중하지만 민주주의에 관해선 어떤 공통된 인식을 가져왔다. 이는 총선거에서 과반수 의석을 얻은 정당이 총리를 중심으로 강력한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사고방식 하에서는 국가권력의 행사를 헌법에 이해 제약하는 입헌주의가 경시되고, 여론조사나 항의 행동 등 선거 이외의 방법에 의해 표출되는 다양한 민의가 무시되기 마련이다.

아베 총리의 반강제적인 정권운영은 이러한 다수결주의적인 민주주의의 대변 혹은 그 과대 표출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 근원은 1994년 이후의 정치개혁에 있다. 경성(硬性) 헌법을 갖고 있지 않은 영국을 모델로 한 소선거구제 도입, 내각 기능 강화 등이 단계적으로 추진됐다.

그 연장선상에서 정치개혁을 주도해 온 오자와 이치로(小沢一郎) 당시 자민당 간사장은 앞서 언급한 내각법제국 장관의 국회 답변을 금지하려 했다.

다만, 민주당이 구체적인 수치를 담은 매니페스토를 내세워 선거에서 싸우고 실행하고자 한 것은 그 나름대로 평가해도 좋다.

이 발상 하에서의 유권자와의 관계는 백지 위임적인 자민당과는 달리 명령 위임적이었고, 선거만이라 하더라도 민의에 의거한 정치 주도가 추진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매니패스토 정치는 실패해 지금은 흔적조차 없다.

다양한 민의에 귀를 기울여 사려 깊은 절차를 통해 국민들 사이에 폭넓은 합의를 형성해 간다. 그러한 민주주의의 맹아는 오히려 매니페스토 정치의 실패가 분명해진 후에 민주당 정권이 모색해온 고민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노다(野田) 정권이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 토의를 통해 일반시민의 의견이 변화하는 토론형 여론조사를 실시하고, 총리가 원자력발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와의 회담에 응한 것이다.

현재 민주당은 “권력의 폭주를 허용하지 않겠다. 그 선두에 선다”는 슬로건을 내걸었고, 야당 간에도 내년 참의원 선거에 대비해 선거 협력 등이 모색되고 있다.

아베의 자민당이 민주주의의 파괴자라고 말한다면 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다수결 주의에 기초한 권력 게임의 반복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입헌주의와 합의 형성을 중시하는 포스트 정치개혁의 민주주의에 대한 비전이 필요하지 않을까.

‘친절한 설명’은 어디로 갔나

<마이니치신문> 10월27일

설마 스스로 내뱉은 말을 잊어버리지는 않았겠지. 안전보장 관련 법안들이 성립된 8월의 통상국회가 끝난 후 아베 신조 총리는 “국민 여러분에게 신중하고 친절한 설명을 계속 하겠다”고 말했지만, 설명의 장인 가을의 임시국회의 개최를 돌연 미뤄버렸다.

안보 법제만이 아니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대한 큰 틀의 합의, 내각 개편에 따른 새로운 각료와 총리의 소신 표명 등 국회에서 논의해야 할 안건은 산처럼 쌓여 있다. 왜 임시국회를 열지 않는 것일까.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매일 열리는 기자회견에서 다음과 같이 임시국회에 관해 말해왔다.

“총리의 외교 일정을 우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 “앞선 통상국회를 전후 최장(最長)인 95일 간이나 연장해서 진행한 바 있다.”(16일)

“임시국회라는 것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정해진 것이 아니다. 통상국회와는 달리 (심의해야 할) 법안이 필요하면 하면 되는 것,” “과거에 2차례 같은 안건으로 개최하지 않은 적도 있다.”(20일)

스가 관방장관은 “여당과 논의해서 최종 결정하고자 한다”라고도 말했지만, 일련의 발언을 종합해 보면 임시국회 개최에 대해 소극적이라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은 명확해 보인다.

총리가 주도하는 외교는 분명히 중요한 안건이지만, 앞선 통상 국회 기간 중이던 4월 아베 총리는 미국을 방문하기도 했다. 요컨대 일정을 조정하면 문제가 없는 데도 불구하고 임시국회를 열지 않는다는 것은 매우 이상하다.

그렇다면 왜 아베 정권은 임시국회를 열지 않으려 하는 것일까. 오랫동안 정계를 취재한 저널리스트 스즈키 데츠오(鈴木哲夫) 씨는 “열지 않는 것이 이득이 되기 때문이죠. 이유는 그것뿐입니다”라고 확언하면서 “총리의 외국 출장을 이유로 내세우고 있지만 그것은 속내가 아닙니다”라고 뒷얘기를 시작했다. “올해 봄 무렵부터 아베 정권은 안보 관련법의 심의에 의한 지지율 하락을 예상하고 통상국회가 마무리되는 가을에 이를 반전시킬 시나리오를 준비했답니다.”

그 시나리오라는 것은 ①외교 ②내각개편 ③경제정책이라는 3가지 무기로 지지율을 회복시켜 내년 여름의 참의원 선거에 대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계산이 어긋났다.”(스즈키 씨)  “안보 법제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이 예상 이상으로 커서 떨어진 내각지지율이 30~40%대에 머물며 회복되지 않고 있습니다. 건곤일척(乾坤一擲)의 ‘새로운 3개의 화살’도 내용이 부실한 데다, 내각개편에서는 벌써 대신들의 비리 등이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마당에 임시국회를 열면 추궁당할 게 뻔해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자신의 행적에 대해 해명하지 않으면 안 될 것으로 보이는 새로운 각료는 모리야마 히로시(森山裕) 농림상, 시마지리 아이코(島尻安伊子) 북방담당상, 하세 히로시(馳浩) 문부과학상. 다카기 쓰요시(高木毅) 부흥상 등 4명이나 된다.

다만, 스즈키 씨는 “국회의 회기(會期)를 정국에 이용한 예는 민주당 정권 때도 있었다”고 부가했다.

2010년 6월 통상국회 회기 말에 자신의 금전문제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가 내각 총사퇴에 나섰다. 교체되어 나온 간 나오토(菅直人) 내각은 내각지지율이 V자 회복을 이뤘기 때문에 회기 연장을 하지 않고 인기를 유지한 채 그 다음 달 예정된 참의원 선거에 들어가려 했다.

하지만 이런 태도를 물고 늘어져 일격을 가한 것이 당시 야당이던 자민당이다. “당시 자민당은 새로운 내각이 발족했는데도 회기 연장을 하지 않는 것은 국회 경시다, 권력자의 교만이라면서 집요하게 공격했죠. 하지만 이번처럼 입장이 바뀌자 과거의 민주당처럼 행동하고 있습니다. 원칙이 아니라 형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너무 심합니다.”

스즈키 씨는 “‘임시국회에서 어떤 것이든 심의에 응하겠습니다’라고 말하는 것이 거대 여당을 갖고 있는 정권이 보여줘야 할 자세이죠. 이런 도망가는 듯한 태도는 마치 취약한 정권이 말기 증세를 보이는 것과 같습니다”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변명거리가 안 되는 내각의 사정

전후 국회의 개회 기간을 살펴보면 9~11월에 임시국회를 소집하는 것이 통례였다. 지금까지는 연초부터 150일 간 열리는 통상국회 플러스 특별국회, 임시국회 등을 통해 다양한 과제를 논의해 왔다.

이대로 임시국회가 열리지 않는 사태가 벌어지면, 올해 1년간 통상국회만 열린 것이 된다. 연간 통상국회만 열린 경우는 예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이상사태이다.

민주당, 공산당 등 야당 5당은 21일 헌법 규정에 기초해 중·참 양원 의장에게 정부가 임시국회를 소집하도록 요구했다. 헌법 53조는 임시국회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규정하고 있다.

“내각은 국회의 임시 회의의 소집을 결정할 수 있다. 중·참 양원 어느 쪽 의원(議院)의 총의원의 4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으면 내각은 그 소집을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

헌법을 전문으로 하는 죠치대학(上智大学) 교수 다카미 가츠토시(高見勝利) 씨에게 그 해석을 들어봤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어느 쪽’ 다음에 나오는 대목입니다. ‘소집을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고 말한 부분은 내각에 의무를 부여한 규정입니다. 요컨대, 내각의 사정과는 무관하다는 것입니다. 의원의 요구에 응해 신속하게 국회 소집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 그 이외에는 고려할 사항이 없습니다.” 앞서 스가 관방장관이 거론한 ‘내각의 사정’은 임시국회를 열지 않는 이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어 다카미 씨는 자민당이 2012년에 발표한 헌법개정 초안을 주목해달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형행 헌법에서는 임시국회 개최 요구가 있었을 때의 소집 기한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자민당 초안에는 ‘요구가 있는 날로부터 20일 이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자민당은 Q&A 자료집에서 ‘소수자의 권리로서 정한 이상 확실히 소집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자민당이 이번에 임시국회를 거부한다면 자기모순에 빠진 것이 됩니다.”

임시국회 대신에 개회 중의 위원회나 내년 1월의 통상국회 소집을 앞당기는 안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다카미 씨는 “헌법의 요구라는 관점에서 보면 어떤 것도 임시국회를 대체할 수 없습니다. 정부의 대응을 헌법 위반으로 지적하더라도 무방합니다”라고 고언을 피력했다.

위헌 가능성이 농후

스가 관방장관은 “임시국회 소집 요구가 있더라도 개최하지 않은 예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것은 2003년과 2005년이다.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총리의 비서관이었던 스로가다이대학(駿河台大学) 교수 나리타 노리히코(成田憲彦) 씨는 내각법제국 장관의 국회 답변을 토대로 다음과 같이 해설했다. “지금까지의 정부 견해는 ‘합리적인 기간을 넘지 않는 기간 내의 소집을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라는 것으로, ‘이 합리적인 기간 내에 통상국회의 소집이 예상되는 듯한 사정이 있으면 헌법 위반은 아니다’라는 것입니다.”

이 해석을 적용할 때 2003년과 2005년의 사례는 어떤가.

“2003년은 특별국회가 종료한 11월 27일에 임시국회 개최 요구가 제기되었지만, 통상국회가 이듬해 1월 19일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공백 기간이 약 50일 간으로 이는 ‘합리적’이라는 기준에 부합될 여지가 있습니다. 2005년은 요구가 11월 1일이었는데, 통상국회는 이듬해 1월 20일 예정되었습니다. 약 80일 간의 공백이 발생했지만, 특별국회가 9월 21일부터 11월 1일까지 열린 터여서 이는 ‘가을의 임시국회를 대신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위헌인지 여부가 미묘합니다.”

이번 소집 요구는 10월 21일로 내년 1월 개회 예정인 통상국회까지 70일 간 이상이나 국회 공백을 맞게 되고, 10월과 11월에는 국회가 완전히 열리지 않는 사태가 빚어진다. 나리타 씨는 “이것은 역시 위헌 가능성이 농후하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임시국회를 열지 않는 것은 국민, 나아가 헌법 경시이다. 결코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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