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한반도에 드디어 고대하던 평화와 번영의 봄이 왔다.

그토록 꿈꾸던 평화의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4월27일, 문재인 대한민국 대통령과 김정은 조선인민민주주의공화국 국무위원장이 함께 판문점 군사분계선에서 만나, 온 민족과 세계의 감동 속에 판문점 선언을 낭독했다.

▲ 김홍국 편집위원

그리고 1953년 정전협정 이후 65년 만에 두 정상이 뜨거운 포옹으로 화합과 번영의 시대를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선보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오전 만남 후 첫 악수를 나눈데 이어, 분단의 선인 군사분계선을 손잡고 함께 북으로 넘고 다시 남으로 넘어왔다. 예정에 없던 깜짝 퍼포먼스였다.

이들은 온 세계가 지켜보는 가운데 펼친 이 장면을 통해 분단을 종식하고 평화와 통일의 길로 나가겠다는 남북한 국민들의 의지를 보여줬다.

두 정상은 이어 북한산 그림을 배경으로 발표한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에 더는 전쟁이 없는 새로운 평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밝혔다.

이에 화답하듯 전 세계는 한반도에서 연주된 놀라운 교향곡에 박수를 보냈고, 세계 각국의 정상과 언론들은 경이로운 시선으로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성어린 배려, 담대한 김정은 위원장의 화답

김 위원장은 군사분계선을 걸어서 넘어옴으로써 정전협정 이래 처음으로 남쪽 땅을 밟은 북쪽 최고지도자가 됐고, 북쪽 최고지도자로는 처음으로 우리 군의 의장대 사열을 받았다.

또 김 위원장의 부인 리설주 여사가 만찬에서 문 대통령, 김정숙 여사와 함께한 것도 북한의 정상국가화 의지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남북한은 전례가 없는 화해와 번영의 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의 리더십과 행보는 이번 남한 방문을 통해 잘 드러났다. 그는 대담했고, 솔직했으며 파격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더불어 문 대통령과 남한의 국민들을 배려하는 언행으로 시종 주목받았다.

문 대통령과 만나는 순간 깜짝 제안을 통해 군사분계선을 함께 넘나들었고, 냉면과 관련해 농담을 하면서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북쪽의 도로 사정이 좋지 못하다는 사실을 털어놓는 솔직한 모습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직접 기자들 앞에 나와 판문점 선언의 의의와 내용을 설명했으며, 사상 처음으로 기자들 앞에 서서 문답을 주고 받았다. 과거 카리스마로 군림했던 할아버지 김일성, 아버지 김정일 시대에는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일이기에 그 의미는 적지 않은 것으로 평가된다.

전쟁질서를 평화질서로 바꿔낸 판문점선언, 큰 성과

‘판문점 선언’의 내용도 많은 성과를 담고 있다. 전쟁질서를 평화질서로 바꾸자는 남북의 의지를 담은 ‘판문점 선언’에서 두 정상은 한반도 비핵화 의제를 설명하며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판문점 군사 분계선에서 김정은 국무위원회 위원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뉴시스

남북정상회담 선언문에 비핵화가 명시됐다는 점에서 이 선언은 상징적이며 실질적인 의미를 가졌고, 향후 북미정상회담에서 그 완성된 형식과 의미를 담아낼 전망이다. 북한은 이번 선언을 통해 북핵에 대한 의구심을 불식시켰고, 최종적으로 미국과 북한 정상이 담판을 지어내기로 이미 세 나라간에 조율이 된 문제로 보이기 때문이다.

양 정상의 상호 방문과 정례화가 포함된 것도 큰 의미가 있다. 이번 선언은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가을 평양 방문 일정을 포함했으며, 이에 따라 우리가 추진해온 정상회담 정례화가 사실상 현실화됐다. 이는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발전과 긴장완화 및 남북협력에 의미가 큰 합의다.

문 대통령이 전통 의장대와 행렬하던 중 김 위원장에게 “청와대에 오시면 훨씬 좋은 장면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하자 “초청해주시면 언제라도 가겠다”고 한 것은 문 대통령의 평양 방문 뒤 서울에서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역시 한반도의 평화와 남북관계의 진전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합의로 꼽을만하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서도 의미 있는 합의가 나왔다. 두 정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에서 비정상적인 현재의 정전상태를 종식시키고 확고한 평화체제를 수립하는 것은 더 미룰 수 없는 역사적 과제라고 천명했다.

종전선언은 남북 두 당사자만이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관련 당사국이 함께 참여해 이뤄야 할 문제라는 점에서, 이번 선언문에 정전협정 체결 65년이 되는 올해 종전을 선언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해 남·북·미 3자 또는 남·북·미·중 4자회담 개최를 적극 추진하기로 한 것은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할만하다.

불가침 합의, 서해 평화수역, 개성 사무소 등 성과

두 정상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남북간 무력 충돌 가능성에 대해 서로 어떤 무력도 사용하지 않는다는 불가침 합의를 재확인하고 엄격히 준수하기로 한 것도 한반도 긴장 완화와 평화 정착을 이끌 것이다.

▲ 문재인 대통령 내외, 김정은 국무위원장 내외가 27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 3층에서 열린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뉴시스

또 상대방에 대한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기로 한 것, 비무장지대를 앞으로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나가기로 한 것, 서해 북방한계선 일대를 평화수역으로 만들어 우발적인 군사적 충돌을 방지하고 안전한 어로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실제적인 대책을 세워나가기로 한 것도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함께 한 제1차, 제2차 정상회담의 성과를 계승하고 발전시켰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 앞으로 열릴 군사당국회담에서 이 합의를 더욱 구체화하고 제도화하기를 기대한다.

또 두 정상이 개성에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열기로 한 것은 남북 사이에 정상에서부터 민간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의 교류와 소통을 획기적으로 활성화시킬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두 정상이 민족경제 균형 발전과 공동 번영을 위해 기존에 합의한 모든 남북 사업과 경의선 등 철도 연결도 적극 실천하기로 했다는 점, 역시 쉼없는 실천을 통해 한반도를 평화와 번영의 길로 이끌 역사적 계기가 될 것이다.

트럼프, "한국전쟁이 끝날 것이다!" 북미회담 순항 예고

중요한 것은 동맹 미국의 반응이다. 한때 북한에 대한 제한적 폭격을 시사하던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축복과 기쁨의 메시지를 통해 향후 북미정상회담이 순항할 것을 예고했다.

그는 남북정상회담이 끝나자 트위터를 통해 "한국전쟁이 끝날 것이다!"라고 대문자로 강조하며 "미국과 모든 위대한 미국인은 한국에서 일어나는 상황에 매우 자랑스러워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열린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와 가진 공동회견에서 "완전한 한반도 비핵화를 목표로 삼은 남북정상으로부터 기운을 얻었다"면서 "곧 있을 김정은 위원장과의 회담도 바라건데 대단한 성공이 되고 매우 획기적인 무언가 일어날 수 있다”며 실질적인 비핵화 진전을 기대했다.

그는 “남북 정상회담 등으로 수많은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한반도의 종전과 평화번영의 날이 오기를 희망하고 첫 북미정상회담에서의 비핵화 진전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 가수 조용필과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 단장이 27일 경기 파주시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 만찬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뉴시스

그는 “북한은 현재 우리를 매우 존중하고 있다. 내가 북한과의 협상에서 해낼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줄 책무를 느끼고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이 속이려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으나 그러려 해도 미국은 과거처럼 속지 않을 것”이라고 북한을 견제하는 목소리도 잊지 않았다. 4.27 판문점선언으로 시작된 2018 남북정상회담이 북미정상회담을 거쳐 역사적이고 세계사적인 의미와 실천으로 연결될 것을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분단과 전쟁을 종식시킬 위대한 여정, 큰 성과로 이어지길

이제 남북은 분단과 전쟁, 적대와 대결, 갈등과 대립의 시대를 뒤로한 채 평화와 번영을 향한 위대한 여정을 시작했다. 대결의 상징이었던 판문점을 화해의 상징으로 바꾸는 역사적인 장면들이 영화속 장면처럼 진행됐고,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뭉클한 마음을 내내 감추지 못했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김정은 조선노동당 위원장/뉴시스 자료사진 합성

남과 북의 정상들은 이번 합의를 반드시 지켜내야 하며, 착실하게 한발자국씩 실행하고 전진함으로써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실천해나가야 할 것이다. 남북 정상이 약속하고 공표한대로 이제 우리 남북한의 8천만 겨레는 평화와 번영의 대장정을 시작해 성공시켜야 하는 역사적 과제를 안게됐다.

한반도 비핵화와 남북간 화해와 평화를 향한 뜨거운 포옹이 평화 정착으로 이어져 남북이 협력하고 상생하는 새 시대를 만들어가길 온 겨레, 전 세계 시민들과 함께 축하하며, 성공의 길을 만들어갈 것을 기원한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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