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 1% 수준 엘리엇 지배구조개편 바꿀 가능성 낮아…주총이전 이익 챙겨 떠날 가능성도 제기

[이코노뉴스=최아람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은 25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요구하는 등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노골적인 요구에 대해 검토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어떤 방법을 취한다고 해도 모든 주주를 만족시킬 수는 없는 만큼 엘리엇의 주장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입장인 것이다.

▲ 현대자동차그룹은 25일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요구한 미국계 행동주의 펀드 엘리엇의 노골적인 요구에 대해 검토하지 않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서울 양재동 현대차그룹 건물. /뉴시스

이에 앞서 엘리엇은 지난 23일 별도 개설한 홈페이지 '가속화 현대(Accelerate Hyundai)'를 통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을 통한 지주사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엘리엇은 현대차 대 현대모비스 합병비율은 1대 1.52 로 제안했다. 현재의 복잡한 지분구조를 효율적으로 간소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어 배당금 수준도 글로벌 자동차업계 수준인 순이익의 40~50%로 확대하고 현재와 미래의 모든 자사주를 소각하라고 주문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도 1% 수준의 지분을 가진데 불과한 엘리엇이 현대차 지배구조개편방안을 바꿀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합병안에 대해 반대 입장을 취할 가능성이 높은 상태라고 금융업계 관계자는 지적이다.

현대모비스는 다음달 29일 주주총회를 갖고 모듈·AS부품사업 분할 및 현대글로비스로의 합병안을 상정한다. 현대모비스의 최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은 30.2%, 외국인지분은 48.32%로 외국인주주들이 엘리엇에 동조할 경우 치열한 표 대결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다.

엘리엇의 주장은 비금융지주회사가 금융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현 금산분리법을 위반하는 내용으로 다른 주주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은 1% 수준으로, 7% 지분을 보유한 3대주주였던 3년 전 삼성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영향력이 적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이 주총 전에 이익을 실현하고 떠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오너 일가에게 자신들이 보유한 모비스 지분을 비싸게 사줄 것을 요구하거나, 모비스 주식을 띄울 것이라는 신호를 시장에 보낸 후 차익을 실현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투자기관인 다이와(Daiwa)은 이날 한국의 자동차 섹터에 대한 진단을 내놓으면서 "엘리엇의 요구가 수용되기는 어렵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현대차와 관련한 심리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다른 주주들과의 규합 가능성이다. 엘리엇이 현대차그룹 지배구조개편에 개입한 방법은 2015년 엘리엇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 보여준 모습과 유사하다.

금투업 관계자는 "엘리엇의 요구가 현대모비스 주주들에게는 이익이 되는 만큼 외국인 주주들이 동조할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핵심 관계자는 “(엘리엇)주주의 제안이 당장 지배구조 개편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인적분할 주총까지 일부 모비스 주주들이 우려했던 가치산정에 대해서는 충분한 설득과 향후 계획설명에 대한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교환 대상인 글로비스의 가치 높이기 위한 신사업에 대한 청사진이 곧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