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봄이 온다'는 부제를 단 남한 예술단 공연이 평양에서 1일과 3일 두 차례 열렸다. 우리 예술단 공연은 평양 시민과 한반도의 환호 속에 성공적인 공연을 마쳤고, 풍성한 화제와 뒷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 김홍국 편집위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일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의 단독 공연 ‘봄이 온다’를 부인 리설주와 함께 찾아, ‘문재인 대통령의 북한 예술단 공연 참관에 대한 도리’라며 직접 관람했다.

북측 최고 지도자가 남측 공연을 직접 관람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부인인 리설주까지 함께 공연장을 찾는 사상 유례 없는 파격이 연출됐다.

김정은 위원장은 공연이 끝난 뒤 남측 출연진과 만나 “문화예술 공연을 더 자주 해야 한다”며 “이번에 ‘봄이 온다’고 했으니까 여세를 몰아 가을엔 ‘가을이 왔다’고 하자. 이런 자리가 얼마나 좋은지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해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평창에서 시작된 화해 무드가 평양으로 이어져 4월 남북정상회담을 기대케 한다.

북측 관객들의 환호와 박수, 문화 교류의 장을 성사시키다

조용필과 이선희, 최진희, 걸그룹 레드벨벳 등 11팀으로 구성된 남측 대중예술인들의 이번 무대는 북한 삼지연관현악단의 평창 동계올림픽 축하공연에 대한 답방 형식이자 2005년 조용필 평양 콘서트 이후 13년 만의 방북 공연이라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가 컸다.

▲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지난 1일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했다고 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이 공연 후 남측 예술단과 악수하고 있다./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남북의 예술인들이 서로 오가며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고,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보내는 장면은 불과 몇 달전 전쟁 위기를 겪어야했던 최근 한반도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광경이었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공연을 관람한 뒤 “우리 인민들이 남측의 대중예술에 대한 이해를 깊이 하고 진심으로 환호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벅차고 감동을 금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는 발언내용을 인상적으로 보도했다.

북측 관객들은 남측 예술인들을 시종 환호와 박수로 맞았고, 공연 막바지에는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기립박수를 보내는 등 적극적으로 호응했다. 남측의 대중문화를 ‘자본주의 날라리풍’이라며 경계하고 금지하던 그동안의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공연 후 출연진에게 꽃다발을 안겨주는 모습도 이채로웠다. 방북 예술단은 2000년대 방북 공연과 비교해 보면 북한 사회가 개방적으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혔다. 문화예술이나 체육 교류는 딱딱한 정치나 경제, 또는 군사교류에 비해 서로의 마음을 녹여주고 이질감을 해소하며, 동질감을 키우는 촉매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같은 소통이 전제될 경우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 등 한반도 긴장을 완화시키기 위한 남북 당국 간의 협력도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무수한 갈등과 음모, 화해와 타협의 카드 잘 활용해야

이같은 분위기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북한 측이 참가하면서 시작됐다. 문 대통령의 지속적인 대북 대화 제의에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2018년 신년사로 화답했고, 평창올림픽에서 북한선수단이 참가하면서 남북간 대화와 화해 분위기가 열린 것이다.

▲ 평양 시민들이 1일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를 관람하고 있다./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올림픽으로 연기됐던 연례 한·미연합훈련은 최대한 북측을 고려해 조용하면서도 신중하게 시작됐다. 비핵화의 길과 통일이라는 대장정의 출발점이 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4월은 그래서 남북한에게 ‘잔인한 계절’이 아니라 기대와 희망을 담은 ‘한반도의 봄’을 지나게 하고 있다.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열강들의 힘겨루기와 남북한 간에 고위급 및 실무회담은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새로운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4월 남북정상회담에 이어 5월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까지 벌어질 다양한 협상 테이블에는 무수한 갈등과 긴장, 대결과 음모, 화해와 신뢰, 불안과 타협의 카드들이 쉼없이 오갈 것이다. 서로를 자극하는 발언이나 판을 깨기 위한 거친 공세도 오갈 수 있다. 6자회담을 구성했던 한국·미국·일본과 북한·중국·러시아라는 전통적인 대립 구도를 넘어서서 적과 아군이 없이 서로 밀고당기기를 계속하는 외교전쟁에서 중재외교라는 운전대를 잡은 문재인 정부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정부 외교팀은 당사자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고 타협안을 만들어가면서, 신중하면서도 단호하게 한반도의 안보와 평화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궁극적으로 통일에 이르는 길은 험난한 갈등과 협상이 반복될 것이다. 미일중러 주변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상이하고, 강수를 던지곤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줄다리기 역시 시종일관 긴장과 갈등, 밀고당기기를 계속해나갈 것이다. 북핵 국면의 중대한 변곡점이자 기로에 선 한반도의 안정을 위해서는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여 나가면서, 강공 카드를 꺼내들 미국과 북한의 입장을 헤아려 한발 앞서서 판을 만드는 지혜와 경륜의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치밀하게 준비하고 단호하게 한반도 성공역사를 쓰자

이제는 북한을 강압적 제재로 압박하기만 했던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큰 틀의 비핵화 목표와 로드맵을 일괄 타결하되 이행은 단계적으로 하는 제3의 해법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 북한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고려해 호응할 경우 적극적으로 큰 판을 만들어 성사시키는 패키지 빅딜 방식도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 조용필이 1일 북한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측 예술단 공연 '봄이 온다'에서 열창하고 있다./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역사는 적극적으로 성공의 신화를 쓰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노력하는 민족과 국가의 손을 들어주곤 했다. 국정농단의 과거를 극복하고, 민주주의와 정의를 기반으로 세계 민주주의 역사에 새로운 장을 열고 있는 한국 정부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각국의 신뢰와 존경을 정치적 자산으로 미일중러 열강들을 적극 설득하고 협상의 성과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운전대를 꿋꿋하게 잡고, 지혜로운 협상 전략과 전술로 한반도 평화와 통일의 새 장을 열길 기원한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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