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세계적인 물리학자이자 위대한 과학자였던 영국의 스티븐 호킹 박사가 14일 타계했다. 향년 76세.

근위축성측색경화증으로 불리는 루게릭병을 극복하고 아이작 뉴턴, 알버트 아인슈타인을 뒤이은 세계적 물리학자 반열에 오른 그는 세계과학사를 장식한 위대한 인물로 꼽혀왔다. 참으로 애석한 일이다.

▲ 김홍국 편집위원

그는 1964년 블랙홀에 적용되는 특이점 즉, 블랙홀의 중심에 있는 밀도가 무한대인 점을 우주 전체에 적용했다. 우주가 팽창하고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참이라면 우주 전체가 하나의 특이점에서 탄생해야 한다는 이론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논문을 발표했고, 1988년 펴낸 과학서 <시간의 역사>를 통해 세계과학계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과학자로 우뚝 섰다. 고인의 명복을 빌며, 그의 영면을 기원한다.

“우주의 가능성에 빗장을 연 과학자, 슈퍼맨처럼 날아다니길”

호킹 박사의 자녀들은 그의 사망을 알리는 성명을 내고 “그는 위대한 과학자이자 비범한 인물이었다. 그의 업적과 유산은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며 애도를 표했고, 세계인들은 그의 사망을 애도하며 SNS 등에 그를 추모하는 여러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다. AFP, AP,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그의 타계를 슬픔의 이야기로 전했고, 영국의 BBC 방송은 위대한 물리학자가 76세에 타계했다며 그의 일대기와 삶, 과학사와 세계사에 끼친 업적과 영향을 방송하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트위터에 애도의 글을 올리며 “그의 이론들은 우리와 전 세계가 연구하고 있는 우주의 가능성에 관한 빗장을 풀었다. 2014년 우주정거장에 있는 우주 비행사들에게 말한 것처럼 미소중력에서 슈퍼맨처럼 계속 날아다니길 기도한다”고 그를 추모했다.

그는 30년간 케임브리지 대학교의 루카스 석좌교수를 역임하다가 2009년에 퇴임했다. 2012년에 수상한 300만 달러 상금의 순수한 이론물리학의 업적에 주어지는 기초물리학상(Fundamental Physics Prize)을 비롯해서 수많은 상과 표창을 받았던 위대한 과학자였다.

그의 저서는 1천만 독자를 확보하는 놀라운 베스트셀러로서,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은 가운데 그는 과학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했다. 현대의 고전이 된 <시간의 역사>(A Brief History of Time), 이를 개정한 <그림으로 보는 시간의 역사>(The Illustrated A Brief History of Time), 에세이 모음집 <블랙홀과 아기 우주>(Black Holes And Baby Universes And Other Essays), <호두껍질 속의 우주>(The Universe In a Nutshell),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와 공저한 <짧고 쉽게 쓴 ‘시간의 역사’>(A Briefer History of Time), <위대한 설계>(The Grand Design) 등으로 과학을 일반인에게 친숙하게 하는 성과를 올렸다. 그는 1990년과 2000년에 한국을 방문해 강연하는 등 한국인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아왔다.

블랙홀에 대한 우주론과 양자 중력 연구에 기여하다

1942년생인 호킹은 루게릭병을 앓으면서도 블랙홀과 관련한 우주론과 양자 중력 연구에 기여했다. 그는 우주에 대해 완전한 이해를 하자라는 목표 아래 대우주에 대한 상대성 이론과 소우주에 관한 양자이론을 통합하는 데 평생을 헌신했다.

▲ 세계적인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 【런던=AP/뉴시스 자료사진】

그는 1964년 블랙홀에 적용되는 특이점 즉, 블랙홀의 중심에 있는 밀도가 무한대인 점을 우주 전체에 적용했다. 우주가 팽창하고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이 참이라면 우주 전체가 하나의 특이점에서 탄생해야 한다는 이론을 수학적으로 증명하는 논문을 발표했고, 이는 그의 박사학위 주제 논문이 됐다. 이후 이 주제의 연구를 더 발전시켜나간 그는 우주는 빅뱅으로 시작해서 블랙홀로 종말을 맞는다고 자신의 우주론을 정립했다. 1981년에는 우주에 시작과 끝이 없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우주는 특이점 같은 한 점에서 출발한 것도 아니고 한 점으로 사라질 것도 아니라는 그의 연구는 세계를 놀라게 했다. 우주와 그 안에 있는 모든 물질은 경계가 없는 양자적 상태에 있을 것이라는 이론으로 그는 끊임없는 열정과 헌신으로 세계과학 연구의 단계를 끌어올렸다.

루게릭병 장애에도 굴하지 않았던 76년 연구와 헌신의 삶

그는 1959년 17살의 나이로 옥스퍼드대에 입학했다. 학급 내 등수는 뛰어나지 않았지만 물리학 시험을 잘 봐서 시험관을 놀라게 한 덕분에 입학했던 천재적인 물리학도였다. 그는 옥스퍼드 대학교의 졸업반 때 계단에서 굴러 떨어지는 등의 사고를 경험했고, 21살이 되던 해 전신 근육이 서서히 마비되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 소위 '루게릭병' 진단을 받았다. 의사들은 그가 불과 몇 년밖에 살지 못할 것이라며 슬픈 진단을 내렸지만, 강인한 정신력과 천재적인 연구능력을 겸비한 호킹은 휠체어에 의지한 채 컴퓨터 음성 재생 장치 등의 도움을 받아 연구활동을 진행해왔다.

1985년에는 제네바에 있는 유럽입자물리학 연구소에 다녀오다가 폐렴에 걸려 목소리를 잃는 불행을 겪었다. 호사마다일까? 천재에게 다가온 비운은 너무나 큰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같은 질병의 공격을 받았던 그는 평생 휠체어와 휠체어에 장착된 모니터, 적외선 통신을 통해서만 의사 소통을 해야 했다.

▲ 스티븐 호킹 추모 기획전/교보문고 홈페이지 화면 캡처

이같은 불행에 굴하지 않았던 그는 끊임없는 연구와 학문적인 열정으로 1965년 케임브리지대 대학원에 진학했고,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뛰어난 연구성과로 연구원과 교수 등을 거쳐 1979년부터 2009년까지 케임브리지대 수학 석좌교수를 역임했다. 장애를 가진 과학지망생들에게 그는 우상이고 본받아야 할 최고의 모델이 됐다.

1988년 펴낸 과학서 <시간의 역사>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등극하면서 그를 세계적인 과학자로 자리매김했다. 이 책은 세계적으로 1천만 권 이상 팔리면서 세계인들의 과학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을 끌어내는 기폭제가 됐다. 학문적 업적을 만들는 와중에도 그는 높은 인지도와 대중성을 바탕으로 <스타트랙>과 <심슨가족> 등 인기 TV 프로그램에 출연하거나 광고 목소리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활동으로 대중과 친숙한 예술활동을 병행해왔다.

▲ 스티븐 호킹 책/까치, 웅진지식하우스 제공

그의 의지와 열정은 정상인의 몇 배를 뛰어넘는 것이었다. 스티브 호킹 박사는 1974년에 영국 왕립학회 회원이 됐고, 왕립학회에서 아인슈타인상과 휴즈 메달을 받았다. 1975년에 케임브리지대학교의 응용 수학 및 물리학과의 교수가 됐고 1979년에는 루카스좌 석좌교수에 임명됐다. 뉴턴을 비롯한 쟁쟁한 수학자, 물리학자가 거쳐 간 자리에서 호킹의 시대는 활짝 열렸다. 1980년에는 기사 바로 아래 작위인 커맨더에 임명됐고, 2009년에는 미국 최고 시민 훈장인 대통령 자유훈장을 수상했다.

“죽음을 두려워하진 않는다. 또한 서두르진 않는다”

그의 위대한 정신력은 평소 전해진 그의 말을 통해서도 잘 드러난다. 그는 늘 죽음의 고비 앞에 서있었음에도 “나는 죽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또한 서두르진 않는다”라고 강한 정신력과 집념을 드러냈다. 그는 스스로를 드러내고 잘난척하는 세태에 대해 “내 아이큐가 몇인지 모르겠다. 자기 아이큐를 뽐내는 이들은 모두 루저들”이라며, 당당하고 치열하게 연구하고 경쟁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또 치열한 경쟁 속에 진리를 보지못하는 이들에게 “고개를 들어 별들을 보라. 제발 당신 발만 내려다보지 말고”라며, 크고 광대한 우주에서 통찰과 통섭의 지혜를 발휘할 것을 주문했다. 우리는 크고 위대했던 그의 삶에서 많은 것을 배워야 한다. 위대한 과학자 호킹의 명복을 빌며, 그의 영면을 기원한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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