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골프 업계가 골프장의 가파른 그린피 상승과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일명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성동구 골프존파크 드림힐점에서 한 시민이 골프를 즐기고 있다./뉴시스
스크린골프 업계가 골프장의 가파른 그린피 상승과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일명 '코로나 특수'를 누리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성동구 골프존파크 드림힐점에서 한 시민이 골프를 즐기고 있다./뉴시스

[이코노뉴스=박병호 여의도시스템 감사 겸 숭실대 겸임교수] 리필이 된다곤 하지만 커피 한잔에 1만원이 넘고 아침에 간단히 먹는 해장국이 2만원에 달하고 편의점에서 2천원 이하에 살 수 있는 막걸리 하나가 2만원에 가깝다.

고급호텔이 아니라 골프장의 음식값이다. 골프장에 처음 가보면 누구라도 황당한 비싼 음식값에 당황하게 된다.

고급 사교클럽을 지향하는 회원제(membership) 골프장에서 회원들이 동의해서 그렇게 받는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겠지만 누구라도 이용이 가능한 퍼블릭(Public, 대중제) 골프장에서 이렇게 음식값을 비싸게 받는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닐까?

◇ 호황을 틈타 음식값은 물론이고 올리고 보는 골프장 이용가격

박병호 여의도시스템 감사
박병호 여의도시스템 감사

골퍼들은 골프장의 비싼 음식값에 대해 오랫동안 그래왔고 어쩔 수 없으니 당연하게 받아들일지 모르지만 불만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분명하다.

한국만큼 음식값을 비싸게 받는 골프장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 특히나 골프의 대중화를 위해 정부로부터 세제상 혜택까지 받고 영업하는 퍼블릭 골프장이라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비단 음식값만이 아니다. 골프장의 쓰리피(3 fee)라고 하는 그린피(green fee), 캐디피(caddie fee), 그리고 좀 억지스럽긴 하지만 카트피(카드 사용료) 모두가 지난해 골프장의 호황과 함께 대폭 상승하였다.

그린피는 15∼20% 인상되었고 캐디피도 한 차례 라운딩에 12만원에서 이제는 대부분 13만원이 되었다. 카트피도 1만∼2만원 인상되었다.

코로나19로 많은 업종이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골프장만큼은 오히려 유례없는 호황이다 보니 가격을 올려도 부킹(예약) 수요는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니 음식값은 물론 여러 골프장 이용가격을 올리는 것은 수요·공급에 따른 시장원칙 아니냐고 골프장 측에서는 주장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

◇ 최근 골프장이 호황인 이유

최근 골프장이 호황인 것은 확실하다. 국내에는 약 5백개의 골프장이 운영 중인데 코로나19가 강타한 2020년 한 해 동안 골프장을 찾은 사람은 연인원 4373만명으로 직전 연도보다 503만명이나 늘었다. 프로야구 관중 수가 연간 7백∼8백만명인 것을 보면 골프장을 찾은 사람이 정말 많이 늘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내 골프장이 호황인 이유는 우선 코로나19로 해외로 나가지 못한 사람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2019년에는 2,871만명이 해외로 나갔지만 2020년에는 428만명에 불과했다. 자가격리의 불편과 감염의 우려로 인하여 해외로 나가지 못한 사람 중 계절에 따라 다르지만 5∼10% 정도는 골프투어가 목적인 사람들이고 이들이 해외 대신 국내 골프장을 찾았기 때문이다.

해외로 나가지 못해 국내 골프장으로 몰린 사람이 얼마나 될까 추산해보자. 작년 한 해 출국하지 못한 사람을 2500만명이라고 하고 평균 체류일을 5일로 가정하면 일 평균 해외에서 골프를 치고 있는 사람의 수는 1만 5천명에서 2만명에 달한다. 이들을 연인원으로 환산해보면 5.5백만∼7.3백만명에 달한다.

◇ 장기적인 안목에서 적절한 가격정책이 필요할 듯

지금의 골프장이 호황을 맞이하여 소비자들의 가격상승에 대한 저항이 약하다고 하더라도 골프장 특히 퍼블릭 골프장의 경우 지속경영을 위해 지금과 같은 가격정책을 반드시 재고해 보아야 하는 이유가 있다. 바로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개념 때문이다.

ESG는 환경(Environment), 사회(Society),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로 ESG 경영은 기업이 환경보호에 힘쓰며 사회적 약자 보호,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하고 사회공헌 활동은 물론 법과 윤리를 지키며 투명한 지배구조를 통한 경영 활동을 의미하는데 선진국에서는 법제화마저도 준비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이미 그 중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최근 남양유업 사례에서 보듯이 ESG 개념을 외면한 경영의 대가는 단순하게 매출액이나 이윤의 감소로 그치지 않고 기업의 생존을 위협할 만큼 중대한 영향을 주고 있음을 경험하고 있다. 퍼블릭 골프장도 기업의 하나이므로 ESG의 경영개념을 생각해 보아야 할 시점에 다다랐다.

◇ 코로나19가 안정되면 다시 해외로 나갈 수 있는 골퍼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첫째 논리로는 만일 지금처럼 높은 음식값과 비싼 이용요금을 생각하면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비싼 국내 골프장을 피해 해외로 나가게 될 것이다. 국내에서의 가격이면 해외에서는 여러 차례 라운딩하고도 남는다.

아래 연도별 골프장을 내장객 수 추이를 보면 계절과 날씨 여건에 따라 다르지만 코로나19 이전에는 한 해 골프장을 찾은 사람이 2020년만큼 많이 늘어난 적이 없다. 코로나19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 골프의 대중화에 앞장서야 하는 퍼블릭 골프장

골프 산업의 변화 측면에서도 달라져야 한다. 국내에서 골프는 이제 접대문화의 상징이 아니다. 골프 연습장과 골프존과 같은 스크린 골프장의 보급 그리고 박세리 키즈 이후 골프 아카데미의 확산으로 골프는 대중화되었다. 골프 인구는 몇 년 전에 3백만명이 조금 넘는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5백만명을 훨씬 넘는다.

골프 인구의 나이 구성을 보면 과거와 달리 중장년층의 전유물이 아니게 되었다. 여전히 50대의 비중이 높긴 하지만 2030세대와 여성들까지 수요층이 확대되었다.

이들은 인터넷 부킹에 익숙하고 법인카드로 결제하던 시대의 고객들이 아니다. 비상식적인 높은 음식값에 대하여 중장년층과 달리 저항이 심할 수도 있다.

◇ 퍼블릭 골프장, 받은 혜택만큼 설립 취지를 이행하도록

체육시설의 설치ㆍ이용에 관한 법률(약칭: 체육시설법)에서는 퍼블릭 골프장을 대중골프장으로 표현하고 있다.

퍼블릭 골프장은 골프의 대중화라는 의무이행에 대한 반대급부로 설립요건의 단순화와 세제상의 혜택을 받기 때문에 이윤추구에 혈안이 되어서는 곤란한 사회적인 책임을 부여받는다.

퍼블릭 골프장은 회원을 모집하지 못하는 대신 취·등록세와 부동산세에 대해 회원제 골프장의 경우 적용받는 특별세율이 아닌 일반세율을 적용받아 세금을 절감할 수 있고, 또한 이용객에 대한 개별소비세가 면제되는 혜택을 누린다. 내장객 한 사람당 몇만 원을 절감하는 효과가 있는 것이다.

회원권 가격의 하락으로 경영의 어려움을 겪었던 지난 업계의 변화를 보면 퍼블릭으로서의 간판은 명백하게도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2014년 이후부터 회원제 골프장은 하나도 신설되지 않고 기존에 회원제였던 많은 골프장은 퍼블릭으로 전환하여 현재 전체 골프장의 2/3가 퍼블릭 골프장이기 때문이다.

◇ 이젠 편한 맘으로 밥 먹을 수 있는 골프장이 많아지기를

많은 한국인은 골프를 좋아한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골프장 설립규제로 경기도와 강원도, 심지어 충청도까지 가서 골프를 친다. 새벽에 일어나 어떤 때는 1시간 이상을 운전해서 골프장으로 간다. 이런 열성 골퍼들을 위해서라도 퍼블릭 골프장은 최선을 다 해주어야 한다.

그러한 노력의 하나로 음식값을 상식 수준에 맞추는 것부터 시작하면 어떨까? 인건비로 인한 채산성을 탓하기 전에 셀프서비스를 확대하더라도 적당한 가격에 괜찮은 맛이면 시간에 쫓기는 골퍼들은 굳이 골프장 입구 식당에서 따로 만나 식사하고 올라가는 시간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가격을 인하한다는 눈치를 보기보다는 다른 골프장보다 앞장서 고객을 위한 가격정책을 시작하여 골퍼들의 마음을 잡는 골프장으로 ESG 경영개념을 이행한다면 언젠가 코로나19가 안정되고 아무리 골프장이 많아진다 해도 여전히 많은 골퍼들이 찾아오는 골프장이 될 것이다.

※ 박병호 여의시스템 감사 겸 숭실대 겸임교수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증권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박 감사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투자자의 성공뿐만 아니라 나라의 경쟁력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달려 있다면서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고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온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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