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본격 착수할 뜻을 분명히 했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 부총리는 전날 IMF·WB 연차총회 참석차 방문한 페루 리마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한계기업 구조조정 작업에 성과가 나오지 않는 상황인데 구조 변화가 일어날 수 있도록 정부가 적극적 중재자로 나서겠다"고 밝혔다.

▲ 최경환 부총리/기획재정부 제공

최 부총리가 기업 구조조정 의지를 밝힌 것은 미국의 금리 인상과 중국의 경기 둔화 등 G2 리스크로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부실이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628개 비금융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부채상환능력을 분석한 결과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인 기업 비중은 2010년 24.7%에서 2015년(1분기 말) 34.9%로 확대됐다.

이자보상배율이란 기업의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다. 이 비율이 1보다 낮은 기업은 경영활동을 통해 이자비용도 갚지 못해 금융 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 기업'인 경우가 많다.

또 차입금/EBITDA(세전·이자지급전이익) 배율 지표로 기업의 채무상환능력을 평가한 결과 배율이 5 이상인 기업 비중은 2010년 22.8%에서 2015년 31.1%로 늘었다.

통상 신용평가회사는 차입금/EBITDA 배율 5 이상일 경우 차입금이 과다한 것으로 평가한다.

이에 따라 이자보상배율이 1 이하면서 차입금/EBITDA 배율이 5 이상인 '고위험 기업' 비중도 2010년 16.4%에서 2015년 25.3%까지 확대됐다.

정부는 최근 기업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자발적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에 각종 세제·금융지원 혜택을 보장하는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원샷법)'을 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경기 불확실성이 점차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을 시장에만 맡겨두기에는 진행 속도가 너무 부진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한계기업 구조조정이 특히 부진한 업종은 조선,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이다.

최 부총리는 "조선과 철강, 석유화학, 건설 쪽이 어려운데 그런 부분들이 전혀 구조조정이 안되고 연명하다 보니 업계 전체가 힘들어지고 있다"며 "채권단의 자율적인 결정에만 맡겨두니 너무 지지부진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금융감독원, 금융연구원, 신용평가사, 은행권, 구조조정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민관합동 TF를 구성하고 기업 부채에 대한 대응을 본격화했다.

하지만 '좀비기업 퇴출'과 같은 문제는 대량 실업 등 예상되는 후폭풍이 작지 않아 1~2개 부처의 힘으로 추진하기 쉽지 않다는 우려도 제기되던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최 부총리는 스스로 '구조조정 컨트롤 타워'를 자처하고 나섰다.

최 부총리는 "얼마 전에 금융위원장 중심으로 관계부처 차관, 기관장들이 모여 대폭 강화하는 체제를 만들어냈다"며 "거기서 간추리고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면 내가 주관하는 서별관회의 쪽으로 가져와서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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