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호반건설이 선정되면서 호반건설의 대우건설 인수가 가시화됐다.

산업은행은 3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우건설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호반건설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 전영삼 KDB산업은행 자본시장부문 부행장이 3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DB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대우건설 매각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호반건설의 대우인수가 사실상 가시화하자 건설업계에서는 '우려'와 '안도'의 목소리가 동시에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호반건설이 대우건설보다 도급순위가 밀리는 것은 물론, 국내 주택분야에만 집중해온 기업이라는 점에서다. 과연 국내·외 건축부터 토목, 플랜트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추진해 온 대형사를 정상적으로 운영할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우려가 크다.

특히 일전에 대우건설이 금호그룹에 매각됐을 때처럼 '승자의 저주'가 재현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우건설 노조에서는 이같은 이유로 호반건설의 대우 인수를 반대한 바 있다.

대우건설 노조는 지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현금 유동성이 7000억~8000억원 수준인 호반 입장에서는 절반에 가까운 금액을 외부에서 조달해야 한다"며 "호반건설이 단기적 채무를 위해 구조조정하거나 대우건설 자산을 처분할 위험이 있다"며 매각 중단을 촉구했다.

산은이 애초 매각공고와 달리 호반의 '분할매각'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나온 '특혜논란'도 이같은 불씨를 키웠다. 호반건설은 매각대상 지분 50.75%(2억1100만주) 중 40%(1억6600만주)는 즉시 인수하고, 나머지 10.75%(4500만주)에 대해서는 2년 뒤 추가인수를 위해 산은앞 풋옵션을 부여했다.

지난 사장 선임과정에서 낙하산 사장과 불투명한 절차에 대한 논란이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인 만큼,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산은이 회피성으로 급히 매각하려는 것 아니냐는 불신이 크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지금이 대우건설 매각 적기인지에 대해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있음에도 서둘러 졸속으로 헐값에 팔아넘기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런 마당에 단독 응찰자인 호반건설은 대우건설 지분 분할매수를 역제안하는 등 석연치 않은 과정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산은이 대우 임직원을 설득시키지 못한 상태로 매각이 진행된다면, 매각 이후 호반과 대우 사이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기 어려울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추진된 매각이 '대우 정상화'로 이어질지 의문이다.

반면 호반건설이 대우건설을 인수한다고 하더라도 독립적으로 운영할 가능성이 높아 인수 이후 대우건설과 건설업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호반건설이 도급순위가 상대적으로 낮기는 하지만, 현금보유율이 높고 대우건설보다 부채비율이 낮다는 점에서다. 호반건설 계열사인 호반건설주택과 호반건설산업 등을 포함하면 호반의 지난해 추정 매출이 6조원에 달해 업계의 우려처럼 '새우가 고래를 먹는' 수준의 계급차이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특히 건설업과 무관한 기업이나 해외 자본이 들어왔을 때 벌어질 '먹튀' 가능성을 고려하면, 동종업계에서 인수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시각도 있다.

대주주가 산업은행에서 일반 기업으로 바뀌면서 대우에 대한 금융권의 신임도가 이전보다 달라진다면, 자금 조달면에서 영향을 받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대우의 업계 위상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란 의견도 지배적이다.

산은은 지난 2016년 10월 대우건설 매각을 추진했지만 대우건설 재무제표 의견거절로 매각을 잠정보류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우건설이 흑자전환한 뒤 7월 매각자문사를 선정했다.

지난해 11월13일 예비입찰에 13개 투자자가 참여했으며 평가기준을 충족한 3개 입찰적격자 중 호반건설이 지난 19일 최종입찰에 단독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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