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서양희 기자] 다국적 대형 금융회사인 HSBC가 최근 비트코인을 다량으로 보유 중인 미국 정보기술(IT) 업체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를 투자금지 명단에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HSBC가 암호화폐를 여전히 투기자산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되는데, 암호화폐 업계에서는 HSBC의 판단이 시대착오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 비트코인을 다량 보유한 미국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HSBC로부터 투자금지 대상으로 지정됐다는 코인텔레그래프 온라인 기사. 관련화면 캡쳐

19일 코인텔레그래프에 따르면 HSBC가 최근 내부회람을 통해 5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9만 비트코인을 보유 중인 마이크로스트래티지를 내부 투자직원과 고객들이 신규 투자를 해서는 안 되는 기업으로 지정했다.

HSBC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가 세계에서 가장 큰 비즈니스 인텔리전스 회사이기는 하지만, 막대한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보유하는 바람에 기업 성격이 비트코인 교환거래펀드와 유사한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지난해 8월 비트코인을 공격적으로 매수해 엄청난 시세 차익을 챙겼으며, 미국의 상당수 상장기업이 비트코인을 구매토록 자극하는 역할을 했다.

HSBC는 마이크로스트래티지 주식을 블랙리스트에 올려 캐나다 지역 은행의 온라인 소매거래 플랫폼 고객이 거래를 못하도록 조치했으며, 기존 고객에게도 더 이상 해당 회사의 주식을 구매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HSBC의 조치에 대해 시장 반응은 엇갈리고 있다. 보수적 기관투자자들이 암호화폐 시장의 위험성에 대해 다시 한번 경고를 내렸다고 평가하는 부류가 있는가 하면, HSBC가 시대착오적인 판단을 내렸다는 비판도 동시에 나온다.

암호화폐 거래소 플랫폼인 비트파이넥스(Bitfinex) 스튜어트 회그너(Stuart Hoegner) 고문은 “이번 결정은 주류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암호화폐가 존재를 인정받는 상황에서 나온 거꾸로 가는 움직임”이라고 말했다. 그는 “암호화폐를 거부하는 대신 HSBC는 은행 대출 및 신용카드 상품의 높은 수수료와 이자율을 감당하는 고객에게 양질의 제공할 수 있는 블록체인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비트코인/뉴시스 그래픽

HSBC가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블랙리스트에 올리면서도 테슬라와 스퀘어 등 비트코인을 다량 보유한 다른 회사에는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도 지적을 받고 있다.

암호화 금융업체인 앰버 그룹(Amber Group)의 미주 책임자인 제프리 왕(Jeffrey Wang)은 “왜 테슬라와 같은 비트코인 보유를 공개적으로 공개한 다른 회사들에는 거래 제한을 두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이어 “HSBC가 소매 중개 서비스의 범위를 넘어섰다”며 “규제 요건을 준수하는 경우 주식 구매 결정은 중개자가 아닌 최종 사용자에게 맡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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