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신간서평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음악과 함께 지적으로 대화하기 위한 넓고 얕은 책이라는 의미에서 ‘음대넓얕’이라는 별명을 주어도 좋을 듯한 책이 도서출판 새터에서 간행되었다.

▲ 김선태 편집위원

독자는 재즈에서 시작해 팝과 월드뮤직을 거쳐 클래식으로 끝맺는 서양 대중음악 여행길을 부담 없이 떠날 수 있다.

서양음악의 주요 장르를 망라하지만 백과사전처럼 나열식이거나 딱딱하지 않고, 에세이처럼 이야기하지만 지적 알맹이는 놓치지 않았다. 수많은 곡과 인물을 나열하고 있지만 일관된 흐름과 주제를 장악하는 솜씨는 독자들을 몰입시키기에 충분하다.

재즈로 시작하는 서양 대중음악 여행

‘재즈로 시작하는 음악여행’이라는 제목처럼 책은 서양 대중음악사를 재즈가 대중화된 미국에서 시작한다. 재즈는 1900년 무렵 흑인들의 노동요에서 출발했고, 악보보다 즉흥연주가 중요한 장르라 미국 사회에 쉽게 확산될 수 없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국 경제가 폭발적 성장세를 보이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풍요한 일상과 함께 대중이 모습을 드러냈고, 그들은 유럽 시민계급이 즐기던 클래식 대신 재즈에 열광했다. 1920년대에 재즈는 미국을 대표하는 대중음악으로 성장했다. 재즈의 출발을 루이 암스트롱이 알렸다면 재즈의 황금기는 베니 굿맨과 글렌 밀러가 수놓았다.

40년대에는 프랭크 시나트라가 스탠더드 팝의 아이돌로 떠올랐고, 찰리 파커가 비밥의 슈퍼스타로 등장하는 등 장르도 분화되어 갔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재즈바를 운영하던 시절, 그가 틀었던 음악이 거의 비밥이었다고 한다. 재즈는 마일스 데이비스라는 천재에 이르러 전성기를 맞이한다.

▲ 『재즈로 시작하는 음악여행』 = 임상훈. 새터. 352쪽

1950년대에 미국 대중음악은 전기를 맞는다. 먼저 로큰롤이 나타나고, 제임스 딘으로 대표되는 비트 세대가 등장했고 이어 컨트리 음악이 자리 잡았다. 우리나라에서 H.O.T나 서태지와 아이들이 그러했듯, 로큰롤은 단숨에 미국 대중을 장악하더니 그 여세를 몰아 전 세계로 확산되었다. 미국 팝음악의 시대가 시작된 것이다.

앨비스 프레슬리라는 천재를 낳은 로큰롤은 백인과 흑인이 어깨를 걸고 함께 부른 화합의 음악이었다. 이 시기에 흑인 음악은 리듬 앤 블루스와 소울로 분화되었는데, 엘비스는 리듬 앤 블루스의 전설이기도 하다.

비트족이 로큰롤을 이끌었다면 60년대에 등장한 히피들은 로큰롤을 록으로 발전시켰다. 미국의 제국주의적 행태에 대한 저항이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로커들은 저항의 아이콘이 되었고 그 정점에 우드스탁의 열광이 있었다.

그런 와중에 비틀즈가 미국에 상륙해 대중음악의 판도를 바꾸어 놓았다. 미국 대중음악을 영국이 점령한 것이다. 반면 같은 시기에 영국으로 건너 간 지미 핸드릭스는 그야말로 ‘본진을 털어버리는’ 기염을 발휘한다.

1968년의 우드스탁 공연을 정점으로 히피의 저항도 막을 내리고 록의 시대도 저문다. 여피족으로 대표되는 도시 전문직들이 음악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록의 스타일도 바뀌었다. 섹스 피스톨스처럼 기존 록의 정신을 지키려는 ‘펑크’족이 있었지만 대세는 프로그래시브 록으로 기울어갔다. 짐 모리슨에서 핑크 플로이드로 이어지는 뮤지션들이 70년대 록을 이끌었다.

그 사이 포크송이 성장했다. 원래 포크는 이민자들의 음악으로 1930년대에 미국에 자리잡기 시작했다. 임신한 몸을 이끌고 우드스탁으로 날아간 존 바에즈가 프로테스트라는, 이름부터 저항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원조 포크 가수였다.

자본에 저항하던 음악, 자본에 포섭되다

60년대에는 우리가 잘 아는 ‘위 셀 오버컴’(우리 승리하리라)이 프로테스트의 명맥을 유지했고, 타임지가 ‘20세기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로 선정한 밥 딜런이 등장해 그 대중화를 이끌었다. 딜런은 탁월한 가사 덕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70년대 들어 포크는 저항 대신 내면세계로 방향을 바꾼다.

▲ 비틀즈가 퍼포먼스를 펼치며 걸어 유명해진 영국 런던 어베이 로드 횡단보도. 어베이 로드(Abbey Road)는 1969년 발매된 비틀즈의 앨범 명이기도 하다.

1960년대가 미국 음악에 의식의 과잉을 남겼다면 1970년대는 그에 대한 반발을 낳았다. ‘변절한’ 록에 대한 반발로 펑크(Punk)가 나왔다면, 소울에 대한 반발로 펑크(Funk)가 나왔다. 춤과 음악에 마약이 더해진 사이키델릭이 출현했고, 디스코텍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1977년 개봉된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가 세계적인 인기를 끈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비지스, 아바, 도나 써머 같은 디스코의 스타들이 대거 등장했다. 그에 대한 적개심으로 1979년 ‘디스코 파괴의 밤’이라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는데, 그 여파 때문인지 디스코 열풍도 점차 가라앉았다.

디스코가 사라진 1980년대는 팝의 시대였다. 마이클 잭슨과 마돈나라는 걸출한 뮤지션들이 등장해 대중을 열광시켰다. 그렇지만 팝의 시대는 이들보다는 음반사와 기획사의 시대이기도 했다. 팝 아티스트들이 대중을 장악하자 공룡이 된 자본들이 팝의 유행을 이끌기 시작하여, 대중은 기획된 공연과 음반을 위해 주머니를 털었다.

랩과 힙합은 당시까지 자본화되지 않은 분야였다. 이들은 60년대에 록이 그러했던 신자유주의 시대의 저항 음악으로 성장했다. 그 랩과 힙합조차 90년대가 되면 상업화의 대열에 합류하는데, 역설적이게도 가장 반자본적 대사를 쏟아내는 갱스터랩이 그 흐름을 대표했다. 제이 지, 스눕 독, 에미넴, 닥터 드레 등은 사회적 저항을 외치는 가사로 엄청난 부를 챙긴 래퍼들이다. 자본이 자신에 대한 저항을 자본화한 것이다.

음악 없이 음악 이야기를 읽는 것은 왠지 허전한 느낌을 준다. 책은 음악의 장르마다 대표적인 앨범을 싣고 가급적 곧장 감상할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했다. 예를 들어 밥 딜런 앨범의 큐알 코드를 클릭하면 칸토 도스 클라시코스 사이트가 제공하는 유튜브 영상이, 도나 써머 앨범의 큐알 코드를 클릭하면 감미로운 목소리의 ‘Love To Love You Baby’가 제공된다.

우드스탁 공연이 궁금하면 책 113쪽의 코드를 찍어보자. 재니스 조플린의 메들리 공연을, 역사적 현장에 동참한 대중의 함성과 함께 시청할 수 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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