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함께 한국 경제의 퀀텀 점프 이끌 ‘기대주’

[이코노뉴스=최아람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에너지 및 화학 중심의 사업구조 다변화를 통해 기업 가치를 크게 높이고 있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신경영 전략인 '딥 체인지(Deep Change·사업구조의 근본혁신)' 선언 이후 시가총액이 급증하면서 지속적 혁신으로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SK이노베이션이 제2의 삼성전자로 등극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일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이 회사 주가는 지난 29일 종가 기준으로 19만9000원을 기록했다. 시가 총액은 9개월 만에 4조8000억원이 증가한 18조4000억원 수준을 보이고 있다.

▲ 서울 종로구 서린동 SK이노베이션 본사의 모습/뉴시스 자료사진

재계에서는 한국 경제가 안정적인 퀀텀 점프(Quantum Jump·대약진)에 성공하려면 현재의 삼성전자를 이을 제2, 제3의 삼성전자의 등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시가총액이 국내 전체 유가증권 시장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삼성전자의 ‘원 톱’ 체제로는 비약적인 성장을 이끌어내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SK이노베이션은 제2의 삼성전자’

최근 반도체 호황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 총액은 코스피 전체의 약 25%(390조원)에 달하게 됐다. 특히 삼성전자는 약 21%(332조원) 가량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2015년만 해도 삼성전자의 시총은 전체의 18%에 머물렀다.

삼성전자가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기업 한 곳에 의존해야 하는 불안감에서 벗어나려면 후속 주자들이 속속 등장해야 한다. 그 중심에 SK이노베이션이 있다.

SK이노베이션이 제2의 삼성전자로 거론되는 배경에는 두 기업 모두 지속적으로 사업·수익 구조 혁신을 성공적으로 이뤄나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과거 단순 가전제품 중심 포트폴리오에 머물렀던 삼성전자는 끊임없는 변화와 혁신으로 남보다 앞선 창의적인 제품을 내놓아야만 생존을 담보할 수 있었다.

SK이노베이션도 마찬가지다. 김 준 사장이 딥 체인지 2.0을 선언한 이후 비정유의 에너지 화학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사업구조의 혁신을 추진하면서 기업가치도 높아지고 있다.

두 회사 오너의 강력한 의지도 닮은꼴이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키운 것처럼, SK그룹 최태원 회장도 SK이노베이션의 글로벌 파트너링, 분사를 통한 경쟁력 확보, 해외시장 개척 등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있다.

SK그룹의 모태기업으로서 SK이노베이션을 글로벌 일류기업으로 성장시키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에 따라 SK이노베이션은 정유업을 바탕으로 화학 및 윤활유 시장을 개척하고,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 환경 패러다임에 발맞추기 위해 전기차 배터리로의 역량을 집중시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의 지속적인 사업 구조 혁신 노력이 성공을 거두면서 에너지 화학 업계의 삼성전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고 말했다.

◇ 최고 경영층의 ‘과감한 혁신 실천 의지’도 공통점

최고 경영층이 혁신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하고, 과감히 혁신을 실천한다는 차원에서도 공통점이 있다. 현재 삼성전자가 누리는 반도체 호황은 2010년부터 집행한 투자(94조원) 덕분이다.

2014년 37년 만의 적자를 경험한 SK이노베이션도 혁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특히 올해 초 김 준 사장은 신년사에서 “딥 체인지 수준의 과감한 구조적 혁신과 실행력으로 2018년 기업가치 30조원 달성 목표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 삼성전자와 SK이노베이션의 사업구조 혁신 단계/자료=SK이노베이션 제공

실제 올해 1분기 영업이익(분기 사상 세 번째 1조원 돌파)은 화학, 윤활유 등 비정유 부문의 영업이익이 50%를 넘어서는 성과를 창출했다. 석유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탈피, 에너지, 화학에 대한 역량 집중으로 포트폴리오가 진화해 기초(펀더멘털)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체질 개선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 받는다.

재계는 이를 두고 SK이노베이션이 글로벌 기업의 위치를 선점한 삼성전자의 경쟁력 강화 중심의 포트폴리오 확대 형태를 전략적으로 참고해 사업 재편에 성공한 것으로 해석한다.

또한 최태원 회장 및 전 경영진이 강력하게 추진해 온 딥 체인지 성과가 가시화 되는 것이라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 주가에도 반영된 SK이노베이션의 성장 기대감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주가도 이를 반영한다. 지난 29일 종가 19만9900원을 기록, 4년 래 최고치(2013년 1월 3일, 종가 18만2,000원)를 경신했다. 그 결과 SK이노베이션 시가 총액은 9개월 만에 4조8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이는 올해 초 ‘딥 체인지’ 선언 이후 시장이 SK이노베이션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본격적인 기대감을 갖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시총 순위도 17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특히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았던 2014년 10월 이후부터는 35개월 만에 시가 총액이 약 11조4000억원 가량 증가하는 퀀텀 점프를 이뤄냈다. 업계에서는 SK이노베이션이 딥 체인지 시행을 통해 정유업으로만 구분하기엔 넓은 업역(業域)을 구축했으며,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시장으로부터 사업 및 수익구조 혁신을 향한 노력이 인정받게 됐다고 평가한다.

그동안 시장으로부터 사업 확장성에 대한 의문을 받아 온 배터리 사업에 대한 시각도 바뀌고 있다.

▲ 그래픽=네이버금융 캡처

2018년까지 순수 전기차 7만대 분의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게 되는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세계최초로 NCM(니켈 코발트 망간) 8:1:1배터리를 개발, 향후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 증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 ’제2의 삼성전자’로 도약할 마지막 열쇠,‘딥 체인지 2.0’

‘딥 체인지 1.0’을 통해 체력을 비축한 SK이노베이션은 지난 5월 기자간담회를 통해 ‘딥 체인지2.0’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차세대 먹거리인 배터리, 화학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안하던 것을 새롭게 잘 하는 것과 ▲잘하고 있는 것을 훨씬 더 잘 하겠다는, 즉 사업 및 수익 구조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러한 사업, 수익 구조 혁신 성공과 함께 SK이노베이션은 2014년 말 9조원을 웃돌던 차입금 규모를 작년 말 기준 3조원까지 줄이며 시장 변동에도 튼튼한 재무구조를 구축했다.

올 1월 글로벌 신용평가사인 S&P가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BBB+로 상향 조정하며 ‘안정적’으로 부여한 데 이어 무디스는 기존보다 한 단계 올려 Baa1신용등급을 부여하기도 했다.

딥 체인지 실행을 통해 올해를 사업구조 혁신의 원년으로 삼은 SK이노베이션은 석유개발, 화학, 배터리 분야에 최대 3조원 규모로 투자할 계획이다.

향후 고부가가치 화학 제품인 자동차 및 포장재 전문 화학회사로 도약을 통해 딥 체인지2.0 달성을 위한 M&A(인수합병)에 속도를 내는 한편, 올해 안으로 부지 선정이 완료되는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유럽 공장도 가능한 신속하게 착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정유 업종 최선호주로 선정하고 목표 주가를 잇따라 상향 조정하는 등 실적에 따른 주가의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도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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