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시평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내전을 딛고 안정을 찾아가는 이라크가 초거대 규모의 국가재건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우리 민간기업의 현지 진출이 확정 단계에 들어섰다.

▲ 김선태 편집위원

한때 이슬람국가(IS)의 발호로 수도가 위협받기도 한 이라크는 최근 국토의 완전 회복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를 뒷받침하고자 최근 미국과 광범위한 협의를 마무리하고 그 결과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게 되었다.

놀라운 일은 이라크 국가재건사업의 일부로 한국형 개발 전략이 채택되었고 TRAC Development Group(대표이사 회장 문정민, 이하 TRAC)라는 우리 민간 기업이 수년 간 수면 하에서 이 일을 추진해 왔다는 사실이다.

 

TRAC, 이라크재건의 한국 파트너로 선정

TRAC는 30년간 해외부동산 개발사업의 경험을 바탕으로 2010년 국내에 설립된 회사다.

▲ TRAC가 500억 달러 규모의 이라크 신도시 개발 계획에 참여키로 했다. 한-미-이라크 3국간 이라크 신도시개발 계획 협정식이 10월16일 서울에서 개최될 예정이다.사진은 TRAC가 개발할 예정인 알바스라 신도시 시가지 모습.(사진=TRAC 제공)

문 회장은 1999년 IMF 외환위기 당시 해외로부터 114억불 규모의 초대형 투자유치를 이끌어내는 등 항간의 주목을 받았고, 2004년 9월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을 포함한 대규모 미국 투자사절단을 국내에 초빙하기도 했다.

이번 계약의 골자는 이라크 주요 도시에 50만호 규모 국민주택을 건설하는 등 금융과 개발 건설 기술을 묶은 ‘패키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2010년부터 이어진 TRAC의 노력은 IS의 위협이 줄어드는데 비례하여 속도가 붙어, 지난 2016년 3월 500억달러 규모의 안바르 주 하바나 신도시 개발 파트너 협약을 체결하면서 국내외에 알려졌다.

이 사업에는 한국형 신도시를 지향하는 이라크 5개 도시 개발, 한국기업 1000개 유치를 골자로 하는 산업공단 조성 등이 포함된다. 우선적으로 첨단도시 건설을 목표로 하는 ‘하바니아 스마트 신도시’, 국제물류 및 생산산업을 중심으로 하는 ‘하바니야 국제산업단지’ 건설에 각각 돌입할 예정이다.

현재 이라크 측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TRAC는 이후 바스라주에 들어설 930억불 규모의 ‘알 바스라 신도시’와 ‘바스라 국제경제 자유구역’, 그리고 디카주에 들어설 250억불 규모의 경공업 중심 ‘디카 국제산업단지’ 건설 관련 계약도 확정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모든 공사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TRAC 측이 이라크에서 수주할 개발사업 계약액은 1680억달러에 이른다.

이와 관련 오는 10월 16일 이라크 정부 대표단이 서울을 방문해 TRAC와 본 계약을 체결할 예정인데 여기에는 미국 측 계약 당사자들도 참석할 전망이다. 이라크 재건사업은 미국이 주도하는 사업이라 국무성 등 미국 정부 관계자도 이 계약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TRAC가 개발할 예정인 알 바스라 신도시 조감도 일부. (조감도=TRAC 제공)

TRAC측에 따르면 애초 이 계약은 이라크 현지에서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본 계약에 한국과 미국 이라크 세 나라에서 동시 참석하며 계약에 직접 관련된 인사들만 80여 명으로 방문단 규모가 워낙 큰 탓에 중간 지점인 한국의 서울로 정하게 되었다. 이번 계약의 중요성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정부, 이라크 재건계획에 주목할 필요

이라크 재건은 미국의 직접적인 이해관계 하에 진행되는 일이니만큼 미국 내 동향도 중요하다. TRAC 관계자에 따르면 10월 중 미국 국무성이 이라크 재건 포럼 구성안을 발표하고 워싱턴에서 이라크 재건 공사의 연내 착공 등 향후 일정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전체적으로 이는 한국형 개발 모델을 이라크에 이식하는 일이기도 해서 한-이라크 양국 간의 경제협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 지점에 이르면 이라크가 한국형 개발 전략을 채택하게 된 배경이 궁금해진다. 이에 대해 TRAC 관계자는 “이라크 재건의 동기가 전후 한국의 사정과 유사하며 한국의 경험이 모범적이라 보기 때문”이라 말한다.

이라크로서는 전 국토가 파괴된 상황에서 빠른 시일 내에 안정적이면서 초현대적인 복구를 달성해야 하는데, 유사한 상황을 딛고 21세기 강소국으로 성장한 한국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는 설명이다.

한국 기업은 1970년대에 이미 중동 신화를 써내려간 터라 이번 TRAC의 이라크 진출도 그 연장선상에서 볼 수 있다. 당시에도 그랬지만 여전히 중동은 미지의 세계이며 더군다나 현재 이라크는 단순한 민자 건설이 아닌 실질적인 국가재건을 목표로 하고 있어 개발의 규모와 범위에서 이전과 차원을 달리 한다.

한국형 신도시와 산업공단을 역사와 문화가 전혀 다른 이라크에 통째 이식하는 사업이자, 적어도 10여 년에 걸쳐 1000조원을 상회하는 규모로 전개될 사업이다. 이를 일개 기업의 일로 치부하기 어렵고, 향후 민간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버거운 난관이 조성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이라크 전후복구 재건사업은 트럼프 미 대통령의 주도하에 68개국이 지원을 결정한 끝에 현실화되었다.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예전과 달리 고전중인 현 시점에서 정부가 이라크 재건 사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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