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의 중국견문록

[이코노뉴스=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어제 모처럼 서울 중구 명동거리를 둘러보았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의 한반도 배치 문제가 터지기 전에는 유커(游客)라고 부르는 중국 관광객들이 바글바글 거리던 명동거리가 한산하기까지 하다.

▲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

명동에 사무실이 있는 한 지인은 중국 관광객을 상대로 열었던 그 많은 중저가 화장품 브랜드 가게들이 하나 둘씩 문을 닫고 있다고 한다. 굳이 이야기 듣지 않아도 문을 닫은 가게들을 군데 군데 쉽게 찾을 수 있다.

필자는 작년 초 ‘유커들이 몰려온다’고 언론에서 호들갑 부릴 때 SNS에 올렸던 글을 다시 찾아보았다.

“요즘 중국 관광객들이 몰려온다고 너무 호들갑 떠는 것 같다. 가장 피크로 간주되는 2016년 상반기에만 수백만명이 다녀갔다고 하는데 정말 많이 온다고 봐야 하나?

중국인 연간 방문인원수를 700만명이라고 하자. 700만명이 한국에 오는 것은 중국의 인구를 감안하면 많이 오는 게 아니다.

14억명의 인구 중 700만명은 0.5%에 불과한데 이에 반해 중국을 방문하는 한국 사람들은 거의 350만명이니까 인구의 7% 수준이다. 우리가 가는 만큼 중국인들이 한국에 온다면 한 해에 1억명 이상 와야 되고 1인당 국민소득을 감안해도 연간 3000만∼4000만명이 와야 정상인데 1000만명도 오지 않는다.”

반면 한국인들의 해외여행은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관광수지 적자규모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10월 황금연휴를 맞아 인천공항과 김포공항을 빠져나갈 엄청난 사람들을 감안하면 금년의 관광수지 적자규모는 역대 그 어느 해보다도 커져 110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필자는 추산한다.

올 추석은 특히 연휴 시작 전 10월 2일(월요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되면서 9월 30일부터 열흘간 '황금연휴'를 맞게 됐다. 이에 따라 해외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국제항공료 등 해외여행 경비가 들썩이고 있다고 한다.

▲ 서울 중구 명동거리의 폐업한 상점 앞을 시민이 지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한국은 해마다 약 2000만명이 해외로 나가 인구대비 40%에 달한다. 이는 중국의 7%와 비교해서도 많지만 우리보다 훨씬 잘 살고 인구도 2.6배나 되는 일본보다도 더 많은 사람들이 해외로 나간다는 뜻이다. 우리가 그렇게 잘사나?

자기 돈을 가지고 해외 나가서 쓰겠다는 사람들을 탓할 수는 없다. 그보다는 우리의 명동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중국 관광객이 좀 늘어난다고 하자 성격과 행동이 빠르기로 유명한 한국 사람의 특성이 나타나 우리의 명동의 모습을 바꾸고 말았다.

우리의 명동은 중국 관광객들의 푼돈 지갑을 열기 위해 패션과 문화의 거리에서 중저가 화장품과 마스크, 그리고 이상한 맛의 김을 파는 점포 중심으로 바뀌어져 버렸다.

이제는 중국인들이 오지 않아서 다시 호들갑이다. 단체 관광객들이 중국 정부의 눈치와 압력으로 한국으로 오지 않으니 그나마 오는 중국인들은 단체가 아닌 ‘산커’(散客)라고 부르는 개별관광객이다.

이들은 명동을 찾지 않는다. 단체 관광객들은 가이드가 내려 주는 곳을 갈 수밖에 없고 정보력도 부족하지만 자유롭게 여행지를 선택하는 산커들이 한국에 와서 찾는 곳은 한국인들이 가고 싶어하고 놀고 싶어하는 곳들이다. 한국인들이 떠난 명동은 이제 한국인도 중국인도 찾지 않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

명동에 한국 사람들이 몰리면 늘어나는 중국 해외 여행객들은 언젠가는 다시 명동을 찾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이 없으면 유커도 등을 돌릴 게 뻔하다.

한국 여행을 자주 오는 사람들은 젊은이들이 몰리는 가로수길, 경리단길이나 홍대입구를 스스로 찾아 간다.

▲ 한낮에도 한산한 명동거리/뉴시스 자료사진

명동도 한국의 젊은 사람들이 놀러오게 만들어야 한다. 명동만의 색깔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런 와중에 명동 한 복판에서 한 성악가가 하루 종일 가곡을 부르는 모습은 참 신선했다.

그 성악가의 오페라단을 명동 상인들이 지원해야 마땅하다는 것은 필자 혼자만의 생각일까.

※ 박병호 인커리지파트너스 대표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증권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박 대표는 중국을 알고 이해하기 위해 베이징(北京)대학교 국가발전연구원의 EMBA과정을 마쳤고, 중국 전역을 주유하면서 몸으로 부딪혀 중국을 공부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투자자의 성공뿐만 아니라 나라의 경쟁력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달려 있다면서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고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온힘을 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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