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국민정서법…‘이재용은 중죄인인가’

이종수 기자l승인2017.08.08l수정2017.08.08 19:20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이코노뉴스 칼럼=이종수 기자]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7일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한 것과 관련,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다.

특검은 이날 박근혜(65)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61)씨에게 뇌물을 준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이 사건은 경제계와 정계의 최고권력자가 독대 자리에서 뇌물을 주고받기로 한 부패 범죄”라고 규정한 뒤 중형(重型)을 구형했다.

이번 구형을 둘러싸고 정치권과 시민단체 일각에서는 "국가 시스템이 망가진 사실과 국민들이 느낀 절망감을 생각해보면 징역 12년은 오히려 부족하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뇌물' 관련 결심 공판을 마친 뒤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뉴시스

반면 당사자인 삼성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망연자실한 상태다. 예상보다 높은 형량에 재계도 충격에 빠졌다.

특검은 우리나라 최강의 수사팀이고, 삼성 변호인단도 드림팀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들이 벌이는 법리 싸움은 박영수 특검의 말처럼 ‘세기의 재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기자는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이번 사건을 반추해봤다. 이른바 국민정서법 차원에서다.

삼성은 유독 국민정서법의 피해를 당해 왔다. 유죄를 판단할 확증이나 확신도 없이 국민정서법에 밀려 불이익을 본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이는 삼성의 경영 승계 과정에서 일부 편법을 동원해 국민의 반감을 초래한 삼성의 책임이 적지 않다.

그렇다면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국민정서는 과연 어떨까. 특검은 뇌물 혐의가 인정된다는 전제아래 재산국외도피 혐의가 징역 10년 이상 법정형이 규정된 중죄인 점을 들어 엄벌을 요구했다.

상식선에서 따져보자. 특검은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21)씨에 대한 삼성의 승마지원 등을 지적했지만, 이는 대통령의 요청 때문이 아니라 최씨의 강요 내지 공갈에 의해 마지못해 했을 뿐이라는 삼성 측의 주장이 더 설득력을 지닌다.

특검의 주장대로 정계의 최고권력자(대통령)가 독대 자리에서 지원을 요청했다면, 이를 거절할 만한 ‘간 큰’ 대기업은 없다고 봐야 합당하다. 게다가 삼성의 스포츠재단 출연과 정유라씨 말 지원은 모두 공식적인 회계장부 작성을 통해 이뤄졌다고 한다.

설령 특검의 주장대로 삼성이 부정한 청탁을 위해 최순실씨 모녀를 지원했다 해도 과연 ‘12년의 중형’을 구형할 만큼 큰 죄인지 납득하기 힘들뿐더러, 이번 사건의 핵심인 뇌물공여죄의 법정형이 5년 이하 징역이라는 이유로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부각시켰다면 그리 당당해 보이지 않는다.

삼성 변호인단은 또 “특검팀이 ‘세기의 재판’이 될 것이라며 증거가 차고 넘친다고 했지만 공소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부회장 간 뇌물 수수 관계가 입증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삼성뿐 아니라 SK와 LG, 롯데 등 다른 그룹도 대통령과 독대한 뒤 스포츠재단에 출연했는데 왜 삼성만 문제 삼느냐는 항변도 그리 무리한 게 아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하도록 국민연금을 움직였다는 혐의도 석연치 않다. 우리는 2003년 SK그룹 경영권을 뒤흔들었던 소버린과 외환은행 인수·매각 과정에서 수조원의 차익을 남겨 '먹튀' 논란을 일으킨 론스타 등 투기성 해외 헤지펀드의 농간에 분노해 하곤 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때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대다수 국민들은 미국의 투기자본 엘리엇이 또다시 합병과정에서 분탕질을 하지 않을까 걱정한 게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딱히 삼성이 좋아서가 아니라 엘리엇이 싫어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큰 탈없이 합병되길 바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독대 자리에서 얼굴까지 붉힌 채 JTBC를 ‘이적단체’라고 비난해 청탁할 분위기가 아니었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진술도 거짓말로는 들리지 않는다.

이재용 부회장의 유무죄 여부는 25일 1심 선고에서 판가름 난다. 오로지 증거와 법리에 근거해 독립적이고 양심적으로 판단하는 게 법관의 의무이자 헌법적 가치다. 현명하고 합리적인 판결을 기대한다.

 
이종수 기자  jslee6679@econonews.co.kr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종수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신문사소개조직도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서울시 서초구 서운로 13, 907호 ( 서초동 중앙로얄오피스텔)  |  대표전화 : 02-464-5954  |  팩스 : 02-464-5958  |  대표법인 : 이코노뉴스
등록번호 : 서울, 아03530  |  등록일 : 2015년 01월 19일  |  발행인 : 이종수  |  편집인 : 조희제  |  상임고문 남영진  |  청소년보호책임자 : 조희제
Copyright © 2017 이코노뉴스.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