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글로벌 반도체 업계를 장악하고 있는 삼성전자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도시바(東芝) 메모리 사업부 인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사장은 6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SK그룹이 삼성전자와 경쟁하기 위해 도시바에서 분사된 자회사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해 보완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 박정호 사장/SK텔레콤 제공

그는 SK하이닉스가 이른바 '한·미·일 연합'에 속해 도시바메모리 인수 협상에 참여하도록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일본 민관 공동투자펀드인 산업혁신기구(INCJ)와 일본개발은행, 미국계 사모펀드 베인캐피털 등으로 구성된 한·미·일연합에 포함돼 지난달 21일 도시바메모리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SK하이닉스는 직접 출자가 아닌 융자 방식으로 3000억 엔(약 3조560억 원)을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사장은 "SK하이닉스는 도시바와의 협업을 통해 약한 낸드플래시 메모리 입지를 강화하고, 도시바는 하이닉스로부터 부족한 D램을 제공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D램과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 따라잡겠다”

박 사장의 이같은 발언은 SK하이닉스가 D램과 낸드플래시 업계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따라잡겠다는 목표를 대외적으로 공식화한 것이다.

지난 1분기 기준 도시바는 낸드 시장에서 삼성전자(36.7%)에 이어 2위(17.2%)에 머물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웨스턴디지털(15.5%)에 이어 4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낸드플래시를 발명한 도시바는 3D 낸드의 개념을 고안한 반도체 업계의 거물로 2D 낸드에서도 최고의 공정 경쟁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 SK하이닉스 이천 반도체공장의 행복문/뉴시스 자료사진

D램의 경우, 지난 1분기 기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43.5%, 27.9%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어 이미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상태다.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도시바와의 협업을 통해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 및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셈이다.

스마트폰과 PC 등에 탑재되는 메모리 반도체는 D램과 낸드플래시 2종류다.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특징을 지닌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기기의 저장장치에 주로 쓰인다.

낸드플래시 시장은 기기의 고성능화, IoT(사물인터넷) 환경 고도화 등으로 오는 2020년까지 매년 평균 44%씩 커질 전망이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의 사용 증가로 D램과 낸드의 수요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는 지난달 28일 주주총회에서 SK하이닉스가 포함된 '한·미·일 연합'과 최종 매각 계약을 맺을 계획이었지만 여러 당사자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시일을 맞추지 못했다. 또 웨스턴디지털의 강력한 반발로 협상이 혼전을 거듭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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