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그룹 상장사의 시가총액이 올 상반기 동안 175조원 증가해 1000조원을 넘어섰다.
2일 코스콤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선정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가운데 시총 상위 20대 그룹의 상장사(우선주 포함) 189곳의 시총은 지난달 30일 1040조511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작년 말의 865조1705억원에 비해 20.3%(175조3407억원) 늘었다. 또 1000조원도 돌파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와 코스닥의 시총은 1770조9550억원으로 17.3%(260조9920억원) 증가해, 20대 그룹의 시총이 3%포인트 더 가파르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20대 그룹 가운데 절반인 10곳은 증시 전체 시총 증가율을 넘어섰으나 나머지는 그렇지 못했다.
주로 증권, 전기전자. 운수업종이 주력인 그룹이 약진했다. 반면 내수시장을 주 공략 대상으로 하는 그룹이 상대적으로 미흡했다.
그룹별로 보면 지난 1일 창립 20주년을 맞은 미래에셋그룹의 덩치가 올 들어 가장 커졌다. 미래에셋그룹의 시총은 지난달 30일 8조3322억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160.1% 불었다.
이는 미래에셋그룹이 대우증권을 인수해 지난해 말 합병 등기를 완료, 미래에셋대우를 국내 자기자본 1위의 최대 증권사로 올해 초 출범시킨 데 다른 것이다.
실제 미래에셋대우의 주가는 지난달 30일 1만1050원으로 전년 말에 비해 52.6% 뛰었다.
이어 한진그룹의 시총이 5조8424억원으로 올 들어 71.8% 늘어, 2위를 차지했다. 한진그룹의 시총 증가는 항공업황 개선의 수혜를 누리고 있는 대한항공과 한진칼이 이끌었다.
특히 한진칼은 지분 100% 자회사인 저가항공사 '진에어'가 일본·동남아 단거리 여객 수요로 실적 개선감이 반영되면서 지난 6개월 동안 주가가 72.6% 급등해 이목을 끈다.
같은 기간 대한항공의 주가도 41.5% 상승했다.
시총 증가율 3위의 그룹은 현대중공업그룹(45.7%)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과 현대중공업에서 분할된 신설 회사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현대건설기계, 현대로보틱스 등이 분할 상장된 것이 시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4위는 시총이 28.0% 증가한 SK그룹이 차지했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은 SK하이닉스의 주가가 올 들어 50.8% 증가한 덕분이다. 더불어 매각 이슈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SK증권'과 물류 자동화 업체 '에스엠코어'의 주가도 각각 58.8%, 35.2% 뛰어 눈에 띈다.
LG그룹은 시총이 26.7% 늘어 5위를 기록했다. 소재부품제조사인 LG이노텍(86.7%), LG전자(55.4%), LG유플러스(36.2%) 등의 주가가 활약한 덕택이다.
삼성그룹의 시총은 올 들어 23.6% 늘어, 시총 증가율 6위 그룹에 이름을 올렸다. 삼성전기(100.8%), 삼성바이오로직스(93.4%), 삼성SDI(57.3%), 삼성중공업(34.6%), 삼성에스디에스(32.3%), 삼성전자(31.9%) 등의 주가 크게 증가한 탓이다. 반면 삼성증권(30.3%)을 제외하고 삼성카드(-1.6%), 삼성화재(4.8%), 삼성생명(4.0%) 등의 금융주가 부진해 대비됐다.
이 외에도 ▲신세계(23.1%) ▲한화(19.6%) ▲GS(19.0%) ▲KT&G(17.5%) 등까지 포함해 총 10개 그룹의 시총이 전체 증시 시총 증가율을 넘어섰다.
반면 ▲효성(14.6%) ▲S-Oil(12.5%) ▲롯데(12.0%) ▲KT(10.5%) ▲포스코(10.0%) ▲현대백화점(7.4%) ▲현대차(3.7%) ▲CJ(3.0%) ▲영풍(2.2%) ▲두산(-4.2%) 등 10곳은 전체 증시 상승률에 미치지 못했다.
특히 시총 3위의 현대차그룹의 부진에 이목이 집중된다.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 등으로 주력 계열사인 현대차 주가가 올 상반기 9.2% 오르는 데 그쳤고, 기아차는 오히려 2.7% 하락했다.
시총 순위 4위인 국내 최대 유통 대기업 롯데그룹도 중국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사드) 경제보복의 타격, 호텔롯데 상장 지연 등으로 기대에 못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