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민주 버핏연구소 대표]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은 평생 벤저민 그레이엄을 최고의 스승으로 모셨다. 버핏은 흔히 가치 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레이엄에 대해 ‘내 인생의 나침반’이라고 찬사를 보낼 만큼 경의를 표했다.

▲ 이민주 버핏연구소 대표

워렌 버핏은 컬럼비아대학에서 그레이엄의 강의에 푹 빠졌다. 천재가 열정을 갖고 집중한 과목의 성적이 나쁘게 나올 이유가 없었다. 그는 그레이엄 교수가 가르친 모든 과목에서 최고 성적인 A+를 받았다.

1951년 컬럼비아 비즈니스 스쿨을 졸업한 버핏은 그레이엄이 운영하는 투자회사 '그레이엄 뉴먼(Graham-Newman)'에 입사하기를 열망했다.

그는 그레이엄에게 무보수로 일하겠다고 자청하기도 했다. 돈에 관한 한 한 치의 양보가 없는 버핏이 무보수를 제의했으니 그가 얼마나 이 회사에서 일하고 싶어 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레이엄은 거절했다. 버핏의 능력을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버핏은 훗날 "그레이엄은 무보수로 일하겠다는 내 제의를 거절했다. 대신 시어스와 로벅(미국의 대표적인 유통업체인 '시어스 로벅'의 설립자)을 거상으로 키워 낸 줄리어스 로젠왈드의 아들인 빌 로젠왈드에게 나를 추천했다. 그러나 당시 나는 군복무 문제로 오마하를 떠날 수 없었다. 벤저민이 정말로 나를 추천한 것인지, 아니면 성가시게 구는 나를 떼어 내려고 한 것인지는 앞으로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준비된 성공 투자』 워렌 버핏, 2009. 1. 30. ㈜살림출판사)

그로부터 3년이 지난 1954년 8월에야 그레이엄으로부터 '그레이엄 뉴먼'에서 일할 수 있다는 허락을 받았다. 버핏이 조르고 조르자 입사를 허락한 것이다.

버핏에게는 이 시절이 만족스러웠던 것 같다. 그렇게 원하던 가치투자의 실제적 지식을 스승인 그레이엄으로부터 직접 배울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레이엄의 『증권 분석』을 읽고서 머리에 섬광과도 같은 느낌을 받았던 버핏이 직접 지은이로부터 실제 지식을 전수받는 것은 무엇과도 바꾸기 어려운 즐거움이었을 게 분명하다.

연봉도 적은 편은 아니었다. 당시 연봉 1만2000달러는 뉴욕의 교사 초봉인 연 5000달러의 두 배가 넘었다. 버핏은 저녁에는 '스카스데일'이라는 직업학교에서 투자 관련 강의를 하면서 추가로 돈을 모을 수 있었다.

투자회사 '그레이엄 뉴먼'은 리스크가 적으면서 수익률이 20% 이상이면 투자에 나섰다. 장부가치가 저평가된 주식에 대한 투자, 차익거래(arbitrage)가 주된 투자 방법이었다.

차익거래란 쉽게 말해 하나의 주식이 A시장에서는 110원, B시장에서는 100원에 거래되고 있다면 B시장에서 주식을 100원에 매입해 A시장에 내다 파는 것을 말한다. 수익률은 높지 않지만 리스크가 낮다는 장점이 있다.

▲ 워렌 버핏 버크셔해서웨이의 회장이 지난 2015년 5월 3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州) 오마하의 버크셔 본사에서 열린 투자설명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마하=AP/뉴시스 자료사진】

버핏은 이 회사에 근무하면서 1926년부터 1956년 사이의 차익거래를 세밀히 연구하면서 이 투자 방식의 장점에 매료됐다. 그는 투자 초기에 차익거래를 빈번히 활용했다.

버핏은 행복했다. 부인 수잔 버핏과 함께 맨해튼의 월 65달러짜리 임대 아파트에서 신접살림을 하고 있었다.

만족스러운 일과 직장, 존경하는 스승, 사랑하는 아내, 버핏은 행복한 상황이었다.  버핏의 개인 저축액도 14만 달러를 넘었다.

그러나 이런 일상의 작은 성취에 행복해하는 젊은이가 훗날 세계 최고 부자가 되리라고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버핏이 전 세계에서 가장 투자를 잘하는 귀재로 성공한 이유를 자신의 투자 3원칙을 철저히 지켰다는 점에서 찾는 이들이 적지 않다. 분산투자와 장기투자, 그리고 정액 적립식 투자가 바로 '워렌 버핏의 투자 3원칙'이다.

어렵지도 않고 그저 평범해 보일 수도 있는 이들 원칙을 실천하면 장기적으로 손해 보지 않고 수익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이 3가지 원칙에도 단점은 있다. 그러나 버핏은 단점을 해결하는 방법까지는 자세히 이야기 해주 않는다. 자신만의 비법인 셈이다.

※ 이민주 대표는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대에서 MBA(경영학 석사)를 받았습니다. I.H.S버핏연구소를 설립해 투자교육 및 기업교육 전문회사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