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거칠고 공격적인 트럼프냐, 신중하고 단호한 메르켈인가.”

유럽의 중심국가 역할을 하고 있는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무티(Mutti·엄마) 리더십’이 공세적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대비되면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 김홍국 편집위원

네거티브 방식의 거칠고 강압적인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 정면으로 맞서며, 유럽의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 메르켈 총리의 모습을 전 세계가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AFP통신과 <텔레그래프> 등 외신에 따르면 메르켈 독일 총리는 지난 28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한 정당 행사에서 “유럽은 이제 더 이상 미국이나 영국 등에 의존해선 안된다. 유럽은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유럽 지도자들과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서방 주요7개국(G7) 정상회담에서 만난 직후 나온 발언으로, 향후 전 세계 외교의 향방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상대국을 배려하지 않는 거칠고 공세적인 발언으로 유럽 지도자들에게 큰 충격을 준 트럼프 대통령의 독단적이고 비정상적인 행보에 대해 맞선 메르켈 총리의 행보와 입을 세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며칠간 경험으로 볼 때 유럽이 다른 국가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 있는 시대는 끝났다”며 “유럽은 우리의 미래와 운명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밝혔다.

물론 “미국과 영국, 그리고 러시아를 비롯한 국가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유럽의 자립 행보는 미국 등 동맹국과 좋은 관계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는 전제를 다는 신중하고 전략적인 발언도 잊지 않았다.

미국 언론은 이같은 메르켈의 발언을 주목하고 있다. 유력일간지 워싱턴포스트(WP)는 “메르켈의 발언은 미국과 유럽 관계가 새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워싱턴과 유럽의 관계가 때때로 껄끄러웠지만, 트럼프 이전에는 유럽이 독자적으로 행동해야 한다는 느낌을 준 적이 거의 없었다”고 경계심을 표했다.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운데)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26일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다. 【타오르미나(시칠리아)=AP/뉴시스】

주목할 점은 메르켈의 발언이 미국의 국익에 집중해 우방국들에게 압력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강한 반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메르켈의 발언은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공개적인 불화가 노출된 직후에 나왔기 때문에 메르켈이 트럼프를 향해 불편한 심경을 직설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분석된다. WP는 메르켈이 트럼프의 리더십에 대한 분명한 거절의사를 밝힌 것이라고 분석하며, 미-유럽 관계의 악화를 우려했다.

실제 트럼프의 거친 안하무인격 행동은 각국 정상들과 언론을 당황케 했다. 그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가진 나토 회원국 정상들과 포토타임에서 몬테네그로의 두스코 마르코비치 총리를 밀치며 앞자리를 차지하는가 하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의 악수에서 지나치게 손을 꽉 잡아 마크롱 대통령에게 역공을 당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탈리아 G7 정상회담에서도 회의에 지각하거나 폐막식에 불참하는 등 무례한 행동을 이어나갔다.

메르켈은 G7 폐막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G7에서 파리기후협약 준수에 대해 답변을 거부하자 매우 실망했다며, 트럼프와의 기후협정 관련 논의가 “매우 힘들었다. 그리고 미국이 파리기후협정에 남아있을지 잘 모르겠다. 6명이 1명(트럼프)을 상대로 싸우는 형국”이라며 비판적인 발언을 계속 내놓았다.

트럼프의 막말 리더십에 맞선 메르켈의 무티 리더십이 정면 대결하는 양상이다.

◇ "주목받는 무티 리더십, 문재인 정부의 외교리더십도 기대"

메르켈은 동독 출신의 과학자로, 정계에 진출해 2005년에 독일 8대 총리에 선출된 뒤 2013년 3선 총리에 올랐다.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여성 중 한 명으로, 강력한 리더십을 보인 영국의 마거릿 대처 전 총리와 비교되는 ‘무티 리더십’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28일(현지시간) 뮌헨에서 열린 집권 기민-기사당 연합 유세 행사에 참석해 맥주잔을 들어 올리고 있다. 【뮌헨=AP/뉴시스】

대처가 타협하지 않는 원칙주의자였던 반면 메르켈은 진보·보수 연립정부 수립을 2번이나 성공시킬 만큼 포용의 정치인 ‘무티 리더십’으로 세계의 관심을 모아왔다.

메르켈은 “권력을 과시하지 않는다”는 신념대로 총리 업무가 끝나면 슈퍼마켓에서 직접 장을 보는 등 검소하고 소탈한 성격과 일상생활과 달리, 정책 수행과 대외 정책에서는 진취적이고 결단력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왔다.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을 주도하고 그리스 정부에 강도 높은 긴축재정을 요구했으며, 이란 핵협상 타결과 난민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나서는 등 메르켈은 유럽 최강국의 지도자로서의 역할을 잘해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가 메르켈 총리가 멈추지 않는 외교 행보·불도저 같은 정치 스타일·소탈한 모습으로 세계를 이끈 지도자로서 역할을 해왔다고 평가하는 등 세계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다. 메르켈은 지난 2005년부터 13년째 특유의 강인하고 신중하면서도 결단력 넘치는 리더십으로 독일과 유럽의 정치·경제적 상황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거칠고 공격적인 미국의 트럼프와 맞서는 무티 리더십의 메르켈의 향후 양상이 세계 외교의 큰 그림과 양상을 바꿀 것으로 보여, 이들의 행보가 주목된다.

아직 틀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부도 대한민국의 국익을 높이고, 국제사회에서 역할을 증대하면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점에서 당당하면서도 단호하고 역량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주길 기대한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경제부 정치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로 YTN 등에서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KDI 국제정책대학원에서 MBA(기업경영)를 취득했고, 리더십과 협상에 관한 칼럼을 연재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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