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임태형 대기자] 1990년대 중반인 20년 전으로 되돌아 가보자.

당시는 대형 재해 발생과 북한의 위협이 고조될 때, 그리고 연말이 되면 재벌그룹이 중심이 되어 거액의 의연금, 성금을 기탁했다는 기사에 익숙해 있던 시절이다. 국민들에게 사회공헌이란 용어는 그저 간간이 소개되기 시작하던 때였다.

▲ 임태형 대기자

일부 선진적 기업들은 임직원들의 자원봉사활동을 장려하고 지원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기업 사회공헌활동은 단순한 수동적 기부, 그것도 준조세라고 하는 강요된 성금에 익숙해져 있던 시기였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J신문사는 부설 시민사회연구소를 만들어 기업과 민간의 지역사회 봉사활동을 활성화하기 위한 캠페인을 전개했다.

해외 선진국에서 기업과 민간 자원봉사자들이 지역사회의 안녕과 발전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와 한국에서 시민 자원봉사의 필요성을 연이어 특집기사화하고, 관련 정보의 전달을 위한 많은 세미나와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포럼을 통해 열띤 논의도 이어갔다.

J신문사와 한 자원봉사단체가 주도한 전국적인 자원봉사 경연을 시작한 1994년은 한 재벌 그룹이 사회봉사단을 창단하며 임직원들의 자원봉사활동을 지원하는 체계를 만든 해이기도 하였다.

태동기라고 할 수 있는 20년 전의 기업 사회공헌활동은 직접적인 사회 참여의 형태인 임직원들의 자원봉사활동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지만, 사회적 책임을 이해하고 본격적인 기업사회공헌활동의 방법론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이전까지 재단을 통해 실행하던 공익사업이 새롭게 구성된 사회공헌 조직에서도 행해지기 시작하였다.

또한 이전까지 해오던 기부에 대해서도 새로운 시각으로 보기 시작하였다.

기업이 사회공헌활동을 하는 동기는 사회적 압력에 대한 대응, 전략적 차원, 그리고 가치창출의 단계로 옮겨 가는 것이 일반적이다.

1997년말 외환위기를 맞으면서 모처럼 태동하던 기업들의 사회공헌활동은 발전단계로 진입하지 못하고 잠시 소강상태에 빠지고 말았지만 외환위기를 극복한 2000년대 초, 기업들은 사회공헌활동을 재개하면서 사회공헌활동 앞에 ‘전략적’이란 수식어를 붙이기 시작하였다.

사회공헌활동 앞에 ‘전략적’이란 수식어가 붙는다는 것은 사회공헌활동이 경영과 동떨어진 단순한 자선활동에서 벗어나 경영과 적극 연계되며 경영에 기여하는 사회공헌활동이 된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전략적 사회공헌에 대한 관심을 갖고 도입한 지 10년 이상의 짧지 않은 시간이 경과하였지만, 기업들의 해석과 실행에 대한 곡해가 여전히 많으며 이로 인해 사회공헌활동이 그야말로 ‘전략적’이지 못하고 효율적이지도 못하며 효과도 없이 아까운 자원이 낭비되는 것을 보자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그 중 많은 오류는 전략적 사회공헌활동을 ‘평판 제고용’ 으로 해석하며 홍보에 집중하는 것이다.

▲ 롯데백화점 창립 37주년을 맞아 14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임직원들이 사회공헌활동의 일환으로 헌혈 캠페인 '아름다운 팔걷기' 행사에 동참하고 있다./뉴시스

이런 기업들 중에서는 사회공헌 부서의 경영성과지표를 사회공헌활동 관련 언론 보도 횟수를 비롯한 홍보의 양을 지표화하여 관리하고 있는데 정작 사회공헌활동을 통한 사회적 기여도나 성과에는 관심이 없는 것이다.

좀 더 적극적으로 적용을 한 경우는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투자 금액만큼 매출이나 이익의 증가라는 계량적 성과를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 역시 사회적 성과는 등한시하며 자사의 이익만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홍보 위주의 활동이 기업의 기대만큼 회사의 평판을 끌어 올릴 수 있을까 라는 물음을 던진다면, 기업의 이해당사자들은 십중팔구 ‘예스(YES)'라고 답해주진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단발적인 선행이 몇 차례 언론에 노출되었다고 해서 평판이 높아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여전히 많은 기업들은 홍보에 매달리며 정작 사회공헌활동의 원래 목적인 사회적 기여에 대해서는 등한시하고 있을까? 그것은 아마도 사회공헌활동의 사회적 성과에는 관심이 없거나 아니면 성과 도출방법이 너무 어려워 손쉬운 방법을 찾다 보니 그럴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비교적 큰 금액을 들인 공익사업, 임직원의 지역사회 봉사활동, 기부 이 세 가지의 활동성과를 계량화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사회공헌활동의 성과가 1년 이내의 단기간에 나오기도 어렵거니와 공익사업(프로그램)에 대해 경영 및 사회적 성과를 계량화하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극히 일부 사업에서 가능성을 확인한 정도이며 그나마 자원봉사와 기부의 성과를 계량화 하기는 더욱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 임태형 대기자는 삼성사회봉사단 창설 멤버(차장)이며 KT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가까이 기업 현장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연구하고 실천한 CSR 전문가입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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