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임태형 대기자] 한국에서의 기업사회공헌 활동이 대기업에게는 경영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문화가 되었으며 이제는 중소기업으로 빠르게 전이되고 있다. 경제성장의 속도만큼이나 사회공헌도 급속한 발전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그런데 한국의 기업사회공헌 자원의 절반은 사회복지에 치우쳐 있다. 과거 1970년대부터 기업들이 재단을 통해 대부분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사업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사회복지로 몰입되고 있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 임태형 대기자

이는 정부의 기업에 대한 기대와도 유관하지만, 홍보와 같은 가시적 효과가 나오는 분야에 자원을 투입하고자 하는 기업 욕구와도 무관치 않다.

하지만, 지나친 사회복지 편중현상은 애초 기업이 사회공헌에서 기대했던 특이성이나 차별성을 얻기가 점차 어려워짐으로써 사회공헌의 효과를 저하시키고 참여동기의 약화로 지속성이 떨어지게 된다.

따라서 현재의 시점에서, 사회공헌을 통해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고자 한다면, 이상의 이유 때문에 비사회복지 분야, 그 중에서도 문화예술 분야로 시선을 돌려보기를 권한다.

주변의 환경을 둘러보면, 회사 밖의 정제되지 않은 문화의 유입으로 근면한 사내 문화가 흔들리고 있고, 상하간의 세대분리 현상이 심화되어 팀워크가 약화되면서 생산성이 떨어지고 있다.

회사 바깥을 보면, 개인의 행복감이 감소하고 타인에 대한 분노감, 반목은 높아 가고 있다.

그만큼 기업활동을 영위해 가기가 어려운 환경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문화예술 분야는 비단 사회공헌에서 뿐만 아니라, 건전하고 즐거운 사내문화 형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분야로 주목받고 있다.

한 기업의 문화예술 분야 사회공헌활동은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중요한 관광자원이 될 수가 있으며, 문화예술이 가진 특이성과 감동, 재미와 같은 요소들은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한편 사내에는 경영 전반에 창의성과 유연함을 제공하고, 임직원들에게는 회사에 대한 자긍심을 제공한다.

문화예술은 밝고 품위 있는 기업이미지를 만드는데 효과적인 활동분야로 조명받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문화예술 분야의 사회공헌은 그 방법에 따라 누리는 효과의 차이도 크다. 단순히 타 단체의 공연을 후원하고 기업의 이름 한 줄 올리는데 그친다면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지역에서 최고의 공연장을 만들어 제공하는 기업, 고급 공연문화를 접하기 어려운 지역주민을 위하여 정기적으로 다양한 장르의 공연을 제공하는 기업, 신예 문화예술가를 발굴 지원하는 기업, 문화 소외계층을 위해 다양한 공연을 제공하는 대기업들의 활동이 조명받고 있다.

▲ 6월 22일 '찾아가는 사랑의 금호아트홀' 행사에서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의 금호영재 출신 리코더 연주자 염은초와 오르가니스트 김유한이 공연을 하고 있다./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제공

이러한 직접지원 형태와 달리, 한 중견 의약품 제조기업은 인간문화재를 위해 건강검진을 지원하고 공연과 전시활동을 후원하고 있는데, 대기업의 대규모 공익사업은 아니지만 업의 특성을 살리면서 소멸위기의 전통문화 예술가를 보호하고 지원함으로써 정부와 예술가 시민들로부터 인정받는 활동으로 자리 잡았다.

한편으로 중견, 중소기업의 사업장이 위치한 시도 단위의 지역사회 내에서 할 수 있는 문화예술 사회공헌 프로그램도 적지 않다. 지역의 아동, 청소년으로 구성된 밴드를 만들어 지원하거나, 도자기, 식기, 향토음식, 침구류와 같은 지역의 전통문화를 계승, 발전해가는 활동이 그러한 예이다. 대기업의 전국 규모의 큰 예산을 들인 사회공헌활동이 아니지만, 비교적 적은 예산으로도 지역사회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사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는 것이다.

사회복지적인 사회공헌이 어르신들에게 경로잔치를 베푸는 것이라면, 문화예술적인 사회공헌은 어르신들의 취미나 스포츠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소외계층이든 아니든 어떠한 지역사회 구성원도, 자선의 수혜자이기 보다는 참여하고 직접 즐기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하다. 문화예술은 참여와 즐김이 가능하다.

또한 문화예술은 지역사회 구성원 모두의 욕구이기 때문에 한 기업의 사회공헌에 대한 인지도를 비교적 쉽게 제고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어느 회사의 사장은 임직원과 주요 고객에게 수시로 책을 선물한다. 책을 펼치면 이미 그 책을 읽어본 사장의 친필 추천사를 접할 수 있는데, 고객과 직원들은 그 회사에 대한 신뢰와 존경의 마음을 가지게 되지 않을까?

이는 문화예술이 회사의 자산이 되고 긍정적 문화가 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 분야의 사회공헌활동을 수행함으로써, CEO(최고경영자)는 사내 임직원과 사외 이해관계자들로부터 남다르다는 면에서의 존경을 받으면서도, 동시에 문화예술을 사랑한다는 동질감을 느끼게 한다.

한 회사의 리더이자 대표자인 CEO의 리더십 형성에도 문화예술은 중요한 도구임에 틀림없다.

당장 이번 달 예정된 회식은 시끄럽고 어지러운 술판을 벗어나,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작품전을 찾은 다음 이국적인 음식에 좋은 술을 곁들이며 작품과 음식의 세계로 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

그 다음 회식은 원래대로 되돌아 가더라도, 직원들은 흥미롭게 우리 회사의 변화를 느끼고 즐기지 않을까?

※ 임태형 대기자는 삼성사회봉사단 창설 멤버(차장)이며 KT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가까이 기업 현장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연구하고 실천한 CSR 전문가입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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