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신간리뷰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하루에도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어떤 책이 유익한지 또한 내가 필요로 하는 책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다.

이코노뉴스는 독자들에게 책의 내용과 특징을 알려주는 길라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김선태 휴먼앤북스 주간의 서평을 싣는다.

▲ 김선태 편집위원

김선태 주간은 서울대 독어교육학과를 졸업한 뒤 ㈜북토피아 이사, 내일이비즈 대표를 역임하는 등 오랫동안 출판업계에 종사해왔다. 김주간은 현재 휴먼앤북스 출판사 주간과 (사)지역인문자원연구소 선임연구원을 맡고 있다. /편집자주

도전앞에 선 당신 힐러리로 답하다

6월 9일(현지 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힐러리 선거 캠페인 웹사이트에 올린 영상물에서 오바마는 “경험이 풍부하고 배짱을 갖춘” 힐러리가 “(대통령에) 매우 적합한 인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08년 대선 당시 경선 상대로 격돌해 앙숙처럼 지냈다. 하지만 오바마가 극적으로 승리하자 힐러리는 곧장 결과에 승복했고,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나는 오늘 모든 선거운동을 중지하고 내 힘을 오바마에게 실어주려고 합니다.”

여성의 심리와 시대정신의 발전방향을 조화롭게 연결해 냈다고 평가되는 다수의 책을 펴낸 작가 장지아 추(張佳秋)가 힐러리 클린턴이 겪어 온 경험과 감정들을 분석한 책을 펴냈다. 이 책은 힐러리의 비범함이나 업적을 소개하지 않는다. 그녀의 정치력을 평가하지도 않는다. 대신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일상의 고민들, 어려움, 갈등을 힐러리 자신의 말과 글로 보여주고 자기 의견을 덧붙인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미 대권주자로 올라선 한 여성이 자기 앞에 제기되었던 크고 작은 역경과 도전을 어떤 마음가짐과 자세로 극복해 냈는지 살필 수 있다.

힐러리가 반듯하게 자라는 데는 부모님의 도움이 컸는데 특히 자신감이라는 측면에서 그러했다. 한 가지 일화가 있다. 그녀는 네 살 무렵 동네로 이사한 직후 이웃집 여자애에게 괴롭힘을 당했는데 그 때문에 밖에 나가 놀지 않으려고 했다.

그러자 어머니가 말했다.

“자신감을 가져! 우린 겁쟁이 딸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어.”

어떤 아이가 엄마로부터 이런 말을 듣고도 계속 방안에 틀어박혀 있겠는가? 그 뒤 힐러리는 고개를 들고 가슴을 쭉 펴고 당당하게 다녔다. 그렇게 함으로써 네 살 때 이미 열등감을 내다 버린 것이다.

이어 초등학생이 된 힐러리는 말썽쟁이 남학생들로부터 여자아이들을 지키는 일을 곧잘 해냈고, 그 덕분에 ‘안전순찰대장’이라는 제법 멋진 지위까지 얻었다. 그녀의 능력과 실력은 일취월장하여, 힐러리는 웨슬리 대학에서 학생회장을 지냈고 그 대학 사상 처음으로 졸업 연설을 해낸 학생이 되었다. 이때부터 이미 그녀의 야심이 엿보이기 시작했는데, 1999년에는 이런 말까지 했다.

“2010년에 우리는 여성 대통령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그녀는 일을 시작할 때도 단호했고 정리할 때도 단호했다. 빌 클린턴과 결혼하여 아이를 가질 무렵 힐러리는 자신의 아이를 잘 키우려면 스스로 돈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런저런 일을 했는데, 리틀록의 한 투자회사에 작은 계좌를 열어 중개인에게 거래를 일임한 것도 그중 하나였다.

이윽고 10만 달러를 벌어 그 정도면 딸 첼시를 남부럽지 않게 키울 수 있겠다 판단한 힐러리는 두 번 생각하지 않고 계좌를 정리했다. 그녀를 지켜보던 동료들은 힐러리가 일을 처리할 때 마치 군사계획처럼 치밀한 계획을 세운다고 말하곤 했다. 경제적 안정을 구하는 일에서도 예외는 없었던 것이다.

힐러리가 지닌 카리스마와 아우라는 그녀가 얼마나 강한 내면의 소유자인지 알게 한다. 그녀가 갓 정계에 입문하자 그런 면모가 대중 앞에서 확연하게 드러났다. 대통령에 당선된 빌 클린턴이 힐러리에게 교육 개혁 위원회를 맡겼는데,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반발이 거셌다. 심지어 그녀는 ‘뱀보다 더 교활한…’이라는 욕까지 들었다. 하지만 힐러리는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일을 당차게 수행해 냈고, 그러자 얼마 안 가 그녀 주위로 인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런 힐러리에게 남편의 성 추문 소식이 날벼락처럼 날아들었다. 르윈스키 스캔들이 터진 것이다. 빌 클린턴 대통령이 잠든 그녀를 깨워 직접 그 일을 털어놓았다. 이어 아침 한나절 동안 모든 언론에서 너무나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그녀가 강하다는 것이 다시 한 번 증명되었다. 힐러리는 공인으로서 자신이 처리해야 할 일이 막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묵묵히 일을 처리했다. 더욱이 그녀는 남편을 도와 공화당의 탄핵안을 부결시키는 데도 앞장섰다.

당시를 두고 힐러리는 “나 자신과 주위 사람들을 위한 최선의 방법은 그냥 꿋꿋하게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이었다”고 술회한다. 저자는 시인 바이런의 글로 그녀의 자세를 설명하고 있다.

진정으로 기개가 있는 사람은 결코 다른 사람의 관심을 구걸하지 않으며 멸시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녀도 여자였다. 도무지 감정을 주체할 길 없는 나날의 연속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괴로워하는 그녀를 위해 스티비 원더가 백악관에 들러 그녀를 위한 노래를 불러준 일에서 큰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스티비 원더가 노래하는 동안 힐러리는 여러 번 의자를 움직여 그에게 가까이 갔을 정도였다. 그렇게 충격은 줄어들었지만 슬픔과 실망은 풀기가 쉽지 않았다. 남편만 보면 비난의 말을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날들이 이어졌다.

▲ 도전 앞에 선 당신 힐러리로 답하다 저자 장지아추 출판 느낌이있는책 발매 2016.05.25.

하지만 힐러리는 그 아픔도 이겨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를 때면 해변을 걷고 책에 파묻혔으며 감정이 복받치면 한바탕 실컷 울어 버렸다.

그러던 어느 날 힐러리는 뉴욕에 가서 ‘투데이쇼’에 출연하게 되었는데, 그 자리에서 마음의 상처를 치료받는 일이 일어났다. 평소 그녀에게 조언을 해주던 백악관 참모 켄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켄들이 어떤 말이 도움이 되었냐고 묻자 그녀가 간단하게 답했다. “젠장맞을!”

그러고 나서 힐러리는 처음으로 실컷 웃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고통 앞에서도 크게 한 번 웃어넘기면 아무것도 아닌 것”이 될 수 있음을, 힐러리는 보여주었다. 그녀의 타고난 유머감각이 언제나 위기를 넘기는 촉매가 되었음도 언급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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