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임태형 대기자] 마이클 포터 미국 하버드대 교수에 의해 CSV(Creating Shared Value, 공유가치창출)개념이 소개된 이래로 우리 기업의 사회적 책임 및 사회공헌에 대한 활동방법과 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대 전략 분야의 아버지’라 불리는 포터 교수는 2011년 CSV 개념을 발표, 전세계적 관심을 모았다.

▲ 임태형 대기자

우리나라에서도 2000년대 들어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관련해 새로운 사고와 활동방법이 연이어 소개돼 왔다.

과거 자본주의의 태동과 산업화를 거치는 동안에는 자선 중심의 사회공헌활동이, 그리고 80~90년대에는 경영전략으로서 전략적인 사회공헌활동이 강조되어 왔다고 할 수 있는데, 최근 들어서는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이 사회적 가치와 기업 경영의 가치를 높이는 수단으로서 경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증가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보다 앞서 2007년에는 마이크로 소프트의 빌 게이츠 기술고문이 창조적 자본주의를 통해 전세계의 빈곤층에 대한 기업들의 자선과 투자를 강조했다.

그는 빈곤에서 벗어난 계층이 과거보다 더 많은 소비활동을 함으로써 결국 기업에게 이익으로 되돌아 온다는 점을 역설했다.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동기를 적극적으로 부여한 셈이다.

자선활동이 기업과 사회의 가치를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조적 자본주의와 CSV는 맥을 같이한다고 할 수 있다.

2013년 5월에는 ‘빈곤으로부터의 탈출(Out of Poverty)’의 저자인 폴 폴락 윈드호스 인터내셔널 최고경영자(CEO)가 우리나라 한 대기업의 초청으로 내한하여 강의를 한 적이 있다.

폴 폴락은 빈곤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해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을 보급해야 한다고 역설했는데, 그는 빈곤층을 자선의 대상이 아닌 고객으로 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빈곤층을 기아와 질병, 반복되는 가난으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그들이 구매할 수 있는 수준의 저가격대의 기기를 보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 폴 폴락 CEO가 지난해 10월 19일 대전 유성구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15 세계과학정상회의(OECD Ministerial Meeting Daejeon 2015 World Science & Technology Forum)에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뉴시스 자료사진

예를 들어 그들에게 인력으로 작동하는 펌프를 보급해 지하수를 퍼올리게 해서 식수와 농업용수를 확보하게 하여 농사를 짓게 하고, 리어카를 값싸게 보급하면 잉여 농산물을 멀리 까지 가서 판매하여 수익을 올려 빈곤으로부터 벗어난다는 식이다.

공익마케팅(Social Marketing), 공익연계마케팅(Cause Related Marketing)은 이미 50여 년 전부터 경영활동의 하나로 시행되어 왔는데, 선진 기업들이 특정 제품의 매출증대를 위해 매출과 비례하는 공익활동을 약속하는 형태로 꾸준히 시도되고 있다.

하지만 공익마케팅은 ‘소비자의 상품 구매’라는 호응 정도가 주요한 성공요인이기 때문에 공익연계에 대한 광고홍보 비용 만큼의 매출이 발생하지 않는 일이 잦으면서 공익마케팅을 활성화시키지 못한 측면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한국 기업의 사회공헌이 활성화되면서 공익마케팅에 대한 관심과 시도가 기업과 시민 양측에서 동시에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 임직원들의 자원봉사활동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의 경우, 80년대 로널드 레이건 정부가 다양화되고 심화되는 미국 사회 문제의 해결을 위해 고급 자원인 기업 임직원들의 자원활동을 끌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그 결과 2008년에는 ‘10억 달러의 변혁(A billion plus change)’ 캠페인을 하면서, 미 연방정부는 기업들이 자금이 아닌 10억 달러 상당의 인재가 프로보노를 통한 사회공헌을 해줄 것을 모든 미국 기업에 호소했고 이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추모영상[뉴욕=로이터/뉴시스 자료사진]

이러한 움직임은 장기화되는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기업이 자금이 아닌 인재를 제공하게 함으로써 기업의 본업에 연계된 사회공헌활동으로 유도하자는 의도를 갖고 있다. 한국에서도 프로보노에 대한 관심과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

한국 기업이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활동에서도 세계적 흐름에 반발짝 뒤를 따르거나, 또는 나란히 가면서 기업의 성장에 비례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은 무척이나 고무적이다.

이러한 선진 사회공헌의 사고와 활동방식이 우리 사회의 발전적인 변화라는 성과를 가져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새로운 트렌드(Trend) 속에 있는 함의를 이해해야 한다. 단순히 겉모습만 흉내를 낼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문제의 해결, 지역사회의 발전, 클라이언트(client)의 변화라는 목적을 되뇌면서, 보이기 위한 과장된 선행이 아니라 진정성을 갖고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투자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이러한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활발한 논의와 적극적인 시도가 지역사회의 발전 뿐 아니라 기업의 이익으로 되돌아 오고 또다시 지역사회로 투자되는 선순환의 사회가 어렵지 않게 그려진다. 그리고 나눔의 뉴 트렌드(New Trend)를 수출할 날도 멀지 않았다는 느낌도 함께 든다.

※ 임태형 대기자는 삼성사회봉사단 창설 멤버(차장)이며 KT사회공헌정보센터 소장을 역임하는 등 30년 가까이 기업 현장에서 사회공헌활동을 연구하고 실천한 CSR 전문가입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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