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국의 정치시평

[이코노뉴스=김홍국 편집위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배치 문제로 연일 국민적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해당 지역인 경북 성주 군민들의 시위와 반발에 따른 사회적 갈등이 심화되고 있고,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주민들과 야당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사드 배치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 김홍국 편집위원

사드 문제로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에 직면한 한국 외교는 국제 무대에서 한반도 문제를 주체적으로 해결하지 못한 채 방관자로 추락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반면 정부는 사드 배치를 통한 한미동맹의 강화로 안보가 더욱 튼튼하게 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온 국민이 한 마음이 되어야 할 사드 문제가 한국 사회를 갈등과 분열로 몰아넣고 있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다.

사드 문제가 현안이 된 것은 지난 2014년 6월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미군 사령관의 사드 배치 요청이 언론을 통해 표면화된 직후로, 이후 주변 국가들과 국민들의 관심을 모아왔다.

정부는 미국과 협의가 진행되지 않고 있다며 사드 배치에 대한 질문에 대답하는 것을 회피해 왔고, 소위 ‘3노(No)’라고 불리는 사드에 대한 ‘요청-협의-결정’이 없다는 3가지 이유를 들어 사회적 논의를 막아왔다.

정부는 지난 2년여 동안 국민들을 배제한 장막 속에서 사드 협의를 마친 후 갑자기 사드 배치를 발표했고, 이에 대한 합리적 의심과 의견 제기를 괴담이라고 치부하며 ‘사드 재검토는 국론분열’이라는 공세를 펼침에 따라 갈등은 극대화되고 있다.

사드 실효성 논란…투명한 정보 공개로 의구심 해소해야

사드 논란의 첫 번째 핵심 문제는 사드 배치가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와 사드 배치의 실효성 여부다. 사드 배치를 통해 유사시 북한의 공격을 어느 정도까지 막아낼지, 과연 북한의 막강한 화력을 상대할 수 있는 무기 체계인지에 대한 목소리가 분출됐지만, 국민들은 원하는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실제 사드 배치는 처음 사회적 화두가 됐을 때부터 실효성의 측면에서 볼 때 대북용이 아니며, 북핵을 막기보다는 미국 미사일방어체계(MD)의 일환이라는 의심을 받았다.

미사일을 높은 고도에서 요격하는 시스템인 사드와 휴전선에서 전면 대치하고 있는 북한의 장사정포를 포함한 중장거리 미사일 전력은 서로 상충된다.

북한의 공격 무기 체계는 수백 발의 스커드 탄도미사일과 6천여 문에 달하는 장사정포가 핵심으로, 사드로는 사실상 방어가 불가능한 상황이다.

▲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이 지난 3월 11일 러시아를 방문, 푸틴 대통령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양국은 이날 회동에서 한국 내 사드 배치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모스크바=AP/뉴시스 자료사진】

반면 사드가 배치되고 사드 레이더가 작동하면 미국은 아시아와 세계를 포괄하는 MD 시스템을 통해 중국을 감시할 수 있게 된다. 사드 도입에 대해서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는 나라도 북한이 아닌 중국과 러시아인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두 번째는 동북아의 복합적인 지정학적 상황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극한적인 반발을 부르는 외교적 미숙함과 커지고 있는 국제적 마찰 문제다.

중국 외교부는 사드 배치 발표 후 성명을 통해 ‘결연한 반대’ 의사를 표시했고, 중국 국방부도 국가의 전략적 안전과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위해 ‘필요한 조치’를 고려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러시아 외무부도 성명을 내고 사드 배치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략적 균형을 훼손하는 것으로 심각한 안보위협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극동 지역에 사정거리가 한국내 미군 사드기지에까지 이르는 미사일 부대를 배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중국과 러시아는 시진핑(習近平)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유엔에 사드 배치 반대 성명을 서한으로 전달할 만큼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한 마디로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자국의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경제적 측면이다. 중국 관영신문 <환구시보>는 최근 사설을 통해 사드와 관련, 한국 기업과의 경제교류 단절 등 5가지 조치를 언급했고, <인민일보> 등 중국 언론들의 강력한 비판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비관세 장벽을 활용한 수입 제재, 한국 방문 중국인 관광객 통제, 한국 기업 이미지 폄훼, 중국 진출 국내 기업 집중 단속 등 여러 제재수단을 가동하기 시작한 모양새다.

특히 반도체, LCD 등 정보기술과 휴대전화, 자동차 같은 대중 주력 수출품은 마찰이 가시화될 경우 우리 경제에 큰 충격을 던질 것이며, 전체 매출의 70% 정도를 중국인 관광객에게 의존하는 면세점 업계 역시 중국 당국의 후속 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미 제1의 교역 국가가 된 중국과의 경제적 마찰은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 4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미일 MD의 하위 체계로 편입되는 SM-3도입 추진 중단! 사드 한국배치 철회! 미일 MD 편입중단!’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뉴시스

네 번째는 정부의 무능하고 독선적인 결정과 집행 과정이다. 정부의 준비와 대응은 어수선했고 불투명했으며 주민들을 고려하지 않는 정책 발표와 일방적 추진으로 불신을 샀다.

발표 후 공론화 과정이 생략됐고, 배치 지역을 결정해 놓고도 발표를 미룬 뒤 항의시위가 잇따르자 부랴부랴 경북 성주를 최종 배치지역으로 발표했다.

단 한 차례의 대국민 설명도 없고 지역 사전설명회나 관련 정보도 공개하지 않은 채 사드 배치의 당위성만을 강조하고 있다.

투명한 정보 공개와 토론, 설득 통해 해법 모색해야

정부는 국민들을 향한 투명한 정보 공개와 토론, 설득을 통해 해법을 모색해야만 갈수록 심화되는 갈등 국면을 벗어날 수 있다.

정부는 사드 배치를 놓고, 국민들의 의견과 여론을 겸허하게 청취해야 한다. 국민과 함께 하는 토론에서 국민은 물론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 시민사회 단체들의 여론을 진지하게 수렴, 해법을 찾아내야 한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지지하고 믿어줘야 더욱 튼튼하고 강한 안보가 보장되는 법이다. 정부는 국민들과 소통하며 사드 문제의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 김홍국 편집위원은 문화일보 사회부·경제부 기자, 교통방송(TBS) 보도국장을 지냈으며, 경기대 겸임교수(정치학)로 YTN 등 보도 및 종편 TV에서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전문 패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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