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풍, 정관 ‘신주인수권’ 안전장치 풀어 무제한 제3자 유증 허용하면 주주권 훼손 더욱 심화

- 고려아연 주주 환원율 높아진 것은 수익 줄고 무분별한 3자 유상증자 등으로 배당주식수 늘어난 탓

- 최근 2년간 당기순이익 34% 급감, ROE 5%대 반토막, 시가 배당률 줄어

- 최근 2년간 3자 배정 유상증자․자사주 맞교환으로 배당 주식 수 320만 주 늘어

- “이익잉여금 등 유보 자산 충분…수익 못 낼 바에 주주에게 배당으로 돌려줘야”

 

[이코노뉴스=최아람 기자] 영풍이 “이미 높은 주주환원율에도 불구하고 영풍 경영진을 위해 과도한 주주환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고려아연 측의 해명에 대해 “사실과 맞지 않는 내용으로 주주와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며 27일 반론을 제기했다.

영풍은 3월 19일 열리는 제50기(2023년도) 주총을 앞두고 주주권익 침해를 이유로 정관 개정 및 배당금 축소에 반대 의사를 밝히며 표 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무제한적 3자 유증 허용’ 정관 개정, 현 경영진 사적편익(경영권 방어, 유지) 수단 악용 우려

먼저 정관 변경의 경우 고려아연은 ‘표준정관’에 따른다는 이유를 내세우고 있지만, 영풍은 표준 정관은 표면적 이유일 뿐이고 실제로는 기존 정관의 신주인수권 관련 제한 규정을 삭제해 사실상 무제한적 범위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라는 입장이라고 영풍 측은 설명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주총에서 ‘표준정관’ 반영을 이유로 기존 정관의 제17조(신주인수권) 및 제17조의 2(일반공모증자 등)의 조항을 변경하려 하고 있다. 

현행 정관은 ‘경영상 필요 시 외국의 합작법인’에게만 제3자 신주발행을 허용함으로써 상법보다 엄격한 요건을 갖추고 있다. 이 조항을 삭제하는 것이 이번 정관 개정안의 핵심이다.

그러나 고려아연이 내세우는 ‘표준정관’은 기업 설립 단계에서 정관을 작성할 때 참고할 수 있도록 상장사협의회 등에서 만들어 놓은 가장 기초적인 가이드라인에 불과하다고 영풍 측은 설명했다.

창업 초기에 표준정관을 사용하더라도 추후 각 업종의 특성과 기업 운영 방침을 반영해 적절히 수정하여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업력이 오래된 기업일수록 표준정관이 아니라 기업의 역사와 전통, 사업의 특성을 반영한 고유의 정관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영풍과 고려아연은 동업 관계로 정관 작성 당시 양사의 경영진이 합의 하에 만든 정관을 한 쪽이 일방적으로 개정하려 하는 것은 비즈니스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가치인 약속과 신뢰를 깨트리는 행위라는 비판이 나온다.

영풍 측은 "만약 고려아연의 의도대로 정관이 변경되어 아무런 제한 없이 제3자 배장 방식의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가치가 보다 희석되어 전체 주주의 이익을 해치면서 현 경영진의 ‘경영권 방어, 유지’라는 지극히 사적인 편익을 도모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일 위험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미 고려아연은 ‘22년부터 국내 기업의 해외 계열사 등에 잇달아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전체 주식의 약 10%를,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약 6%의 지분을 외부에 넘김으로써 총 16% 상당의 지분 가치를 희석시킨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풀어버리면 무차별적인 대대적인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주식가치는 더욱 훼손될 것이 불 보듯 뻔하다는게 영풍 측의 논리다.

투자 업계의 한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정관 변경 안은 기존 정관 대비 제3자 신주발행 대상을 확대시키는 바, 이는 주주권익 보호 측면에서 바람직하지 못하다”며 “전체주주에 대한 신인의무(fiduciary duty) 위반 행위를 더욱 용이하게 할 우려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배당금 축소, “경영 못해서 수익 줄고, 배당 주식 늘어 생긴 피해를 주주에게 전가“

배당금 축소 이슈에 대해 고려아연은 주주 환원율이 높다는 입장인 반면, 영풍 측은 최근 수익성 감소 및 무분별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등으로 배당해야 할 주식 수가 늘어 주주환원율이 높게 나타난 것에 불과하다며 반박했다.

고려아연은 이번 기에 1주당 5,000원의 결산 배당을 주총 의안으로 상정했다. 앞서 ‘23년 8월 반기 배당금 1주당 1만원을 포함해도 ’23년도 현금 배당금은 1주당 1만5,000원이다. 이는 전기(1주당 2만원) 대비 5,000원 줄어든 것이다.

영풍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서 전체 주주의 이익을 위해 전년과 동일한 수준으로 배당이 이뤄지도록 결산 배당으로 1주당 1만원을 배당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은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통해 “1,000억 원의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 환원율은 76.3%로 전기(50.9%)에 비해 훨씬 높아진 상황이고, 환원액은 ‘22년 3,979억 원에서 ’23년 4,027억 원으로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른 ‘23년도 배당성향(1주당 1만5,000원)은 56.76%로, ‘22년(1주당 2만원) 49.77%), ’21년(1주당 2만원) 43.58%에 비해 증가한 것은 맞다. 그러나 시가배당률로 따지면 ‘21년 3.75%, ’22년 3.54%, ‘23년 3.00%로 감소 추세다.

고려아연의 배당성향이 높아진 까닭은 최근 경영실적이 좋지 않아 수익성이 나빠진데다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자사주 맞교환 등으로 배당금을 지급해야 할 주식 수가 급격히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영풍 측은 설명했다.

고려아연의 ‘23년도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5,331억 원으로 전년도(7,982억 원)에 비해 2,651억 원(33.2%), 2년 전(8,111 억 원)에 비해 2,779억 원(34.2%) 급감했다. 대표적인 기업 수익성 지표인 자기자본이익률(ROE)은 ’21년 10.95%에서 ’22년 9.41%, ’23년 5.65%로 최근 2년 사이에 반 토막 났다.

배당성향의 분모가 되는 당기순이익이 무려 3분의 1가량 줄어들면서 마치 배당성향이 높아진 것처럼 착시 효과를 일으킨 것이다.

더군다나 고려아연이 ‘22년부터 한화, LG화학, 현대차 그룹 계열사 등에 제3자 배정유상증자, 자사주 맞교환 등을 하면서 배당금을 지급해야 할 주식 수가 무려 320만 주, 약 16% 이상 늘어난 것도 배당성향이 높아 보이게 하는 중요한 요인 중에 하나라고 영풍 측은 강조했다.

영풍 측은 "결국 고려아연의 현 경영진의 탓으로 최근 수익성이 나빠지고, 배당해야 할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생긴 피해를 기존 주주들에게 전가하는 꼴이나 다름없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영풍은 현재 고려아연이 ‘23년 별도 기준 약 7.3조 원의 이익잉여금과 1.5조 원 규모의 현금성 자산 등을 보유하고 있어 배당 여력은 충분한 만큼, 수익을 제대로 창출하지 못할 바에는 그동안 주주들의 돈으로 불린 자산을 배당으로 돌려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영풍 관계자는 “고려아연의 최대 주주로서 전체 주주들의 권익을 해치는 정관 개정과 배당금 축소 방안에 대해 크게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영풍뿐만 아니라 고려아연 전체 주주의 권익 제고를 위한 길에 힘을 보태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영풍은 1949년 고(故) 장병희, 최기호 창업주가 설립한 영풍기업사가 모태이다. 영풍은 1970년 아연 제련소인 영풍 석포제련소를 세웠고, 1974년 자매회사인 고려아연을 설립했다.

현재 영풍 석포제련소와 전자 계열사는 장씨 가문이, 고려아연과 기타 비철금속 계열사는 최씨 가문이 경영을 맡고 있다. 영풍과 고려아연의 연간 아연 생산량은 약 120만 톤으로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다. 영풍은 지난해 말 기준 고려아연 지분 25.2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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