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문화의 멋, 미학, 그리고 희소성

[이코노뉴스=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지난 칼럼에서 언급했듯이 현대사회에서 패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은 운동화 문화에는 힙합이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특히, 춤을 추기 편한 테니스화들이 주로 힙합 스니커즈로 사랑받았다.

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스포츠에 활용되기 위해 강조된 기능성과 심플한 디자인이 스트릿 문화를 통해 재해석되면서 점차 힙합의 저항 정신도 담기기 시작했다.

운동화 시장 문화의 판도를 바꾼 상징적인 신발을 꼽으라면, 마이클 조던의 시그니처 농구화인 에어 조던을 꼽을 수 있다.

에어 조던 시리즈는 마이클 조던 은퇴 후 그리고 지금까지도 가장 사랑받는 프리미엄 농구화 브랜드다.

그 시작을 알린 에어 조던 1은 저항정신을 담아 냄으로써 스트릿 문화로부터의 강한 수요를 이끌어냈다.

1985년 당시 미국 프로농구(NBA)에서는 흰 색 운동화만 착용할 수 있었는데, 떠오르는 슈퍼 스타 마이클 조던의 시그니처 신발은 온통 검정과 빨강색으로 뒤덮였다.

더 나아가 나이키는 이 신발이 NBA에서 공식적으로 퇴출당한 신발이라고 광고하면서 반향을 일으켰다.

스트릿 문화는 이에 열광했다. 신을 때마다 5,000달러의 벌금이 매겨진다는 소문이 돌면서 그 수요는 더욱 급증했고, 심지어 에어 조던 신발 때문에 강력 범죄가 벌어지는 등 사회적 이슈를 양산했다.

37년이 지난 지금도 검정과 빨강색의 에어 조던 1퇴출(banned) 버전은 여러 번 재출시 되는 등 여전히 사랑받고 있다.

마이클 조던(서울=AP/뉴시스 자료사진)
마이클 조던(서울=AP/뉴시스 자료사진)

에어 조던 2부터 나이키는 과감하게 자사의 상징인 스우시(swoosh) 로고를 신발에서 제거하고 하늘을 나는 듯한 점프 장면을 담아낸 에어 조던의 점프맨 로고를 담으면서 본격적인 에어 조던 시리즈가 시작됐다.

국내에서도 에어 조던 시리즈는 패션 아이콘인 지드래곤과 운동화 수집광으로 알려진 데프콘 등 연예인들은 물론이고 길거리 패션 문화를 영위하는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희소성이 있는 한정판의 신발을 직접 구매해서 높은 값에 되파는 스니커테크도 젊은 층에서 각광받고 있다.

자신이 보유한 신발의 시세를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해서 신발 포트폴리오의 자산 가치를 알려주며 신발 거래를 중개해주는 크림(kream)이나 스탁엑스(StockX)와 같은 국내외 앱(application)들도 인기다.

원가의 100배에 달하는 돈을 지급해서라도 한정판을 구매하는 심리는 무엇일까?

저스트 포 킥스 다큐멘터리에서 소개되는 운동화 수집광들의 강박증에 가까운 사례들을 소개한다.

이 다큐멘터리의 시작과 끝에 등장하는 토미 레벨(Tommy Rebel)은 평범한 백인 가정에서 자랐다.

세계적인 경매전문 업체 소더비즈(Sotheby's)는 2020년 5월 18일(한국시간) "조던이 1985년 신고 뛴 농구화가 56만 달러에 최종 낙찰됐다. 신발 경매 역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고 전했다. (사진 = 소더비즈/뉴시스)
세계적인 경매전문 업체 소더비즈(Sotheby's)는 2020년 5월 18일(한국시간) "조던이 1985년 신고 뛴 농구화가 56만 달러에 최종 낙찰됐다. 신발 경매 역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고 전했다. (사진 = 소더비즈/뉴시스)

예전부터 신발을 수집해왔지만, 어렸을 때 돈이 부족해서 사지 못했던 신발들이 늘 눈에 밟혀왔다고 한다.

그런 그가 나이가 들고 구매력이 생기면서부터는, 옛날 모델의 재고가 남아있는 창고를 물색해서 며칠이 걸리더라도 신발을 사모으기 시작했다.

한 번은 푹풍 속에서도 6시간 넘게 운전하다가 사고가 났는데, 차를 바꿔 타고 신발을 사왔다고 했다.

이제는 신발을 살 때 세 켤레를 산다고 한다. 직접 신을 것, 여벌의 것, 그리고 소장용으로 말이다.

그의 창고는 신발로 가득차 있다.

다소 위험한 동네에서 자란 본즈 말론(Bonz Malone)은 술과 마약은 끊어도 스니커즈 수집을 끊을 수는 없다고 밝힌다.

그는 특정 스니커즈의 재고가 파악되면, 비행기 값이 몇 천 달러가 든다 해도 세계 어디든 직접 간다고 한다.

온라인 구매가 가능한데도 직접 가는 이유는 사기 전, 사러 갈 때, 구매할 스니커즈를 직접 만지고 볼 때, 구매할 때, 그리고 집으로 가져오고 언박싱하는 매순간이 너무나도 재미있고 즐겁기 때문이다.

그 신발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나 프랑스 파리 등의 타지에서 직접 사왔다는 쾌감과 추억이 그를 사로잡는다.

그는 실제로 스니커즈 수집에 대한 강박장애를 진단받았지만, 이 즐거움을 포기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한다.

이 다큐멘터리에서는 셀러브리티들을 인터뷰하면서, 길거리와 힙합 문화를 공유한 세대면 성공 후 스니커즈 창고를 따로 구비한 것을 조명하고 있다.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가 지난해 4월 프리미엄 리셀링 슈즈 편집샵 '스태디엄 굿즈' 행사에서  '나이키 에어조던1'의 다양한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갤러리아백화점 제공)
갤러리아백화점 관계자가 지난해 4월 프리미엄 리셀링 슈즈 편집샵 '스태디엄 굿즈' 행사에서 '나이키 에어조던1'의 다양한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갤러리아백화점 제공)

희소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늘어나면 그 상품의 가치는 폭발적으로 높아진다.

한정판 운동화에는 쉽사리 갖지 못한 열망과 더불어 그 당시의 향수(노스텔지어: nostalgia)가 담겨 있다.

하위문화일지라도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기면 공유할 수 있는 문화가 된다.

멋과 예술의 미학이 신발에 어우러져 여럿이서 갈망하는 아이콘들이 탄생하는 것이다.

그 열정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이 넘쳐흘러 전파되면, 주류 문화로도 자리 잡는다.

운동화가 가지는 상징성은 그렇게 패션과 문화의 주류로 자리매김했다.

저작권자 © 이코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