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의 완성’ 신발…한 켤레에 6,000만원에 이르는 한정판

[이코노뉴스=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패션업계를 주름잡는 패션 에디터들은 패션의 완성이 신발에 있다고 입을 모은다.

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이현우 텍사스A&M대학교 교수

1970년대말 주류 문화나 패션의 흐름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하위문화가 미국 뉴욕의 빈민층에서 피어나고 있었는데, 바로 힙합 문화다.

비록 경제적으로 유복한 지역이 아니었지만, 누구보다 패션에 민감한 창조적인 트렌드 세터들이 생겨나던 시기에 운동화도 패션 아이템으로서 굳건하게 자리잡았다.

운동화 시장은 산업화 이후 20세기 초반부터 대량생산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했다.

현대사회에서 운동화는 단순히 운동 기능성을 제공하는 상품이 아니라 문화와 라이프 스타일을 대변하는 아이콘의 역할을 한다.

이번 칼럼부터 시리즈로 소개할 스포츠 다큐멘터리는 운동화 문화와 수집광(sneakerhead)들의 역사 그리고 그 하위문화(subculture)의 특징을 조명한 저스트 포 킥스(Just for Kicks)다.

저스트 포 킥스는 티보 드 롱비에(Thibaut de Longeville)와 리사 리오네(Lisa Leone)가 감독했다.

공개 당시 평단의 반응은 좋지 않았지만, 운동화 문화 다큐멘터리들의 원조격으로, 이 작품 이후로 수많은 운동화 문화 관련 작품들이 제작되었다.

필자가 이 다큐멘터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스포츠 시장을 설명하는 여러 가지 이론들을 실제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침을 제시해주는 사례들이 넘치기 때문이다.

저스트 포 킥스(Just for Kicks)
저스트 포 킥스(Just for Kicks)

기본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의거해서 한정판 제품의 가치를 설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첫 칼럼을 적어본다.

이 다큐가 공개된 2005년에는 운동화와 스트릿 아티스트들 간의 콜라보레이션이 왕성했는데,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운동화 중 하나가 나이키의 덩크 “뉴욕시 비둘기(Dunk SB Low Staple "NYC Pigeon")” 버전 운동화다.

2005년 2월에 발매된 이 운동화는 나이키와 제프 스테이플(Jeff Staple)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제작되어 단 150 켤레만이 초한정판으로 뉴욕시내 유명 5개 멀티샵에서만 발매됐다.

이 신발이 출시되기 수일 전부터 마니아들이 밤낮으로 줄을 서기 시작했으며, 당일에는 지역의 안전을 위해 경찰 병력이 동원됐고 수많은 흉기들이 압수됐다.

발매 당일 300달러에 판매된 이 운동화는 단 하루만에 이베이(eBay)에서 1000달러에 판매되기 시작했고, 2022년 현재 인터넷 쇼핑몰의 제시가는 5만 달러(약 6000만원)에 육박한다.

이 다큐는 이와 같은 스니커즈 문화(sneaker culture)가 어떻게 시장을 형성됐는지 보여준다.

운동화광들을 시작으로 시장이 형성되면서 업체들이 옛날에 팔던 운동화들을 레트로 버전이라는 이름으로 재출시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특히 상징성이 높은 제품일수록 왜 한정판으로 발매하며, 어째서 그 가격이 원래 출시가의 수십배 달하는지도 알려준다.

뉴욕시 비둘기 버전 나이키 운동화
뉴욕시 비둘기 버전 나이키 운동화

경영과 경제적 측면에서 이 다큐의 백미는 뉴욕시 비둘기 버전 덩크를 디자인한 제프 스테이플와의 인터뷰에 있다.

제프 스테이플은 이 다이나믹한 틈새시장이 어떻게 주류시장에 영향을 미쳤는지를 말하면서, 이러한 움직임이 운동화를 파는 방식을 어떻게 바꿨는지에 대한 통찰을 제공한다.

그가 말하는 변화들 중 몇 가지를 요약해본다.

첫째는, 대량생산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던 회사들이 한정판 스트릿 패션 운동화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의 이론에 입각하여 희소성(scarcity)을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얼리어답터들의 구매탄력성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얼리어답터들에게 접근할 새로운 전략을 늘 살피고 있다. 현재도 소셜 미디어 인플로언서들을 통한 홍보를 노리는 기법이 이와 같은 맥락의 전략에 속한다.

둘째, 이제는 시장의 즉각적인 반응을 인터넷을 통해 조사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정판 제품이 점포에서 팔리고 나면 즉각적으로 이베이 등의 2차시장에서 가격이 형성된다. 나이키 등의 주류회사에는 이러한 2차시장의 동향을 면밀히 살피는 부서가 있다.

매출 보고서보다 인터넷을 통해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시장의 동향파악이 중요해진 것이다.

길거리 문화에서 가치는 상징성으로 대두된다.

문화의 얼리어답터 사이에서 회자되던 운동화가 한 문화의 축을 형성하면서 상징성이 부여되었다.

운동화 문화에서 상징성이 부여된 제품들은 일절 대중매체를 통한 광고나 홍보활동 없이도 입소문으로만 천문학적인 시장을 형성했다.

한 예로, 운동화 패션으로 자리잡은 나이키 에어포스 1은 운동화 마니아라면 적어도 한 켤레씩 상비하고 있는 제품이다. 나이키는 단 한번도 기성 매체를 통해 에어포스 1을 광고한 적이 없다. 이는 충분히 계산되고 또한 의도된 나이키의 전략이다.

상징성과 희소성을 통한 수요의 극대화는 브랜드 파워로도 연결된다.

상징성과 희소성을 강조하는 것은 명품 브랜드들의 판매전략과도 일치한다.

이렇게 보면 스니커즈 문화를 선도하는 나이키는 상징성을 지닌 제품 라인과 일반 대중에게 대량판매로 접근하는 일반 제품 라인을 모두 지닌 셈이다.

다음 시리스 연재에서는 소비자 행동의 측면에서 스니커즈 문화를 더 깊이 있게 다뤄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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