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경제신간 리뷰

[이코노뉴스=김선태 편집위원] 직장인들이 부딪히는 어려움 가운데 교섭과 설득을 빼놓을 수 없다.

▲ 김선태 편집위원

대개의 경우 당사자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데 잘못 대응하여 사소한 상황을 심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럴 때 심리 전술이 필수다. “낯 두꺼운 사람이 톱 세일즈맨이 된다.”는 말로 유명한 일본 사회심리학자 간바 와토루가 상대방의 심리를 이용해 ‘Yes’를 이끌어내는 방법을 유형별로 정리한 책을 펴냈다.

저자는 이해를 돕기 위해 먼저 직장인에게 설득이 필요한 다양한 상황을 제시하고, 상황별로 상대방의 특정 심리를 이용하는 방법을 보여주고, 잘 알려진 사회심리학의 가설을 들어 그 근거를 밝힌다.

반복되는 자극은 호감을 낳는다

먼저 ‘편견’을 이용한다.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는 상품을 구입할 때 사람들이 선호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미국 심리학자 자이언스는 실험을 통해 접촉 횟수와 호감도에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단순 접촉 효과’라 불리는 것으로, 인간은 반복해서 자극을 받으면 그 자극에 호의적인 태도를 취한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들은 객관적인 지표보다는 자주 접촉하는 상품이나 사람의 말에 동조하는 경향이 있다. 또 상품을 소개할 때 한정제품이라든가 희소성이 높은 제품이라고 생각하면 괜히 더 좋아 보이는데, 이런 심리를 ‘스놉 효과’라 한다.

상대방의 공감을 유도하고 싶을 때도 일종의 편견을 이용할 수 있는데, 심리학에서 ‘라포르’라 불리는 관계가 그것이다. 가령 기분 나쁜 일로 언짢아하는 사람에게 상황을 묻고, “이해한다.”는 말을 해주면 실제 이해 여부를 떠나 마음으로부터 신뢰 관계가 형성되는 경우다. 상대방이 고충을 털어놓을 때 이를 진지하게 들어주고 “그래 나는 네 편이야.”하고 말해주면 상대방의 호감도는 크게 올라간다. 이를 심리학에서는 스트로크, 즉 인정자극이라 하여 대부분의 사람들에게서 얻을 수 있는 효과로 본다.

다음으로 ‘집단 심리’를 이용한다. 뭔가를 다수결로 정해야 하는데 한 사람이 반대 의사를 가지고 있다. 회의에서 그를 설득하려면 최소 몇 명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여야 할까? 답은 세 명이다. 미국 심리학자 솔로몬 애쉬가 실험한 데 따르면 바람잡이 수를 증감시켜 본 결과 세 명일 때 효과가 극대화되었고, 그 이상이 되면 큰 변동이 없었다. 이처럼 다수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상대의 동조를 이끌어내는 것을 ‘밴드왜건’ 효과라 부른다.

▲ 『YES를 이끌어내는 심리술』 = 간바 와타루. 고즈윈. 203쪽.

저자는 또 회의에서 주도권을 쥐려면 우선 적절한 자리부터 확보하라고 조언하는데, ‘스틴저 효과’라는 것으로 이를 설명한다. 사람들이 자리를 고를 때 대결 당사자와는 정면에 앉고 싶어 하고, 다수가 모인 장소에서 누가 무슨 의견을 말하든 반대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나오게 마련이며, 의장의 리더십이 약하면 참석자들이 정면에 앉은 사람과 사담을 나누고 그 반대 경우는 옆 사람과 사담을 나눈다는 것이다.

직장 내에서 소문이 한 번 나면 막기 어렵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공중들은 소문을 통해 어떤 식으로건 대가를 기대하고, 소문을 이용해 스트레스와 불안을 해소하며, 특히 소문을 이용해 집단 내부의 결속을 도모한다.

세 번째 경우는 직장 상사들이 자주 써먹는 방식이다. “여기서만 하는 이야긴데….”, “절대로 밖에 흘려서는 안 되는데….” 하는 식으로 소문을 이용해 부하들을 단속하려는 것이다. 물론 그걸 믿는 부하들 덕에 상사의 횡포는 더 심해지겠지만. 이것이 더 발전하면 ‘리스키 시프트’, 모험 이행 현상이라 하여 집단을 이용한 극단적인 의사 결정으로 나아가기 쉬우니 주의해야 할 것이다.

인정받고 싶을 때 착각에 끌린다

다음으로 ‘착각’을 이용한다. 인간은 눈과 귀 같은 감각기관으로 외부 정보를 받아들이는데 뇌는 그 정보를 받아들이면서 다른 여러 가지 정보를 더해 수정된 정보로 인식한다. 이 과정에서 원래 정보에 변형이 생기는데 이것을 심리학에서 ‘진실한 지각’이라 부른다.

착각한 정보를 진실한 정보로 바꾸어 기억하는 것이다. 상대방을 칭찬할 때 무작정 칭찬부터 하는 경우보다 먼저 ‘주변의 비판’이라는 것을 말한 다음에 그래도 그를 믿는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러면 상대방의 호감도가 급상승하는데, 비교해 말하는 것이 객관적으로 들리는 착각 심리 때문이다. 대개 상대방을 직접 칭찬하는 것보다 간접적으로 칭찬하는 것이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는데 이를 ‘윈저 효과’라 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프로이트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 여긴다.” 바로 이 때문에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인정받으면 쉽게 착각에 빠진다. 그래서 “당신이니까 말하는데…”라거나 “당신하고는 꼭 같이 하고 싶은데…” 또는 “내게는 너 뿐이야.” 하는 말에 많은 사람들이 손쉽게 넘어가는 것이다.

착각을 이용해 대화를 의도하는 방향으로 끌고 갈 수 있다. 상대방이 주제에 관심을 보이면 사소한 이야기를 충분히 하고 결론을 말해 상대방의 동조를 이끌어내는데, 이를 클라이맥스법이라 한다. 상대방이 주제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고 이어 별 상관 없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러면 이야기를 서둘러 마무리할 수 있다. 이를 안티클라이맥스법이라 한다. 클라이맥스법을 사용할 때는 상대방의 취향을 먼저 파악하여 말이 길어져도 지겨워하지 않도록 주의한다.

그밖에도 ‘동요’ 심리, ‘암시’, ‘분위기’ 등을 이용해 상대방을 설득할 수 있다. 잘 모르는 상대방과 대화할 때 권위자의 말을 빌리면 문제 해결이 쉬워 지는데, 이를 ‘헤일로 효과’라 한다. 권위를 빌려 동요를 불러일으키는 방법이다. ‘foot in the door technique’은 상대방이 거부 반응을 보일 때 사용하는 방법이다.

만나기 싫어하는 사람에게 “지나가는 길인데 인사나 하러 들렀다” 하면 대개 면담을 성사시키기 쉽다. 데이트 신청할 때 써먹는 수법이지만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세요.” 하는 권유도 이에 해당한다. 사소한 부탁 앞에 동요하는 심리를 활용하는 것이다. 우선 쉬운 요구를 관철한 다음 다른 요구를 하는 경우를 ‘low ball technique’이라 하는데 마찬가지 경우다.

‘암시’에 대해서는 로버트 로젠탈이 행한 유명한 실험이 있다. 초등학생들에게 지능 테스트를 한 뒤 그 결과를 담임교사에게 보여주고는 장래에 특정 학생들의 성적이 향상될 것이라고 귀띔을 해줬다. 8개월 뒤 다시 지능 테스트를 했더니 그 학생들의 성적이 크게 올랐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직장에서도 상사가 특정 직원에게 기대를 거는 모습을 보이면 그 직원의 성과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다른 사람에게 거는 암시가 실제로 그 사람의 변화로 이어지는 것을 ‘피그말리온 효과’라 부른다. 상대방에게 어떤 행동을 유도하고자 할 때, 계속해서 긍정적으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을 던진 다음 필요한 질문을 해 목적을 이루는 것도 이 경우에 해당한다.

데이트를 신청할 때 상대방의 기분이 좋은 타이밍을 고르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 흐리거나 비오는 날보다 맑은 날 레스토랑 손님들이 팁을 더 준다는 보고가 있다. 좁은 공간보다 넓은 공간, 사무적인 자리보다 여유 있는 자리가 대화를 원만하게 나누기에 더 좋다. 모두 분위기를 이용해 상대방을 설득하는 경우다. 선동의 달인이라는 히틀러가 “설득하려면 해질 무렵을 노려라”고 말한 것도 몸이 피로해져 사고력 저하가 일어나면 분위기에 쉽게 좌우되는 심리를 파악한 때문이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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