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지난 주말 고향의 초등학교 재경 동창회 신년 산행을 갔다. 강추위에도 40여명이 나왔다. 50~70대 선후배 모임이라 보통 서울 근교의 낮은 산 둘레길을 2시간 정도 걷고 정상에서 간식을 한 뒤 오후 3,4시쯤 늦은 점심을 먹는다.정상 주위에서 간식을 먹을 땐 몇몇 기수들이 모여 집에서 가져온 간단한 빵과 부침, 과일 , 족발 등으로 허기를 달랜다. 간단한 찌개류와 컵라면에 한두 잔 ‘정상주’도 곁들인다. 이번 산행에서는 단연 삶은 계란이 인기 만점이었다. “이렇게 귀한 달걀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소주 '처음처럼'을 써준 신영복 교수의 1주기를 맞아 1월 15일 추모모임과 유고집 기념출판, 서화전, 19일 ‘만남’콘서트 등 그를 기리는 행사들이 1주일간 이어졌다.'처음처럼' 소주병에는 신 교수가 쓴 '처음처럼'과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속의 '새 그림'이 함께 들어 있다. 그는 1968년 통일혁명단 사건으로 감옥에 들어가 88년 특별가석방 될 때까지 20년간 복역했다. 이 때의 서간집 ‘감옥으로부터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지난 주말 고향인 충북 영동에 재개관한 영화관에서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다룬 ‘판도라’를 봤다. 지난해 ‘부산행’ ‘터널’ 등과 함께 재난영화로 화제가 된 영화여서 벼르다가 새해 벽두에 보게 된 것이다.그동안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과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전 사고 참상 및 후유증 이후 폐허화된 상황을 언론과 르포 기사를 통해 여러 번 보았다. 그런데 남의 일이 아닌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해 9월 12일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 밀집지역 부근인 경북 경주 지역에 규모 5.3의 강진이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정유년(丁酉年)이 밝자 올해 대권을 노리는 잠룡들의 신년인사가 눈길을 끌고 있다.유승민 개혁보수신당 의원의 ‘상유십이척‘(尙有十二隻·아직도 신에게는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은 임진왜란때 나라를 구한 이순신 코스프레였다. 올해가 7년 전쟁의 끝인 정유재란 420주년이다. 임진왜란은 육지에서는 일방적으로 당했지만 이순신 수군의 맹활약으로 결국 승리했기 때문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엉망이된 이 나라에 정유년 새해에 무언가 희망을 걸어본다.지난해 박근혜-아베 신조의 ‘불가역적’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118년만에 ‘만민공동회’가 되살아났다. 1898년 구한말 꺼져가는 대한제국을 지키겠다고 독립협회가 종로사거리에서 3월부터 12월까지 개최했던 만민공동회가 이젠 광화문 앞과 부산 창원 등 전국에서 열리고 있다.그때는 윤치호 서재필 청년연사 이승만 등이 주역이었지만 지금은 중견 개그맨 김제동씨가 거의 혼자서 이끌고 있다. 당시는 러시아와 일제의 압력을 고종이 받아들여 황국협회, 보부상 등을 동원해 12월에 해산시켰지만 이번엔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사퇴를 요구하면서 국회를 압박해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러시아의 동부 시베리아 지역인 이르쿠츠크시에서 지난 17, 18일 양일간 보드카 대신 메탄올이 든 스킨 로션을 마시고 사망한 사람이 22일(현지시간) 현재 71명으로 늘었다고 한다.외신에 따르면 이 지역 주민 117명이 함께 마신 뒤 전날까지 밝혀진 사망자 수만도 절반이 넘는 62명이었다. 이르쿠츠크시는 대체 알코올류로 인한 중독 사고가 급증하면서 비(非)음료용 알코올 함유 제품의 판매를 중단시키고 관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지난 21일 “내년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1992년 일제 강점기 한국인 노동자 강제징용 현장 취재를 위해 홋카이도(北海道·북해도)를 방문한 적이 있다. 삿포로(札幌) 공항을 통해 먼저 북쪽 아사이가와(旭日) 근처 수력발전댐 건설에 동원돼 죽어간 한국인 노동자들의 항의파업 사태를 취재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야음을 틈타 ‘타코베야’(문어방)를 탈출해 일본인 농가에서 숨어 지내다 일본이 패전함으로써 목숨을 건진 유일한 생존자의 증언을 들으며 아름다운 홋카이도의 풍경이 처참해 보이기 시작했다. 타코베야는 2차 대전 당시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한때 국제적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말이 회자됐다. 삼성의 휴대폰, 현대의 딜럭스카, LG의 백색가전 등이 전 세계를 석권했지만 이것이 한국제품인지 모르는 소비자들도 많았다. 삼성 현대 LG 등의 브랜드 가치가 ‘코리아’의 지명도보다 높았기 때문이다.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통과 등 최순실 게이트가 국제적인 스캔들로 비화하면서 한국브랜드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 국제평가기관인 무디스의 경우 최근 한국의 신용도를 낮추겠다고 했다. 안 그래도 최근 몇 년간 외국에 소개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냉전시대의 마지막 붉은 별 지다.’ 피델 카스트로의 사망을 전하는 신문의 제목이다. 카스트로는 11월 25일 타계했다.냉전시대 소련의 이오시프 스탈린과 니키타 후르시초프, 중국의 마오쩌둥(毛澤東), 월맹의 호치민(胡志明), 북한의 김일성 등 카리스마적 지도자의 마지막이라는 뜻이다. 위의 지도자들이 다 20세기에 죽었지만 90세까지 장수한 카스트로는 21세기에 들어와서도 16년이나 더 살다 죽었다.그런데 카스트로가 나오면 쿠바혁명을 함께 이끈 동지 체 게바라(Che Gueva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매년 뽑는 ‘앰네스티언론상’도 ‘박근혜 게이트’를 피해가지 못했다. 1997년 처음 시작됐으니 올해로 19번째다. 한국기자상 통일언론상 안종필언론상 가톨릭매스컴상 등과 함께 권위있는 언론상으로 주로 한국 사회의 인권발전을 위해 기여한 공로를 기리는 상이다.앰네스티는 지난 11월 23일 올 한해 한국사회의 소외된 인권현상을 발굴해내고 이를 심층취재, 보도하여 “인권 가치와 의미를 확산시키는데 기여한” 본상 6편을 발표했다. 특별상으로는 JTBC 뉴스룸 ‘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답답하다. 불안하다. 앞이 안 보인다.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보는 국민들은 점점 절망감에 빠진다. 매일 언론보도를 통해 최순실 일당의 초법적 국정 농단의 실체들이 고구마줄기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도 검찰수사는 물론 청와대의 반응은 오히려 부화를 돋운다. 11월 12일 백만 촛불시위 함성을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들었다면 뭔가 획기적인 조치가 나올 것으로 기대했다.그런데 박 대통령이 16일 검찰의 참고인 조사에 성실히 응하겠다던 태도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외교와 내치 양족의 거침없는 행보가 연일 외신을 타고 있다.대통령 공약부터 ‘마약소탕’을 들고 나왔고 취임 후 5개월만에 3천6백명에 달하는 마약 관련자들을 체포, 구속했으며 심지어 사살했다. 미국이 재판없이 사살까지 한 것은 ‘인권유린’이라고 비난하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개새끼(son of bitch)”라고 욕을 내뱉었다.그가 이번에는 성인 인구 3분의 1인 1,700만명의 흡연자들과의 전쟁을 선포하려 하고 있다. 나아가 신정과 성탄절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우리나라에서 현존하는 빵집 중 가장 오래된 곳은 어딘가? 정확치 않지만 올 가을 대전 성심당 60주년과 파리바게뜨 30주년 기사를 봤다. 서울 태극당은 그보다 오래돼 올해 70주년이다.전북 군산의 이성당이 일제 초부터 90년 가까이 됐다고 한다. 라틴어 빠니스(PANIS)의 포루투갈 버전인 빵(PAN)이 가톨릭 신부들에 의해 일본의 규슈(九州) 지방에 입성한 뒤 우리나라에는 구한말 개화기에 전해졌으니 3세대가 지난 셈이다. 이제 우리의 주식은 밥과 빵이다. 여기에 국수와 고기가 더해진다.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고약’(膏藥)은 냄새나 생긴 모습으로 보아 모두 우리나라 전통 약인 줄 알았다. 그래서 ‘이명래고약’도 유명한 한의사가 만든 고약이라 생각했다. 충남 아산시 인주면에 있는 공세리성당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그랬다.지난 주말 가톨릭 ‘원머리성지’를 가던 중 아름다운 근대 건축물로 유명한 공세리성당에 들렀다. 입구 안내판에는 1895년 부임했던 프랑스인 에밀 드뷔즈 신부(Devise, 成一論·성일론)가 고약을 만들어 사목회장이었던 이명래(가톨릭명 요한)에게 전수한 약이었다고 적혀 있다.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지난주 금요일인 10월 13일 저녁 음악극 ‘햄릿’ 공연을 봤다.영화는 1년에 3~4번, 주로 코믹 애정물 위주로 본다. 연극은 별로 좋아 하지 않아 1년에 한두 번 보는데 그것도 우중충한 느낌의 ‘햄릿’이라 처음에는 별로 달갑지 않았다. 그런데 집사람과 함께 만나는 몇 안되는 부부모임이라 큰맘 먹고 서울 역삼동의 LG아트센터에 들렀다. 오페라나 연극도 아니고, 그렇다고 유행하는 뮤지컬도 아닌 ‘음악극’이라 해서 어떤 장르일까 궁금해졌다.부부모임엔 유명한 제주도립무용단장의 남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전세계 130여개국의 수도 중에 1천년을 넘는 도시가 몇 개나 있을까?서양에서는 2천여년 전의 이탈리아 로마와 1700여년된 터키의 이스탄불(콘스탄티노플)이 있고 동양에선 일본의 쿄토(京都)와 우리 서울 정도가 아닐까? 중동에선 메소포타미아 지역인 이라크의 바그다드가 옆의 바빌로니아 수도였던 바빌론까지 합쳐 3천년 이상된 가장 오랜 도시다.페르시아의 후예인 이란의 테헤란이나 이집트의 카이로는 수도로서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서울은 온조대왕이 어머니 소서노를 모시고 한강 동남쪽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5만7천표가 콜롬비아 국민들이 52년 동안 갈망해온 평화정착의 기회를 연기시켰다.전쟁의 앙금을 풀기란 정말 어렵다. 콜롬비아 내전의 휴전협정(평화협상안) 발효를 묻는 10월 2일의 국민투표가 찬성 49.78% 반대 50.21%로 부결됐다는 외신을 접하고 평화를 얻기가 이렇게 어렵구나 생각했다. 같은 민족끼리 내전의 아픔을 겪은 우리로서도 북한의 핵실험 이후 미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강행과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로 다시 한반도 평화에 암운이 드리우고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판소리에 ‘성조가’(成造歌)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지난해 배수지, 류승용 주연의 ‘도리화가’(桃李花歌)라는 영화는 판소리를 집대성한 전북 고창의 동리(桐里) 신재효(申在孝)와 그의 애제자인 진채선(陳彩仙), 그리고 흥선 대원군간의 이야기를 다루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던 시대에 신재효는 무당의 딸인 진채선을 여자 소리꾼으로 키웠다. 흥선 대원군이 1867년 개최한 경복궁 경회루 낙성연에 신재효가 채선에게 남장을 시켜 자작인 ‘성조가’와 ‘방아타령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우남 이승만과 도산 안창호, 백범 김구 선생은 누가 더 나이가 많은가?이승만 전 대통령이 1875년 황해도 평산 출생이니 도산보다 3살이 더 많다. 안창호는 1878년 평남도 강서 출생이다. 안창호는 1938년 서대문형무소에서 고문으로 옥사했고 이승만은 대통령 하야 후 망명지 하와이에서 65년 사망했으니 27년 뒤에 죽었다.백범 김구는 1876년 황해도 해주에서 태어났으니 이승만보다 한 살 어리고 도산보다는 2살 위다.유관순 열사는 1902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 이화학당을
[이코노뉴스=남영진 논설고문] 메밀꽃의 꽃말은 ‘연인’이다. 하얀 한송이 꽃봉우리가 어우러져 멀리서 보면 메밀밭이 안개속의 아련한 첫사랑 같은 추억을 불러일으킨다.이효석은 ‘메밀꽃 필 무렵’에서 이 모티브를 그대로 이용했다. 장돌뱅이 허생원이 메밀꽃 필 무렵인 9월초 봉평장터 개울건너 물레방앗간에서 우연히 성씨집 처녀를 만나게 된다. 얼결에 정사를 치루고 다음날 성씨집이 홀연 사라져 버려 허생원에게 그 처녀는 달빛아래 메밀꽃밭 같이 추억속에만 남은 ‘연인’이다.“산허리는 모두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