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이동준 기타큐슈대 국제관계학과 부교수] 오랜 적자로 세계 전자업계에서 자취를 감춘 것으로 보였던 일본 소니가 최근 부활의 기지개를 펴고 있다. 돌아온 소니는 ‘워크맨’으로 대변되는 ‘혁신과 기술의 소니’일까, 아니면 단지 ‘사업다각화로 안정을 추구하는 소니’일까.

▲ 이동준 교수

소니는 지난해 2850억엔(약 2조8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올해는 카메라 이미지 센서와 비디오게임기 매출 호조에 힘입어 역대 최고치인 영업이익 5000억엔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1998년도의 영업이익 5257억엔 이래 최고이익이다.

주가는 2013년과 비교해 두 배 급등했고, 올해에만 15% 상승했다. 주가 총액은 5조엔을 넘어 히다치(日立)제작소나 파나소닉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세계적으로는 미국의 애플(약 90조엔), 한국의 삼성전자(약 30조엔)와는 여전히 격차가 현저하지만, 최소한의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1946년 설립된 소니는 휴대용 오디오기기 ‘워크맨’으로 1990년대엔 세계 전자업계 최강자로 군림했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맥없이 무너졌다. 주력 상품이었던 TV와 휴대전화, 카메라 등이 후발 주자와의 경쟁에서 밀렸다. 특히 LG와 삼성 등 한국 TV 산업의 급성장으로 치명상을 입었다. 금융·영화·음악 등 새로 진출한 콘텐츠 분야에서도 수조 엔대의 손실만 기록했다. 소니의 몰락은 내수시장에 골몰하다 글로벌 경쟁에서 뒤처지게 된 일본의 ‘갈라파고스’ 현상을 설명하는 데 인용될 정도였다.

소니의 부활은 게임과 카메라 칩, 효율적인 재무관리 덕분이다. 지난해 규슈(九州) 지진 등으로 칩과 카메라 사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영업이익이 1.9% 하락했지만 게임 사업부는 ‘플레이스테이션’(PS)의 인기에 힘입어 영업이익이 53% 늘어난 1356억 엔을 기록했다.

VR(가상현실) 기능을 갖춘 PS4는 작년 연말에만 전 세계적으로 무려 620만대나 팔렸다. 올해는 더 많은 이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올해 게임 사업부에서 소니 전체 영업이익의 1/3인 1700억엔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또 다른 효자 사업부는 스마트폰의 눈 역할을 하는 카메라 이미지 센서이다. 제품의 소형화·경량화에 일가견이 있는 소니는 크기가 작으면서도 정밀한 센서 제품을 애플과 삼성전자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에 공급하고 있다. 소니는 전 세계 이미지센서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올해 출시되는 애플 아이폰 신제품에도 소니의 카메라 센서가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 소니 게임 ‘호라이즌/소니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소니의 최대 실적을 견인한 장본인은 2012년 샐러리맨으로는 처음으로 소니 최고경영자(CEO)가 된 히라이 가즈오(平井一夫·57)이다. 그는 1984년 소니 뮤직의 전신인 CBS에 평사원으로 입사해 28년 만에 소니의 역대 최연소 CEO가 됐다.

히라이를 발탁한 인물은 2012년도에 4566억엔의 적자를 내고 물러난 첫 외국인 CEO 하워드 스트링거였다. 히라이와 같은 CBS 출신인 스트링거는 2005년 CEO 취임 이후 기술보다 마케팅을 중시해 ‘기술의 소니’에 마침표를 찍은 인물이다. 비(非)엔지니어 출신인 히라이 CEO는 “소니를 바꾸겠다”는 구호 하에 뼈를 깎는 구조 조정과 사업구조 재편에 나섰다.

히라이 CEO는 경쟁력이 약해진 TV 사업부문을 70% 가까이 축소해 분사했다. 컴퓨터 사업 ‘VAIO’를 매각했다. 심지어 소니의 명성을 이끌었던 워크맨 사업부도 철수했다.

대신 경쟁력 있는 미래 먹거리 사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했다. 카메라 센서가 대표적이다. 2014년 공모 증자한 4000억엔을 카메라 센서에 투자했고, 게임 사업부도 견고하게 유지했다. 그 결과 1998년 소니 전체 매출의 64%를 차지했던 전자사업 부문은 보다 가벼워졌고 집중됐다. 히라이 CEO는 5월 23일 열린 경영설명회에서 “수년 간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게임, 카메라 칩 등에 집중하는 사업구조로 개편했다”면서 “턴어라운드를 위한 노력이 거의 마무리 단계이며 앞으로 더 많은 성장을 이뤄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소니가 극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은 제품을 팔아서 끝나는 게 아니고, 관련된 후속 서비스 상품을 순환형으로 팔아 계속적으로 수익을 내는 ‘리커링’(recurring)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이다. 예를 들면 가정용 게임기 PS는 인터넷을 경유해서 얻어내는 동영상 등을 전송하는 유료회원 서비스가 미국 등지서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서 음악 사업도 함께 수익을 낸다.

이러한 리커링형 비즈니스 모델 사업이 연결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5 회계연도의 35%에서 2017 회계연도에는 40%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익증가도 대부분 리커링형 비즈니스모델서 나온다.

▲ 렌즈 교환식 카메라/소니코리아 홈페이지 캡처

이번 회계연도 수익은 게임 사업이 견인한다. PS을 통한 인터넷 이용자가 월간 7000만명이나 된다. 소니는 PS4의 인터넷 이용이 주 6억 시간이나 되는 점을 살려 유료 콘텐츠 판매를 늘릴 생각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변신 중인 소니의 미래 모습은 어떨까. <일본경제신문>에 따르면 히라이 CEO는 최근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이 바뀌는 것 같은 혁신을 달성하고 싶다는 뜻을 자주 언급한다고 한다. 소비자와의 최종 접점인 매력적인 하드웨어를 인터넷이나 서비스와 연결하는 ‘마지막 1인치’를 다시 만들어내겠다는 것이다.

사실 압도적인 존재감을 자랑하는 애플도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 뮤직’ 등에 의한 고성장과 아이폰, 아이패드 등 제품에 의한 혁신을 양립시켜 왔다.

하지만 과거 ‘워크맨 신화’를 이뤘던 것처럼 소니가 다시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재편할 엄청난 혁신을 이뤄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일본경제신문>은 수익원 다양화를 통한 안정적인 성장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는 소니의 완전한 부활은 멀었다고 지적한다. 혁신은 무엇보다 리스크를 동반한 과감한 투자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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