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뉴스=박병호 성남산업진흥원 기업지원본부장]

세계는 지금 스타트업 경쟁의 시대

▲ 박병호 성남산업진흥원 기업지원본부장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에서 새로운 경제성장의 모멘텀을 찾고자 스타트업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도 마찬가지로 혁신성장의 기치 아래 스타트업 육성에 힘을 쏟고 있지만 세계적인 스타트업을 배출할 만한 토양이나 환경을 갖추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스타트업 중에서 획기적으로 성장하여 높은 기업가치를 이룬 회사를 유니콘(Unicorn) 기업이라고 한다. 유니콘은 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스타트업을 의미한다.

현재 세계적으로 약 500여 개의 유니콘이 있지만 그중 한국에서는 고작 10여개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타다 금지법’이 국회통과를 앞두고 찬반 논란이 거세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세계의 유니콘 스타트업을 소개하고, 한국에서도 그러한 새로운 사업을 영위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본다.

아마존(Amazon)

한때 세계 최고의 시가총액을 기록했던 아마존은 엄청난 수익을 창출하고 있지만 이익도 배당도 없다. 왜냐하면 창업이후 엄청난 투자를 지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온라인 서점으로 사업을 시작한 회사이지만 엄청난 비용을 들여 아마존 고(Amazon·go)라는 오프라인 매장 설치를 미국 전역으로 확대하고 있다.

▲ 【시애틀(미 워싱턴주)=AP/뉴시스 자료사진】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의 아마존고 매장 앞을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다.

이 매장에서는 구매 후에 계산을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가 없다. 물건을 집으면 사물인터넷(IoT)과 곳곳의 센서 등의 정보통신기술을 통해 자동으로 결제되어 소비자를 편하게 한다.

아마존은 무서운 회사이다. 영어로 Amazoned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아마존으로 인해 ‘다른 회사가 문을 닫는다’는 의미로 통용되는 신조어이다.

미국의 사정이지만 2015년 이후 한때 번창하고 유명했던 대형 소매기업만 해도 41개가 아마존으로 인해 문 닫게 되었다.

이 중에는 한국인에게도 잘 알려진 대형 장난감 유통업체인 토이저러스(ToysRus)나 백화점 체인인 시어즈(Sears)같은 회사들도 있다.

국내에서 아마존 같은 회사가 출현하여 기존의 소매업계 질서를 흔들면 표를 의식한 국회에서 소매 온라인 쇼핑몰이나 영세상을 보호하기 위한 명목으로 다양한 규제법을 내놓지 않았을까?

▲ 【시애틀=AP/뉴시스 자료사진】 세계적인 IT기업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2014년 6월16일 미국 시애틀의 본사에서 아마존의 새로운 스마트폰 '아마존 파이어' 출시를 알리고 있다.

그리고 이런 거대 공룡이 등장하면 연기금 같은 대형투자자들이 회사 경영에 개입하여 투자를 축소하고 배당을 요구하도록 압력을 넣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투로(TURO)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신생 스타트업 회사이다. 이 회사는 우버와 리프트, 그리고 한국의 타다와 달리 진정한 차량공유서비스 업체이다. 그동안 초기에 나온 차량공유 업체들은 온라인으로 차량을 호출하고 승차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일 뿐 진정한 차량공유는 아니었다.

초기의 차량공유는 차량 소유자가 이용가능 시간을 온라인 플랫폼에 올리면 이용자가 차량을 검색하여 예약하고 차량 소유자와 이용자가 만나 차키를 교환하고 반납할 땐 차량의 상태를 확인한 후 결제를 마무리 짓는 형태였다.

▲ 【베이징=AP/뉴시스 자료사진】 중국 베이징에서 두 여성이 스마트폰에 중국내 경쟁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 차이나의 앱(왼쪽)과 디디 추싱의 앱을 나란히 띄워 놓고 있다.

하지만 쌍방이 직접 만나야 하니까 불편하여 차량공유는 생각만큼 활성화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타다와 같은 운전자가 정해진 차량을 호출하여 이용하는 서비스가 주류를 이루어 택시업계와 정면으로 부딪히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투로는 전 과정을 디지털 방식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량이 필요한 사람은 렌터카보다 저렴하게 크기, 색상, 연식, 가격대에 맞는 차량을 쉽게 검색하고 GPS를 통해 차량 위치를 확인하여 스마트폰으로 차량을 자동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국내에서도 유니콘으로 성장한 야놀자는 모텔이용자에게 스마트폰으로 방키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이러한 기술은 이제는 특별한 것도 아니다.

차량 소유자 입장에서는 렌탈(rental) 후에 연료 채움 여부와 주행한도까지 모든 요구사항과 사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 차량 공유에 따른 소유자의 불안감도 해소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비대면(非對面)으로 차량공유가 이루어져 차량공유가 활성화될 수 있는 여건에 다다랐지만 국내에서 이런 사업을 한다면 개인 소유의 차량을 영업용으로 등록해야 한다든지 타다 문제만으로도 해결하지 못하는 택시기사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아이카본엑스(iCarbonX)의 사례

중국 유전체 분석기업인 BGI(Beijing Genomics Institute)의 최고경영자(CEO)였던 준왕이 2015년 중국 선전(深圳)에 설립한 회사인데 설립 6개월 만에 회사가치가 1조원 이상으로 성장하였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AI) 기반으로 개인의 DNA 샘플을 모으고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하여 개인 맞춤형 인공지능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현재 약 3백만 명 이상의 개인의료정보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유사한 사업 모델을 가지고 이 회사보다도 더 이전에 사업화에 뛰어든 회사들이 여럿 있지만 개인의료정보에 관한 규제와 의료서비스는 의사들만이 할 수 있다는 원칙으로 규제일변도로 가다보니 사업을 제대로 진행하여 스케일업(Scale-Up)까지 성장한 회사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줌 피자(Zume Pizza)의 사례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뜨거운 화제를 모으고 있는 피자회사이다. 로봇을 이용하여 피자를 굽고 주문을 앱(App)으로 받는다. 배달을 가는 도중에 차량 안에서 피자를 굽는 서비스를 통해 소비자의 만족도를 높여준다. 이런 조그만 차이를 가지고 시작한 피자회사이지만 어느 피자회사보다 높은 기업가치를 실현한 회사이다.

국내에서 똑같은 피자생산과 배달서비스를 시행한다고 하면 식품위생법을 이용한 규제부터 적용될 것 같다. 기존의 피자업체로부터 예상할 수 있는 비난과 문제제기를 합리적으로 잘 처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든다.

에어비앤비(Air B&B)

▲ 【사우스보이즈=AP/뉴시스 자료사진】 미국 아이다호주 사우스 보이즈에서 미니주택 건축가 크리스티 울프가 '빅 아이다호® 감자 호텔'을 개장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독특한 형태의 호텔은 에어비앤비를 통해 임대할 수 있다.

단 한 개의 객실도 보유하고 있지 않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호텔 숙박체인이다. 2008년 브라인언 체스키와 조 게비아가 설립한 숙박공유 서비스플랫폼인 이 회사는 비싼 월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자신들의 거실을 일정요금을 받고 빌려준 것을 계기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게 되었다.

저렴한 비용으로 여행자들의 숙박문제를 해결해 주고 공간 소유자는 자투리 공간을 활용해 부수입을 올리는 숙박공유라는 사업모델은 한국에서는 활성화되기 어렵게 되어있다.

현행 관광진흥법에 따라 가정집을 이용한 공유숙박은 외국인을 대상으로만 영업할 수 있고 내국인에게는 돈을 받으면 불법이 된다. 기존의 숙박업체를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런 규제를 통한 영향이 얼마나 클 수 있을지 우려할 뿐이다.

우리도 이젠 먼저 시행해 보고 문제 있으면 규제하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국내에는 문제 여부를 떠나 법령과 규제에 의해 문제없음이 입증되어야만 비로소 사업을 개시할 수 있다. 그동안 사회에 끼치는 많은 폐단을 사전에 방지하고자 하는 선의에서 비롯된 규제들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이제는 기술의 발전과 창의적인 기술의 융합으로 어떠한 것이 혁신의 모습으로 다가올지 누구도 쉽게 예단하지 못하는 시대가 되었다.

▲ 프리랜서 드라이버 조합 설립추진위원회 회원들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인근에서 타다 금지법을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시스

우리도 이제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과 시대흐름에 맞춰 규제도 발상의 전환을 할 때가 되었다. 먼저 풀어주고 문제가 되면 그때 논의하고 규제하는 풍토가 되었으면 한다.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혁신은 ‘창조적 파괴의 과정’이라고 했다. 현재의 것을 파괴하지 않으면 혁신은 오지 않는다. 대한민국에 아무리 많은 혁신학교와 센터가 있어도 규제로 묶어 놓으면 혁신은 이뤄질 수 없고 혁신이 힘들면 스타트업의 성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새로운 형태의 사업은 필연적으로 기존의 규칙과 기존의 기득권자와 충돌하게 된다. 돈 드는 것을 돈이 안 들게 하거나 돈이 안 되는 것을 돈이 되게 만드는 사업 혹은 소비자의 행복을 높이는 사업은 우선 실행되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그 후에 시장원리에 의해 조절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다면 아무리 정부에서 엄청난 예산을 퍼붓고 파격적인 지원을 해준다 한들 성공 창업의 신화는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 박병호 성남산업진흥원 기업지원본부장은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을 지내는 등 증권가에서 20년 넘게 근무하면서 다양한 직무를 두루 경험한 전문가입니다.

박 본부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인 지금은 투자자의 성공뿐만 아니라 나라의 경쟁력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에 달려 있다면서 좋은 스타트업을 찾아 지원하고 투자자들에게 소개하는 일에 온힘을 쏟고 있습니다. [이코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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